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올 연말을 목표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방송법 시행령, 방송통신 발전에 관한 기본법, 주파수 경매제 도입 등 공공의 이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관련법률의 제·개정을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시민단체와 이해당사자의 지적을 귀담아 듣지 않는 것도 위험수준에 다다랐다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과 한국방송협회(회장 엄기영)가 반대하고 있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26일 전체회의에서 원안대로 의결할 전망이다. 방통위는 지상파방송과 보도·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기업 기준을 자산 규모 3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방통위는 8월8일 본인확인제 공청회 이후 9월11일 정보통신망법 전부 개정안 공청회에서 제기된 반발을 외면한 채 지난 5일 법안을 의결해 12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야당추천인 이경자 방통위원이 “실명제는 글로벌스탠더드에서 흔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발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 법안은 제한적 본인 확인제 확대, 임시조치 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 모니터링 의무 부과 조항 등을 뼈대로 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방통위는 내년 1월부터 본인확인제 대상을 현재 하루 2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인터넷언론사이트와 30만 명 이상의 포털사이트에서, 1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모든 웹사이트로 확대할 계획이다.

공청회 14일 전에 개최 사실을 공고해야 하는 행정절차법 등 관련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도 문제다. 지난 8월14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에 이어 지난달 31일 주파수 회수·재배치 정책방안 공청회에서도 이를 지키지 않아 공청회 무산을 자초했다. 특히 주파수 회수·재배치 공청회는 불과 이틀을 남겨놓고 개최를 결정해 빈축을 샀다. 비상식적인 패널 선정도 불협화음을 키우고 있다. 방통위가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주최한 방통기본법(안) 제정에 관한 공청회에는 방통위 내 방통기본법 제정을 위한 통합법제추진태스크포스(TF)에 참석했던 4명의 교수들이 사회자와 토론자로 참석해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지역의 ‘작은 목소리’에 대한 배려도 없다. 방통위는 다음 달 3일 오전 10시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주파수 경매제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토론회로 대체된 주파수 회수·재배치 공청회에서 전국공동체라디오협의회 관계자는 “오전 9시30분에 개최하는 공청회는 지역에서 참석할 수가 없다. 다음 공청회 때는 시간적인 배려를 부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방통위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절차와 내용에서 위원회 정책과 배치되는 의견을 적대시하듯 한다는 것이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신문방송학)는 25일 “독임제 정부부처라 하더라도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서 진행하는 법인데 방통위는 위원회라는 명칭을 왜 달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시장에는 사상의 자유시장도 포함된다”며 “마치 전선을 긋듯 자신들의 정책에 반대하는 쪽을 배척하는 것은 ‘정책독재’를 보는 듯 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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