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만에 포털을 빼놓고 저널리즘과 미디어 산업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서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미디어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고, 콘텐츠 독식, 언론 여부 논쟁 등을 끊임없이 몰고 다녔다. 이 논쟁들은 '손을 잡다가 등을 돌리는' 포털과 언론사의 관계변화와도 무관치 않다.

   
  ▲ 홍은택 네이버 미디어 담당 이사 (사진 제공=홍은택 이사)  
 
네이버가 지난 9월 초 미디어 기능을 총괄하기 위해 '미디어 담당 이사'직을 신설하고, 동아일보 기자 출신 홍은택(43) 전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편집국장을 영입한 것에 언론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는 메이저 일간지와 인터넷 신문을 오간 홍 전 국장의 경험이 거대 미디어기업 포털에서 어떻게 반영될까라는 기대와 우려도 적잖이 숨어있다.

자신을 정보의 흐름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인 'NAO(Naver Architecture Officer)'로 소개한 홍은택 미디어 담당 이사는 언론계 반응을 전하자 "지금까지 네이버가 법적 책임만 졌다면 앞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고 답했다. 홍 이사는 "네이버의 정보를 안전하고 신뢰성 높은 정보로 만들겠다"며 "내년 1월 네이버 이용자위원회를 만들어 중립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홍 이사는 최근 확정된 뉴스 개편안과 관련해 "언론사에 직접적인 트래픽 이전 효과가 있을 것이고, 실제 서비스를 해보면 상호의존적인 서비스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16일 경기 분당 네이버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신문사들 사이에서 최근 확정된 뉴스개편안에 대한 불만을 보이기도 하는데. 

"현재 세계신문협회가 문제 삼는 것은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아웃링크를 하는 구글이다. 한국에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 구글 방식으로 뉴스서비스를 하라고 하는데, 네이버 서비스는 언론사가 (콘텐츠를) 팔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지만 구글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구글의 행위는 지적재산권 침해다. 그런데 언론사들이 구글식을 이야기하니 답답하다. 뉴스개편안은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고 구글방식으로 아웃링크를 하겠다는 것으로, 최휘영 대표가 언론사 이야기를 듣고 시행한 것이다. 이용자의 편의성을 위해 '일람성'의 가치는 중요하다. 하루 8000개 기사를 대신 읽고, 조간신문의 주요뉴스와 속보를 기준으로 배치해, 언론사별 뉴스박스에서는 모두 아웃링크로 연결해준다. 언론사에 직접적인 트래픽 이전 효과가 있다. 유료로 콘텐츠를 구입하고 오해를 받는 것 같은데, 실제 서비스가 시작되면 상호의존적인 서비스라는 것을 느끼시게 될 것이다."

-언론재단의 디지털뉴스 아카이브 사업에 적잖은 돈을 들여 참여하고 있다.

"수익이 창출되면 좋겠지만 지원의 의미가 있다. 일부에서 '네이버-조선일보'의 경쟁구도로 보기도 하고, 네이버가 언론을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오해다."

-조선일보가 '뉴스뱅크' 사업을 추진 중이다. 광고를 삽입한 기사를 내보내겠다는 것인데, 포털과의 협의가 관건일 것 같다.

"언론사에 수익이 생긴다면 네이버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다만 팝업이나 확인이 안 된 내용의 광고나 정치적 종교적 내용의 광고가 섞이는 등 이용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유보적 입장이다. 광고필터링이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본다."

-언론사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언론사는 훌륭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네이버는 그것을 유통시키는 것이다. 검색을 중심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네이버의 관심이다."

-네이버가 언론사의 콘텐츠를 헐값에 가져간다는 불만도 있다.

"신문사의 요구는 트래픽을 더 가져가거나 돈을 더 가져가거나 두 가지일 것 같다. 사용료가 아주 많이 오르지 않는 한, 트래픽을 더 가져가는 것이 언론사에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언론사와의 수익모델은 연구 중이다. 광고 수익을 생각할 수도 있을 테지만 배너광고 같은 것은 배분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적다. 광고모델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다. 당분간은 제휴 언론사를 늘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 10여개 미만의 매체가 네이버에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인지도를 높이고 싶어하는 언론사들의 제안을 받아 시행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 네이버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언론사를 착취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유료로 전환하거나 아예 빼거나 해서 이 부분을 정리할 생각이다.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부에서 포털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주장한다. 이와 별개로 내년 대선에서 포털이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여지는데.

"고민이 많다. 1일 방문자 수가 1300만 명이고, 한 달 방문자 수가 2900만 명이다. 인터넷 사용인구가 3000만 명이라고 하니, 99%가 네이버를 이용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우리는 어느 후보나 어느 기업에 유리하게 나가면 타격을 받기 때문에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지 않을 수 없다.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1월에 이용자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이다. 언론사에도 독자권익위원회 같은 것이 있지만 형식적으로 운영되는데, 네이버 이용자위원회는 실질적으로 운영되도록 할 것이다."

-포털의 연예스포츠 콘텐츠 배치로 뉴스가 가벼워졌다는 지적이 있다.

"포털을 언론사로 바라보기 때문에 그런 판단을 하는 것이다. 포털은 방송보다 더 다양한 서비스를 한다. 방송사 시청률 1위가 드라마, 쇼라고 해서 방송을 선정적이고 가볍다고 말하진 않는다. 선정성이라는 것은 언론사의 기준으로 봐서 그렇다. 포털은 김치찌개 끓이는 법부터 정치뉴스까지 등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고,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소비가 일어나는 공간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가 연예기사면, 가장 많이 스크랩한 기사는 수능기사이다. 네이버는 뉴스를 통해 다양한 참여를 보장한다. 연예뉴스 등 연성기사가 많다는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고, 비중을 낮추고 있다. 신뢰성을 찾을 것이다."

-포털이 뉴스유통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광고주협회의 최근 조사를 보면, 인터넷을 통해 1주일에 2분 이상 뉴스를 봤다는 사람이 44%이고, 같은 조건에서 신문을 통해 뉴스를 봤다는 사람은 60%였다. 비중이 옮겨가고 있으나 아직도 신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이 많다. 신문은 휴대하기 편하고, 편집의 가치가 드러난다. 포털의 비선형적 뉴스소비가 아닌 신문의 선형적 뉴스소비에 대한 수요가 있다. 다만 지면이 3배 늘고 단위 기사의 양은 줄고, 기사 건수가 느는 과정에서 인터넷의 습격을 받은 것이다. 기사의 양을 줄이니 인터넷 속보와 다를 바 없다. 네이버의 뉴스는 편해서, 아무 때나 최신뉴스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본다고 한다. 포털로 집중되는 현상은 신문사의 양적 경쟁의 그늘과 새 뉴스플랫폼을 선호하는 양상이 겹쳐진 것 같다. 허나 인터넷업계에서 1위는 수시로 바뀌고 절대 강자란 없다. 네이버가 아니더라도 독점 현상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구글의 한국 진출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비책은 있는가.

"구글은 세계적 회사인 만큼 많은 기술력과 서비스, 노하우를 갖고 있다. 해외 규모로 볼 때 구글은 네이버의 경쟁 상대라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조직이다. 일단 국내에서 선의의 경쟁을 할 것인데, 이공계 인력이 정해져 있으니 인력수급에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 네이버는 '첫눈'을 인수해, 내년부터 일본에 검색 서비스를 선보이고, 이미 중국과 미국에서 온라인 게임을 선보였다. 해외에서도 어느 정도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 본다."

-경쟁사인 다음은 IPTV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휘영 네이버 대표도 얼마 전 IPTV에 진출하겠다고 발언했는데.

"아직 특별히 준비하는 것도 없고 원론적 이야기였다. 일부 언론이 부각시켜서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상대적으로 UCC에 대해 소극적인 것 같다.

"콘텐츠 오픈을 표방한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것은 콘텐츠를 담아두겠다는 것이다. 광고시장에서 이미 검색광고가 포화상태인 만큼, 동영상 광고를 차기 수입원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UCC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UCC는 아직까지 짜깁기가 많고, 오리지널 콘텐츠는 부족한 것 같아 진작시키는 것도 좀 그렇다.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 UCC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관심도 많다.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블로그나 카페도 그런 형태이고. 하지만 현재 이야기되는 UCC가 그걸 뛰어넘는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질적으로 안정되고 신뢰성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현재로서 최고의 관심사이다."

-지상파 3사에서 저작권 침해 관련해 공문을 보냈다.

"저작권 침해는 법적으로 '노티스 앤 테이크 다운(Notice and Take down)'이어서 현재 고객센터의 300여명 인력을 통해 '게시중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사후적으로, 저작권이 침해된 것이 있다면 삭제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저작권 침해를 막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고, 곧 관련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지적재산권 보호는 생산과 유통, 공통의 이해가 걸린 문제다. 일부에서 네이버가 그것을 이용해 장사를 하지 않느냐고 보는데, 우리는 사업리스크로 보고 있다."

-동영상 장면 검색 등 지상파 방송사와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는데.

"방송사의 쇼, 드라마 콘텐츠를 디지털화하고, 장면검색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콘텐츠는 저작권자가 갖고, 네이버는 메타DB, 즉 검색 결과만 갖게 된다. 검색된 콘텐츠는 아웃링크돼 방송사 사이트에서 직접 보게 되므로 트래픽은 방송사의 것이 된다. 방송사 사이트는 유저베이스가 적어 유료화에 대한 답이 안 나오는데, 유저베이스가 큰 폴랫폼인 네이버랑 상충되지 않는 한 같이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네이버는 원하는 검색값을 얻고, 방송사는 트래픽을 가져가는 윈-윈구조가 될 수 있다."

-네이버 플랫폼이 앞으로 얼마나 유효할 거라 보는가.

"사람이 모이고 있는 한 어떤 형태로든 유통기능은 계속 될 거라 본다. 시의성이 있든 없든 정보유통의 공간이 된다고 본다."

-일간지와 인터넷신문 양쪽을 다 경험한 사람으로서 신문사에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신문사 입장에서는 자사 닷컴을 플랫폼화하거나 질적으로 우수한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두 개를 다 할 수 없다면 하나를 강화해야 한다. 질적 차별화를 꾀하고 싶다면 그것은 이용자의 편의성을 능가해야한다. 정보 집산지에는 없는 우수한 콘텐츠를 확보해야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 두 가지 외에 다른 방안은 없다. 플랫폼화는 많은 물적 투자가 필요한 만큼, 좋은 기사를 생산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질적 차별화를 이뤄내야 하고, 브랜드를 강화해야 한다. 사람들이 네이버에서 보는 모든 뉴스를 네이버 뉴스로 인지한다는 것은 오해다. 일관되게 좋은 기사가 나오면 그 언론사를 인지하게 되어있다. 결국 언론사를 인지하게 하는 힘은 언론사가 갖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성격이 다른 여러 매체를 경험했기에 안팎에서 주목하는 바가 큰 것 같다. 어떤 가치에 초점을 두고 일을 할 생각인가.

"한 기업에는 법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이 있는데, 지금까지 법적 책임만 졌다면 앞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 최근 신설한 '24시간 안내센터'나 '고침기사 모음'은 신뢰성 확보의 한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다. 네이버에 정보가 많을 뿐 아니라 네이버의 정보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신뢰성에 가장 큰 방점을 찍고 있고 회사에서도 그런 것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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