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따른 방송광고 판매분야의 단기적 경쟁체제 전환은 미디어산업 전반에 심각한 파급효과를 유발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가 최근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에 의뢰해 작성한 ‘방송광고제도 변화에 따른 매체별 광고비 영향 분석’ 결과다.

▷“조·중·동 3년 후 경영위기”=박원기 KOBACO 광고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진행한 방송광고제도 변화관련 시뮬레이션에서 완전경쟁체제 도입을 가정한 결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일간지 광고시장에 큰 타격이 와 경영상의 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표1 참조). 일간지 광고시장 총 광고비가 현 연 1조6919억 원에서 완전경쟁체제 도입 1년 후 1조2617억 원으로 -28.1%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 ■표 1 - 완전경쟁의 도입 시 현 체제 유지 대비 광고비 변동 (단위 : 억원, % KOBACO)  
 
이는 조·중·동 등 3대 일간지의 점유율을 전국단위 일간지의 43%로 추정한 결과로, 3대 일간지를 제외한 나머지 신문의 타격은 매우 크다. 3대 일간지 광고시장은 현 체제 유지(7275억 원)와 비교했을 때 1년 차에 -13.1%(6325억 원)로 시작해 3년 만에 -44.2%(4221억 원)까지 감소하지만 기타 일간지 광고시장은 1년 차에 -39.4%(5842억 원)까지 감소해 곧 바로 경영상의 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3대 일간지도 3년이 지나면 여타 일간지와 마찬가지로 경영상 위기가 올 것으로 전망됐다. 신문의 경우 광고비 감소율이 30%를 초과할 경우 경영상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가정했기 때문이다.

전체 방송광고시장에서 약 8%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민방도 연도별 연계판매 감소 비율을 1년 차 50%, 2년 차 75%, 3년 차 100%로 가정한 결과 현 체제 유지 대비 1년 차에는 -20% 이상의 감소가 예상됐다. 종교방송의 경우는 어떤 식으로든 방송광고 판매제도의 변화가 있을 경우(연계판매가 없어질 경우) 광고비가 급속히 줄어드는 것으로 가정해, 완전경쟁 4년 차에는 현 체제 유지 대비 9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지역민방·종교방송도 ‘타격’”=반면 지역민방·종교방송을 제외한 전체 지상파방송 광고시장은 현 체제 유지와 비교했을 때 1년 차에는 거의 증가가 없으나 점차 증가해 4년 차에 약 70%까지 증가, 약 3조8000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케이블과 인터넷으로 구성된 뉴미디어 광고시장 역시 현 체제 유지와 비교했을 때 1년 차에 36.3%로 시작해 4년 만에 약 50% 정도까지 증가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국내 경제가 저 성장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방송광고시장에서 경쟁체제가 도입돼도 국내 총 광고비는 추가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가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매체환경을 고려할 때 방송광고시장 경쟁체제 도입으로 방송광고 단가가 오를 경우 기존 방송광고주 중 소형광고주들은 매체집행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케이블TV로 이동하고 대형 광고주는 신문광고비 예산을 전용하는 것으로 내다봤다.

잡지와 옥외 매체의 광고비는 전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고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방송광고시장에서 경쟁체제가 도입돼도 시장이 축소되지 않을 것으로 가정했다.

아울러 시뮬레이션 결과 취약매체의 광고비가 감소해 마이너스가 될 경우에도 광고주는 예산을 증액하거나 잡지나 기타광고비를 조정하는 방식을 추가적으로 취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광고효과 이외의 변수는 차단한 것이다.

   
   
 
▷지상파 3사 성장, 공익적 규제는?=물론 현 체제를 유지한다고 해도 신문을 포함한 인쇄매체의 광고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방송매체는 30% 내외의 점유율 속에 성장률 면에서 주춤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방송광고판매분야의 완전경쟁체제 도입은 취약매체 광고비 축소를 급격히 불러일으킨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박원기 KOBACO 연구위원은 “상업주의 심화 및 유료서비스의 확대가 예상되는 방송통신융합 환경에서 무료 보편적 서비스 제공자인 지상파방송의 공익적 가치가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 매체 다 채널 시대에도 지상파방송에 대한 기존의 공익적 규제가 지속적으로 유지·발전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 연구위원은 또한 “방송광고판매 분야의 경쟁체제 도입은 매체 간 합리적 재원 배분을 통한 매체간 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목표 하에서 종합적으로 접근돼야 한다”며 “방송시장구조 개선 및 방송재원정책 차원의 다양한 보완조치도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시뮬레이션 결과와 이를 의뢰한 문화부의 의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먼저 시뮬레이션을 위해 전제를 고정 통제했으나, 일부 전제는 맹점을 포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완전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방송매체 광고단가 인상으로 신문 광고비 일부를 전용한다는 대목이다. 문화부가 지난달 세 차례에 걸쳐 방송·기업 관계자와 진행한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우리 언론 현실에서 신문사에 광고효과만 보고 광고를 집행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방송광고비 총액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지적이 있다.

▷문화부, 광고통제권 선점 노리나=하지만 이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문화부가 이러한 연구를 의뢰한 점,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전략적 규제개혁 방안’ 중 하나로 KOBACO 체제 해소를 꼽은 데 이어, 지난 3월 문화부 관계자는 “방송광고 판매제도 분야도 규제완화라는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출 로드맵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배석자는 “당시 모임의 성격에 대해 문화부에 질문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이런 모임에 왜 참석해야 하는지 지금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문화부가 신설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에 앞서 광고관련 통제권을 선점하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화부는 최근 의뢰한 시뮬레이션에서 방송광고시장에 경쟁체제가 도입돼도 국내 총 광고비가 추가적으로 늘지 않는다는 대전제 등을 문제삼아 이와 다른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6일 “지난주 문화부로부터 ‘2006년 완전경쟁체제가 도입됐다는 것을 전제로 2007년 광고시장을 예상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설문지를 받았다”며 “미래예측이 아닌 과거상황을 전제로 한 설문이기에 작성해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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