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방송위원회가 '서울지역 방송위원회'인지 '전국 방송위원회'인지 헷갈릴 정도로 지방방송에 대해선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방송위원회가 KBS 수신료 60% 인상,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광고 허용 등 굵직한 결정을 내리면서도 지방방송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는 것을 보면, '방송경영위원회'로 문패를 바꿔 달아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갖게 된다."

방송위원회(위원장 조창현)가 올해 12월31일 허가가 만료되는 전국 41개 지상파 방송사업자 재허가 추천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강준만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과)가 7일자 한국일보 칼럼 <방송위원회의 직무유기>에서 방송위를 성토했다.

   
  ▲ 한국일보 11월7일자 38면  
 
강 교수는 이날 칼럼에서 "지방의 낙후에 대해서 '서울 탓'만 할 게 아니라, 가장 반성하고 죄송하게 생각해야 할 사람들이 바로 지방대 교수들과 더불어 방송인들이다. 이 점을 분명히 해놓고 이야기를 해 보자"고 운을 뗐다.

강 교수는 "전북지역의 민영방송인 전주방송(JTV) 노조원들이 지난 10월26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사건은 (방송사업은 돈 버는 걸 주요 목적으로 삼는 기업일 수는 없다는 대전제가 실현되고 있는가 하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있다"며 "9개 지역 민방 중 전주방송의 제작환경이 최하위라는 게 노조 쪽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 교수는 "이 두 가지 결정(수신료 인상 동의, 중간광고 허용 확대)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지방방송 육성이 매우 어려운 일인만큼 그런 파격적인 결정과 연계시켜 추진해야 함에도 방송위원회는 아무런 문제의식조차 없는 직무유기를 범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방송위원회가 방송과 통신의 융합 등과 같은 기술적ㆍ법적 문제로 인한 갈등에 시달릴 대로 시달린 만큼 고충이 많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그 와중에서 죽어나는 건 지방방송"이라며 "지역 민방에 대해선 막판에 인허가 갱신권을 행사하는 충격요법을 쓰지 말고, 평소 점검 체제로 전환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강 교수는 "지역 민방은 KBS 지역국이나 MBC 계열사들에 비해 로컬 편성 비율이 훨씬 높으므로 방송위원회가 깊은 관심을 갖고 발전방안을 모색할 것을 권하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민영방송노조협의회와 지역방송협의회는 6일 방송위원회에 재허가 심사관련 의견서를 제출하며 봐주기식 심사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번 재허가 심사에서 드러난 지역민방의 온갖 폐해를 감안한다면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겉 핥기 심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지역민방은 주식을 편법으로 위장 분산하거나 아침뉴스를 전날 녹화 방송하기도 했다.

방송위는 지난 2004년 지상파 재허가 추천심사에서 SBS와 GTB(강원민방)를 조건부 재허가 추천했으며, iTV 재허가 추천은 거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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