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가 한국의 수구신문을 향해 미국 제국주의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평화적 생존에 역행하고 있다며 ‘선전 삐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향신문이 독립언론 1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일 가진 인터뷰에서 리 전 교수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대해 “동남아나 중남미를 봐도 주체적인 주장이 나오는데, 남한 같은 곳은 내가 알기론 없다”며 “거대 자본가들이 지배하는 신문, 수구가 지배하는 신문이 사회의 평화적 생존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 전 교수의 인터뷰는 28일자 경향 1면과 4~5면에 게재됐다.

리 전 교수는 특히 미국이라는 나라의 본질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못한 한국의 수구•재벌 신문들을 향해 “소수의 지배자들이 다수 피지배자들의 두뇌를 마비”시키고 있다며 “그건 선전 ‘삐라’(유인물)”라고 일축했다. 

한국 사회의 지식인을 향해서도 그는 “(이라크 전쟁이) 침략이라는 사실을 몰랐고, 미국인보다 더 미국을 사랑하고, 마치 미국인들을 세계를 구제하는 평화의 사도로 착각하는 인간들”이라고 꼬집은 뒤 “미국 제국주의의 본 목적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끌려 들어가서, 뭔가 그것을 하는 게 도의적이나 당위적으로 실리가 되고 국익이 된다는 한심한 소리를 했다”고 지적했다.

리 전 교수는 “한국 신문이 ‘신문다운 신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미국의 노예 상태로 있는 한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라크 상황도 부시 정권이 들어서서 네오콘들의 계획에 따라 남한의 언론 지식인, 사회적 지도층을 미국식 처리 방향으로 세뇌하고 있다”며 “그런 예산을 데모크라틱 펀드’라고 하”는데, “의회 승인을 얻어 3~4년 전 300만달러를 남한에 들여왔다”고 주장했다.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때도 미국이 전세계 약소국가들의 노동운동, 좌파 단체, 혁신세력을 내부적으로 붕괴시키기 위해 그런 돈을 썼”는데 그 결과로 “가장 폭력적인, 다시 말해 미국의 식민지 제국주의 정책에 하수인처럼 행동하는 그런 세력들”이 내부에 만들어졌고, “미국에 유학한 많은 지식인들, 한국 사회 모든 분야에서 최상에 있는 부류들이 미국 숭배의 기본적 체험에 마취당하고 있”다는 일침이다.

리 전 교수는 “보편적 인류•사회에 대한 생존적 가치를 위해 생각하고, 판단하고, 선악을 구분하고,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을 ‘지식인’으로 규정한다면, “이른바 언론인이라고 하는 신문 만들고 방송하고 그런 사람도 지식인”인데, “퍽 실망스럽다”며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을 보기 힘들다는 게 더 문제”라고 한탄했다.

또 ‘폴리페서’와 ‘폴리널리스트’에 대해서도 “지식인이라는 개념으로 포괄되는 개인이 여러가지 기능에 종사할 수는 있”지만 “그때의 지식인이라는 것은 진정한 지식인이 아닌 기능적 지식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시장경제와 미국식 자본주의, 미국적 생활양식, 미국적 가치관에 푹 젖어버린 지식인에게 (올바른) 행동양식을 기대할 수 있나”라고 반문하면서 “지식인을 기대하려면 미국식 개인주의•물질주의•이기주의 등에 대한 처절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 출신인 리 전 교수는 언론인으로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전문성과 인간적인 성실성, 겸손과 검소함을 꼽았다.

리 전 교수는 “기자라고 거들먹거리고 그러면 안된다”면서 “돈이 흔해지면 권력에 붙게 마련”이므로 “검소하게, 가난하게 사는 데 만족해야 된다. 정치권력, 경제권력, 사법권력…이런 것을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고도 충고했다.

리 전 교수는 “감투 쓰고 나서 자기 아니면 세상이 망할 것처럼 휘젓고 다니는 사람들, 학계•정치•언론계 모두, 그런 인간들이 멈출 줄 모르는 것”이라며 “족함을 알면 욕됨이 없고, 멈출 줄 알면 위험이 없다 (지족불욕 지지불태, 知足不辱 知止不殆)”는 노자의 한 구절을 소개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