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지난 10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격론 끝에 보류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상파방송과 보도·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기업 기준을 자산 규모 3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완화하는 것을 뼈대로 해 논란중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야당 추천 이경자 위원은 “시간이 많이 흐른 것은 사실이나 시간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는가. 절차의 미흡함이 없었나 점검해야 한다”며 의견수렴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야당 추천인 이병기 위원 역시 “(미디어행동 등이) 공청회를 불발시킨 행위도 의견 표현으로 보고 ‘삼고초려’ 한 번 더 해봤어야 한다”며 “상당히 중요한 사안이니 국회에 설명해 줘야 한다”고 거들었다.

반면 송도균 부위원장은 “다시 공청회 하더라도 똑같은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지금까지 절차가 미흡하지만 적법한 만큼 2008년이 넘어가기 전에 마무리지으려면 오늘 결론 내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형태근 위원도 “국감 기간 동안 이 얘기를 들을 시간이 없을 것”이라며 “그러면 한 달간 여론 수렴할 텐데 그러면 해가 넘어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전에 3조라고 할 때 논리적 이유가 없고 지금 10조도 산술적인 논리는 없다.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가려면 자본적 규제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야당 의원 쪽에 약속한 대로) 국회와의 협의가 이뤄진다면 좋고, 수용되지 않는다면 한 번 더 일반 공청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위원회를 위해서도, 당사자를 위해서도 좋을 듯하니 안건은 보류시키고 국회 국정감사 끝나고 국회와 협의하도록 하자”며 “안되면 일반 공청회를 시도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논의를 마무리지었다.

앞선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최문순·전병헌 의원은 10일 전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 의결하지 말고 국회에 와서 설명한 뒤 일정을 추진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도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상파, 보도·종합PP에 대한 대기업 기준완화 반대 △케이블 SO 겸영범위 확대 반대 △지상파DMB 데이터방송 의무송출 반대 △케이블 SO 최소 의무송출 채널 축소 반대 △시행령 개정안 국회 보고 후 의견 수렴 등을 밝힌 상태다.         

해설

이번 개정안 의결 보류로 지상파 방송사 쪽은 재 논의의 기회를 잡게 됐으나, 케이블TV업계는 IPTV사업에 뛰어든 대형 통신업계와의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먼저 지상파 방송 쪽은 지상파방송과 보도·종합편성 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기업 기준을 자산 규모 3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완화하는 움직임에 일단 제동을 걸게 됐다. 방통위는 향후 국회 설명과정에서 ‘최근 경제규모의 확대로 자산총액 3조원 이상인 기업이 늘고있는 상황’이라거나 ‘대기업 진입에 따라 방송 다양성 저해나 방송시장 독점화 논리는 입증된 바 없다’는 기존 논거 외에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해야 할 상황이다.

‘방송산업에 대한 진입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해 방송산업의 경쟁력 제고’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해명이 필요하다. 아울러 방통융합시대 전국면허 사업자와 경쟁해야 하는 지역 지상파방송에 대한 정책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반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IPTV법)과 연계해 추진된 점을 감안하면, 지상파 방송사 쪽이 IPTV법 진행 과정에서 자산총액 10조 원 미만 기업의 IPTV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케이블 종합 유선방송사업자(SO) 쪽은 지상파 방송사 쪽은 지난해 IPTV법안이 나왔을 때 대기업과 외국인의 보도·종합편성 IPTV 콘텐츠사업 진출과 콘텐츠 의무 재전송 문제에 집중했었다.

결국 SO 쪽이 주장한 전국면허 반대와 자회사 분리 요구 등은 IPTV법에 반영되지 않았고, 옛 방송위는 반대급부로 SO의 겸영범위 확대 등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게 됐다. 방통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 SO의 시장점유율 제한을 ‘매출액 100분의 33 초과 금지’에서 ‘가입가구 수 기준 3분의 1 초과금지’로 변경하고, ‘방송구역 기준 5분의 1 초과금지’ 규정도 ‘3분의 1 초과금지’로 완화했다.

그러나 ‘KT특혜법’이라고 불리던 IPTV법은 통과, 시행되고 있고 ‘케이블TV특혜법’이라고 불리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의결이 보류됐다. SO 쪽의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 쪽과 PP협회 등은 SO가 서울과 수도권 등 이른바 수익성이 있는 지역에서만 설비투자를 하고 다른 지역은 외면하는 ‘크림스키밍(cream skimming)’을 지적하고 있어, SO 쪽도 풀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논란이 됐던 SO 최소 의무송출 채널을 현행 70개에서 50개로 축소하는 것은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사실상 철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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