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의 공식 개국 예정일인 12월12일을 한 달 남짓 앞두고 KT 등 IPTV 사업자와 지상파 방송사 간의 실시간 방송 재송신 협상 과정에서 지역방송이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IPTV의 안착에만 매달린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상 승인 절차를 무시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역MBC 19개 사와 지역민영방송 9개 사의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지역방송협의회(공동의장 이영훈·하용봉)는 6일 성명을 내 "지역을 배제한 수도권만의 IPTV 지상파 방송 재송신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방통위에 촉구했다.

협의회는 "IPTV를 통해 중앙 지상파 방송 콘텐츠가 주문형비디오(VOD)와 TV포털 형태로 쏟아지면 지역성과 공익성 위주의 지역방송 프로그램들이 설 자리가 사라지게 되리라는 우려 속에서도 지역방송은 새 매체 등장을 대세로 받아들여 이를 통해 지역방송 콘텐츠를 더 적극 유통시키고 콘텐츠진흥기금을 조성, 콘텐츠 생산을 활성화시키려는 자세로 독자적 재송신 협상을 벌여 왔다"고 했다.

협의회는 이어  지난달 방통위와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의 중재로 KT가 KBS·SBS와 '선 송출, 후 계약' 조건으로 IPTV의 실시간 지상파 방송 재전송에 합의한 것을 두고 "지역을 배제한 야합이면서 정치적 압력에 의한 절름발이 방송정책"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방통위가 스스로 방송법을 어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협의회는 "전국단위 사업허가를 받은 IPTV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하려면 방통위로부터 매체 간 균형발전에 대한 기여 계획과 지역적·사회적·문화적 필요성과 타당성 등을 심사받은 뒤 승인을 얻어야 하고 방통위는 승인 여부 결정과 관련, 이해당사자인 지역방송의 의견을 반드시 듣도록 돼 있다"면서 "그럼에도 방통위는 이런 절차 없이 수도권만의 IPTV 개국을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19개 지역MBC와 9개 지역민방 사장들의 모임인 한국지역방송협회(공동회장 김윤영·박흥석)도 지난 5일 낸 성명을 통해 "IPTV 사업자들과 방통위가 방송법에 명시된 절차를 무시한 채 지상파 방송 재송신을 강행한다면 지역방송은 방송법이 지켜질 때까지 IPTV의 지역 재송신을 거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회는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할 때 방송법 제78조와 동법 시행령 제61조를 준용하게 돼 있는 IPTV 사업자는 지상파 재송신을 탑재한 상용 서비스에 앞서 위성방송사업자처럼 재송신 약정서와 승인 신청서를 방통위에 제출해야 하지만 방통위는 이를 위한 어떤 준비도 없고 주무 부서에선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서조차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IPTV 사업자를 규율하는 IPTV사업법 시행령 제20조는 재송신과 관련, 방송법을 준용할 경우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및 중계유선방송사업자(RO)를 IPTV 사업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에 따르면 IPTV 사업자는 지역단위 사업자인 SO 등과 마찬가지로 지상파 방송의 역외 재송신에 대해서만 방통위의 승인을 얻으면 된다.

협회는 또 "상업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지역방송의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대책과 진흥기금 조성 등을 IPTV 사업자 쪽에 요구한 바 있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들은 서울 소재 지상파 방송사들의 콘텐츠 진흥 기금을 조성한다고 알려졌으며 정작 지역방송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조차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협회는 오는 10일 오후 3시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IPTV 재송신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연다. 한국방송학회 한진만 회장이 진행을, 이진로 영산대 교수가 발제를 맡는 이날 토론회에선 IPTV와 지상파 방송사 간 재송신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쟁점 사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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