"재정적 위기는 심화되는데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2월까지 가면 정말 언론계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빨리 정책 선회를 해야 한다."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한 대수술을 과감히 주문했다.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만난 최문순 민주당 의원의 진단이었다. 최 의원이 지난달 27~28일 "언론 시장주의에 반대한다"는 연속 기획토론회를 연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선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응할 야권의 대안이 모색됐다. 프레스 펀드(press fund), 공공방송위원회 논의가 시작된 토론장이었다. 프레스 펀드는 정부 산하가 아닌 '독립합의제 행정기구'로 신문위원회를 설치한 뒤, 신문의 제조원가와 구독료 차액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말한다. 즉, 신문 산업을 위한 공공재원을 구성하자는 것이다.

공공방송위원회는 공공 방송을 관할할 독립 기구다. KBS, MBC, EBS를 포함해 SBS, OBS, YTN, 아리랑TV, KTV도 '공공'의 범위 안에 포함시킨 개념이다. 최 의원도 "공공 방송을 규정하게 되는 새로운 사고 방식"이라고 말할 정도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했다.

최 의원은 "지금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신문 방송 겸업으로 이 문제 풀릴 수 있느냐. 풀리지 않는다. 신문이 방송에 진출해서 이익을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한나라당 주장에는 '나머지 신문사는 어떻게 할 것이냐'에 답이 없다"고 비판했다.

결국 공공성 강화가 언론 위기의 해법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언론계 위기를 방치하는게 아니라 '소방수' 역할을 제대로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소수 야당의 지적이지만, 언론계 전체의 현실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경청할 만한 대목이다.

최 의원은 "정치 권력이 가장 직접적으로 언론에 개입한 역사적인 해가 될 것 같다. 정말 힘들었던 한 해"였다고 소회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을 "언론계에서 많이 단결하고 단합해서 막아내야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 최문순 민주당 의원. 이치열 기자 truth710@  
 

다음은 최문순 의원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언론 시장주의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연속기획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최 배경은?
"언론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서 이명박 정부와 민주당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이명박 정부는 명확하게 시장 근본주의다. 시장에 맡겨 풀어나가는 것이다. 민주당은 공공주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반대만 한다는 비판 여론이 있었다. 이젠 명확한 대안을 낼 필요가 있어서 토론회를 열게 됐다."

-토론회 성과를 꼽는다면?
"김대중·참여 정부를 거치면서 우리가 공공주의적 시각을 유지했지만 명확히 공공주의적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참여정부도 시장주의적 시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이번 토론회는  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첫 토론회였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우선, 신문산업 위기 타개책으로 프레스펀드(press fund)를 제안했다. 제안 이유는?
"조중동 포함해서 지금 신문은 재정적 위기에 빠져있다. 뉴미디어가 생기면서 공급이 분할되고 공급자는 많아지고 소비도 분할됐다. 서로 나눠 먹는 파이가 작아진 것이다. 또 광고 효과가 떨어지고 광고주 이탈은 심화됐다. 신문사는 수입이 점점 줄고 경제 위기까지 겹쳐서 올해 하반기부터 굉장히 큰 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풀 것이냐. 시장에 맡겨 푸는 것은 되지 않는다. 현재 신문시장은 완전 시장주의적이다. 근본주의적 시장주의로 방치된 것이다. 그럼 지금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신문 방송 겸업으로 이 문제 풀릴 수 있느냐. 풀리지 않는다. 신문이 방송에 진출해서 이익을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신문이 방송에 투자해서 설사 위기를 넘는다 하더라도 1~2개 신문사뿐이다. 한나라당 주장에는 '나머지 신문사는 어떻게 할 것이냐'에 답이 없다."

-신문 산업에 대한 위기 의식 때문인가.
"제가 언론노조 있을 때(1998~2002)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이다. 신문 산업이 죽기 시작한지 오래됐다. 언론노조 있을 때 제가 제안했던 것이 공동 배달제 등 신문에 대한 지원이었다. 굉장히 저항이 심했다. 더디 갔다. 신문들의 재정 위기에 보탬이 안 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인터넷 뉴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신문이 상당히 어렵게 됐다. 또 새로 진입된 인터넷 언론도 재정이 열악한 실정이다. 그래서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제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레스펀드의 구체적인 내용은?
"프레스 펀드로 약 2천~3천억 원을 만들어서 신문에 직접 지원을 하는 것이다. 북유럽 방식으로 노르웨이, 덴마크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신문 산업을 보자. 연 매출액이 1조 7천억 원 정도다. 우리나라 GNP를 비교할 때 많은 액수가 아니다. 다만 기금을 관리하고 조성하는데 정치적인 기구가 있어야 한다. 신문위원회를 두자는 것이다. 신문위는 기금 쓰는데 있어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한국언론진흥재단이라는 독임제기구 계획을 내놓은 문화체육관광부 방안과의 차이점은?
"지금 문화부 안은 기구 통폐합 안이다. 프레스 펀드는 하지 않고 기구 효율성, 조직 효율성을 위한 조직 통폐합 안이다. 결국 시장주의 강화다. 신문 독자라든가 언론사와는 관계 없는 없는 일이다. 통폐합 되면 신문사에 무슨 좋은 점이 있나. 언론계에서 보면 문화부가 비본질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려운 곳이 아닌 딴데를 긁는 것이다. 설사 뭔가 있더라도 엉뚱한 짓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프레스펀드는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신문위원회 산하에는 신문 심의 기구, ABC(발행부수공사제도) 담당 기구를 배치해서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신문위원회는 언론재단처럼 문화부 산하가 아닌 독립 기구다. 국가 인권위원회처럼 독립된 제4섹터에 마련돼야 한다."

-시민단체들의 반응은?
"첫째 메이저 신문사가 반응하겠나, 둘째 정치적으로 이용 당하지 않겠나였다.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아직도 의문을 가지고 있다. 이 문제는 계속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할 것 같다."

-언론 길들이기, 조중동의 참여율 저조 등 프레스펀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인 것 같다.
"사실 이 기구와 펀드는 이념 중립적인 것이다. 진보적인 매체만 (펀드를)주는 것도 아니고 보수적인 매체만 주는 것도 아니다. 조중동에서 굳이 반대할 이유는 별로 없다고 본다. 조중동도 역시 재정적 위기 상태에 있지 않나. 이것을 받아들이도록 설득을 해야할 것으로 본다."

-다른 대안은 없는가.
"경제적으로 프레스 펀드를 조성해준다거나 신문 가격을 올리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지금 신문 가격을 올리는 게 어렵다. 광고 단가를 늘리는 것도 어렵게 되어 있다.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도 프레스 펀드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방송과 관련해선 공공방송위원회를 제안했다.
"방송이 95년 도에는 완전 공영체제였다. KBS MBC EBS 등 100% 공영이었다. 95년에 케이블이 허가되면서 2008년 IPTV 개국으로 300~400개 채널이 생겼다. 공영은 숫자가 그대로인데 상업 채널이 300~400개 늘어났다 공영 방송이 차지하는 비율이 30~40%로 줄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런데 방통위는 방송 공영성을 지키는 주체 아니었고 상업주의적 정책을 내놓고 있다. 대기업의 방송 진입 기준을 3조에서 10조로 규제 완화했다. 또 신방 겸업 등의 규제 완화도 고려 중이다. 방통위에 맡겨 놔서는 방송 공영성을 지키는 게 워낙 어려운 상황이 됐다."

-공공방송위원회가 방통위와 다른 점은?
"지금까지 공영방송이라면 소유 구조, 채널 형태, 재원 마련 방식으로 잣대를 들이댔다. 그러나 공공방송위원회는 공공서비스라는 내용을 가지고 공공 방송을 규정하게 되는 새로운 사고 방식이다. SBS OBS 등 민방이라고 불려왔던 것을 공공방송 영역에 넣는 것이다. 지역 민방, 아리랑 TV도 포함하게 된다.
지금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으로 되어 있다. 지난 정부 때 방송위원회가 공공방송위원회와 흡사한 구조다. 공공방송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독립 기구다."

-반응이 어떤가?
"방송 내용으로 공공성을 규정하다보니 공공방송위원회가 방송 내용에 개입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있다. 그것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공공방송위원회를 설치하려고 해도 현재 관련 제도가 미비하고 지역보다는 수도권 지상파 중심의 사고라는 지적도 있다.
"오해인 것 같다. 지역 방송도 공공방송위원회에 들어간다. 지역 방송을 소홀히 하는 것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지역 방송을 보호하는 쪽으로 정책을 가져가야 될 것이다."

-보완책이 있나?
"공공 방송을 방송 내용으로 규정한다고 해서 직접 방송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 편집 편성의 자율권을 규정하게 되면 그런 문제는 없지 않을까.
YTN 문제를 생각해 보자. YTN 사태가 풀리지 않는 것은 정부가 민간 기업의 노사문제로 사태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소유는 민간 기업이지만 사실은 나라 전체의 공공 서비스다. 공공방송위원회가 도입되면, 노사 아무도 개입 못한다고 방치해 두는 상태에 대해서 사고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한나라당은 신문·방송 겸영,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 방송 지분 허용 등의 방송 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
"한나라당은 신문 방송 산업이 위축되어 있기 때문에 대기업이 들어가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지금 언론계는 과잉 경쟁 상황이다. 자전거, 현금 뿌리고 과열 경쟁하다보니 신문이 이렇게 된 것이다. 방송의 경우 지상파 지분을 가지려면 OBS를 가질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OBS 기존 주주들이 지분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현장을 너무 모르는 법안이다.
특히 방송에 대기업이 참여해서 방송이 겪는 재정 위기가 풀어지지 않는다. 지분만 가지는 것인데 그게 방송의 어려움을 푸는데 도움을 주는 게 아니다."

-최근 방통위도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 기준을 10조로 완화하는 방송법 시행령을 통과시켰다. 또 헌법재판소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관련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방송계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방송에도 시장만능주의, 시장근본주의를 분명하게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가지 실질적 대비책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는데 상당한 부작용 있더라도 강행할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걱정이 많다. 언론계에서 많이 단결하고 단합해서 막아내야겠다."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이다. 올해 언론계를 돌아보면?
"정치 권력이 가장 직접적으로 언론에 개입한 역사적인 해가 될 것 같다. KBS 사장 문제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 언론계에 언론특보들을 노골적인 힘으로 앉힌 문제, 최장기를 기록할 가능성 높은 YTN 분규 등 정말 힘들었던 한 해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그런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YTN 사태는 아직도 풀리지 않고 않다. 
"정부·여당의 시각은 민간 기업의 노사분규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풀어야 하는데 정부·여당이 방기하는 것이다. 진상조사위를 꾸리자고 하는데 저쪽에서는 안 듣고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구 사장이 사퇴해야 한다. 사장 방 안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있는데 사장으로서의 권위가 이미 없는 상실된 것이다. 인사권·경영권· 편집권·편성권 행사가 불가능한 것이다. 식물 상태의 사장인 것이다. 정부 여당도 자기들을 위해서라도 사퇴시켜야 한다. 언론 특보 아닌 사람이 와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을 총평해달라.
"언론계는 황폐화 됐다. 공급과 소비의 분할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시장주의 정책을 강하게 밀어 붙여 더욱 어렵게 됐다. 재정적 위기는 심화되는데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2월까지 가면 정말 언론계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빨리 정책 선회를 해야 한다. 부시의 시장 근본주의 정책을 뒤따라가는 것을 빨리 중단하고 공공적 시각에서 언론을 바라봐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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