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하얀거탑>이 의료분쟁을 주제로 한 제2막에 돌입하면서 의료드라마를 넘어 한국사회의 총체적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드라마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에 대한 편견 등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본 소설을 기반으로 하지만 한국판으로 리메이크되면서 창조적 해석을 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장면 하나. "너는 동업자의식도 없냐"

"너는 동업자 의식도 없냐." 의료사고로 사망한 권순일의 부검을 도와준 최도영(이선균 분)에게 장준혁(김명민 분)이 하는 말이다.

   
  ▲ MBC <하얀거탑> ⓒMBC  
 
유가족의 부탁을 받고 부검 절차를 설명해준 최도영에게 장준혁은 "친구의 진단을 믿고 어떻게든 부검을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 내부고발자처럼 이게 뭐냐. 넌 동업자 의식도 없어?"라고 다그친다. 장준혁의 말에서 내부고발자는 '악'으로, 동업자의식은 '선'으로 묘사된다.

이어지는 법정 분쟁에서 권순일 측 변호사는 증인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외과 과장 선거에서 반대파에 섰던 의사들도 '명인대병원'이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치고, 다른 병원 의사들 역시 자문조차 해주려 하지 않는다.

지난 11일 방송된 12회는 최도영이 증언에 나서게 될 것임을 암시했는데 만약 현실화될 경우 그가 병원 내에서 얼마나 어려움을 겪게 될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는 황우석 사태의 최초 제보자 L씨의 사례를 연상시킨다.

장면 둘. 골리앗의 무기

권순일 측 인권변호사와 장준혁 측 '드림팀'의 싸움은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여기서 골리앗의 무기는 증거와 법리를 넘어선다. 그들의 진짜 무기는 학연, 지연, 전관예우 등이다. 권순일 측 김훈 변호사의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인 장준혁 측 윤석창 변호사(최용민 분)는 상대를 압도할 '조커'다. 

법정에선 두꺼운 서류 뭉치가 오가지만 정작 문제 해결의 도구는 논리적 정당성보다는 '드림팀'이 가진 '파워'다. 드라마에서 직접적으로 묘사되진 않았지만, 과장 선거에서 돈의 힘을 보여준 장준혁의 장인 민충식(정한용 분)은 이번 사건에서도 그 힘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예상된다.

아직 결말을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개인이 이해집단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보여준다. 소송전에 지친 권순일 환자의 부인은 '하얀거탑'을 향해 소리친다. "아무리 서럽고 억울하면 뭐해요? 들리지도 않는 높은 곳인데……."

장면 셋. 인권변호사=골치아픈 사람?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에 대한 묘사다. 권순일 측 김훈 변호사는 지저분한 사무실에 시간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으로 처음 등장하고, 장준혁 측 고창길 변호사(이인철 분)는 그를 "골치아픈 사람" 정도로 평가한다.

   
  ▲ MBC <하얀거탑> ⓒMBC  
 
한편 시민운동가는 집안의 걸림돌로 묘사된다. 빈민운동가인 이주완 과장의 딸 윤진(송선미 분) 얘기다. 이주완 과장은 산재병원 원장 자리를 눈 앞에 두고 딸의 전력을 이유로 미끄러질 '위기'에 처해 있다.

윤진은 책과 자료들을 갖다버리려는 어머니를 향해 "내가 일하는 것을 고깝게 생각한다는 것은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거야. 그런 사람과 일하지 않는 게 아빠한테도 잘 된 일"이라고 항변하지만 공허한 외침으로 흩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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