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가 인터넷포털도 신문법에 포함시켜 책임을 부과하는 것으로 검토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정우 문화부 미디어정책과장이 사회적 합의 부족으로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과장은 7일 언론중재위원회(위원장 권성) 주최 언론중재법 개정 심포지엄에서 이와 같이 밝히며 "언론중재법에 인터넷포털과 언론사닷컴을 넣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신문법을 개정해 언론사닷컴은 포함되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으나 포털도 넣을 것인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언론중재법에 포털을 넣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있으나, 신문법에 넣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큰 합의가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또한 "문화부에서 블로그나 댓글도 어떻게 하는 것 아니냐 하는데, 이는 명백한 오해"라며 "보도로 인한 피해를 언론중재법으로 구제하려는 것이지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는 블로그나 댓글은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인) 정보통신망법 규제 대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언론중재위원회  
 
이는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양경승 사법연수원 교수(판사)의 "'인터넷신문'의 '보도'로 일어난 피해만을 구제하고 있는 언론중재법을 개정해 뉴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포털과 언론사닷컴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치한다.

양 교수는 "언론중재법 대상을 무한정 확대할 수는 없으니 '인터넷신문' 외에 보도를 목적으로 하는 '인터넷언론'으로 적용대상을 제한해 확대해야 한다"며 "'인터넷언론'이 취급하는 정보나 보도내용을 반드시 스스로 취재, 집필, 편성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해 언론사닷컴과 인터넷포털을 포함시키자"고 밝혔다. 다만 보도 활동을 주요업무로 계속하지 않는 정부, 공공기관, 회사, 학교, 개인의 인터넷홈페이지나 블로그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현행 언론중재법이 정의하고 있는 '인터넷신문'은 컴퓨터 등 정보통신장치를 이용해 보도, 논평, 여론 및 정보를 전파하는 전자간행물로서 취재인력 2인 이상(취재·편집인력 3인 이상)을 상시적으로 고용하고 주간 게재 기사 건수의 100분의 30이상을 자체 생산한 기사로 충당하는 등 주간 단위로 새로운 기사를 게재해야 한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인터넷포털과 언론사닷컴 쪽은 난색을 표했다. 윤영찬 NHN 미디어서비스실장은 "포털과 인터넷신문은 매체적 속성이 다르다. 우리는 인터넷뉴스서비스제공자라는 호칭을 써왔다"며 "미국의 통신품위법 등 해외 사례에서처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ISP)에 대한 면책 조항이 없어 사안마다 상황논리에 따라 결론이 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실장은 "포털은 언론중재법이든 다른 법이든 피해구제절차가 조속히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혀왔다"며 "피해자 요구가 있을 시 포털은 즉각 언론중재위에 보고하고, 언론중재위가 문제 판단 후 해당 언론사에 통보하면 다시 언론사가 포털에 요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심인숙 조선닷컴 편집본부장도 "사이트를 운영하는 데 대한 책임감은 확산시켜야 하지만 법은 융통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법학) 역시 "포털에 너무 과한 짐을 지우는 것 아니냐"며 언론으로 묶는 것을 우려했다.

반면 오욱환 변호사(전 언론중재위원)는 양 교수 발제대로 언론중재법에 '인터넷언론' 규정을 새로 만들어 인터넷포털과 언론사닷컴을 규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오 변호사는 "인터넷포털은 '뉴스서비스매개자' 또는 '뉴스유통사업자'라는 개념으로 규제해도 무방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으나, 그 역할과 중요성에 비춰볼 때 '인터넷언론'으로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 ⓒ언론중재위원회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본인확인제(실명제) 강화와 사이버모욕죄 신설에 대한 찬반의견도 팽팽했다. 특히 강경근 교수와 심인숙 본부장은 두 가지 모두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강 교수는 "한국사회 인터넷 문란성이 보통 심한 게 아니다"라며, 심 본부장은 "사이버모욕죄 논란 이후 타인의 인격을 침해하는 댓글을 지우는 비율이 반 이상으로 줄었다"는 측면에서 이를 지지한 것이다.

반면 윤영찬 실장은 "인터넷실명제는 사전규제고 언론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네티즌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하는 사이버모욕죄도 세계적, 시대적 추세와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양경승 교수도 미국 판례를 인용해 "그 동기가 어떠하든지 간에 익명의 작품을 사상의 자유시장에 들어오도록 허용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은, 의심할 바 없이 그 전제조건으로 신원공개를 요구하는 이익보다 훨씬 크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불쾌한, 논쟁의 여지가 있는 언론이나 사상을 위해 기초된 것이지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언론이나 출판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는 법언은 충분히 경청할만한 가치가 있다"며 "사이버모욕죄도 도입은 필요하나, 친고죄까지 풀어버리면 공인이나 공직자들에 대한 비판마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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