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밤 9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 어김없이 촛불을 손에 든 시민들 60~70명이 모여들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오한흥 전 옥천신문 대표(현 여의도통신 대표이사)가 연사로 나서 40여분 동안 '길거리특강'을 열었다.

"조선일보 이렇게 하면 이긴다"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는 이날 오후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공지'를 띄운 뒤 이뤄졌다. 정 전 의원은 오 전 대표를 "옥천 시내 한복판에서 '조아세(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란 간판이 달린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옥천에서 활동해온 그는 "우리 사회에서 '박통(박정희 대통령)교'가 사이비 기독교보다 훨씬 위험하다. 그런데 그걸 가장 신봉하는 게 조선일보다"라고 안티조선일보 운동을 펴온 배경을 설명했다.

   
  ▲ ⓒ김원정 기자  
 
그는 이어 "찐빵 집에서 자동차 부품을 팔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며 "조선일보는 언론사 간판을 달고 있지만 범죄집단이나 다를 바 없다. 그들은 안티조선일보 운동을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지만 말은 바로 세워야 한다. 언론탄압이 아니라 범죄집단 탄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의 투쟁은 언제쯤 끝나게 될까? 오 대표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한다"며 "비유하자면 KTX가 아니라 무궁화호를 타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대표는 강연시간 내내 편하게 말을 술술 이어갔으며,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호응했다. 다음은 강연이 끝나고 집회 참석자들과 오 전 대표 사이에 오간 질의응답 내용이다.

   
  ▲ ⓒ김원정 기자  
 
- 옥천에서 조선일보 절독운동을 했을 당시에 어떤 방법을 썼나? 서울에서는 어떤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나?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서울에서 하는 운동은 서울에서 푸는 게 맞다. 대신 옥천에서 전개한 운동에 대해 진솔하게 말할 수 있다. 특별한 방법이 있던 게 아니다. 무엇보다 '표적 확인'이다. 아무개 아파트 김아무개 계장이 조선일보를 본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 사람을 상대로 운동을 펴는 것이다. 옥천은 작은 곳이다 보니 그게 가능했다. 목욕탕, 이발소, 가게에서 계속 만나게 되지 않나? '사살'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확인사살'까지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진실성인 것 같다. 식당에 가서 조선일보가 놓여있는 것을 봤을 때 '아줌마, 이런 신문을 봅니까' 이렇게 얘기하면 싸움이 날 수밖에 없다. 반찬이 나올 때마다 감사하다고 인사드리며 설명을 하는 것이다. 대신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이유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지 않은 것도 한 요령이다. 우리는 '한 부 절독 운동'을 폈다. 한 부만 끊게 해도 100% 목표 달성 아닌가? 10부면 1000% 달성이다. 그렇게 해서 조선일보 판매 부수가 1500부에서 370부로 내려갔다. 이 정도면 조선일보 입장에서 사고가 아니라 재난 수준이다. 우리가 200가구를 조사해봤는데 조선일보 보는 집이 2곳 나왔다. 운동 전에는 한 집 건너 한 부씩 보던 신문이다."

   
  ▲ ⓒ김원정 기자  
 
-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스피커로 방송을 했다고 하던데?
"자전거가 아니라 무쏘 차를 타고 다녔다. 보닛 밑에 고성능 마이크를 달아 신호등 기다리는 동안 한 번씩 틀었는데 '조선일보는 범죄집단입니다. 조선일보를 보지 맙시다' 이런 내용이다. 40초 분량으로 내가 직접 녹음했다. 반복 재생하지 않고 딱 한 번씩 틀면 사람들도 짜증내지 않고 호기심을 보인다. 그걸 틀고 조선일보 배달 차를 따라간 적도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안티조선운동을 한다고 하면 '그럼 중앙·동아일보는 문제가 없느냐'는 식으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에 대해 한겨레까지 문제가 있다고 답한다. 한국사회 언론의 문제는 그런 일정한 흐름들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차단할 필요가 있다.
신문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판매해서 얻는 수익보다 높다. 조선일보 김효재 전 판매국장이 몇 해전 신문인 모임에서 직접 밝힌 것이기도 하다. 그럼 이 적자를 어떻게 메우겠나? 광고다. 누리꾼의 광고주압박운동은 그런 면에서 조중동에 치명타이다."

   
  ▲ ⓒ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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