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러다가 학생들 체하기라도 하면 어쩌나."

2007학년도 수능 시험 2교시가 끝난 서울 필운동 배화여고 고사장 21시험실. 교육부는 점심시간에 교실 밖에서만 취재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일부 언론사는 교실 안까지 들어가 학생들 인터뷰를 했다.  

밥먹는 수험생 돌아가며 인터뷰 시도

   
  ▲ 한 방송사 취재진이 16일 서울 필운동 배화여고 교실 안까지 들어가 점심을 먹고 있는 수험생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YTN 취재진은 낮 12시35분쯤 학생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21시험실 안으로 들어가 학생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상당수 학생들은 놀라며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취재진은 교실을 한바퀴 돌며 인터뷰를 시도했고 그 중 일부 학생들은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교실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한겨레 김봉규 기자는 "저러면 안되는 것 아니냐. 학생들이 체하겠다. 우리는 시험 보는 학생들에게 지장을 줄까봐 밖에서 사진을 찍기도 조심스러운데…"라고 말했다.

한겨레 김 기자는 교실 안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YTN 취재진에게 "수능 고사장 출입규칙상 교실 안에서는 (점심시간 인터뷰를) 못하게 돼있다. (그렇게 하면) 전체 기자들이 비판을 받는다. 아이들 편하게 밥 좀 먹이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YTN 취재기자는 "(점심식사 중에 교실에 들어가선 안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그렇게 됐다. 죄송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험생들 "밥먹다가 놀라…밖에도 인터뷰할 학생들 많은데"

   
  ▲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고 있는 16일 방송사 취재진들이 서울 필운동 배화여고 시험장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수험생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식사를 마치고 나온 수험생 김지애(덕성여고)씨는 "갑자기 카메라를 비추는 바람에 밥 먹다가 놀랐다. 교실 안까지 들어오는 것은 좀 그런 것 아니냐. 밖에도 학생들 많은데 굳이 안에까지 들어와서 했다. 이런 식의 취재는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1시험장에 있던 다른 학생들도 "조금 그랬다. 안 좋았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밝힌 고사장 취재시 지켜야할 사항에는 "점심시간(12시30분∼13시10분)까지만 시험실(교실) '밖에서' 취재 가능하며, 13시17분부터 듣기평가 방송이 시작되므로 준비령이 울리기 전까지(13시15분) 시험장 밖으로 퇴장"하도록 명시해두고 있다.

YTN과 MBC 취재진이 교실 밖에서 학생들을 인터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배화여고 고사장을 취재하던 취재진은 이날 오전 시험 시작 전에도 교실 안에 들어와 플래시를 터뜨리며 TV 카메라와 사진 촬영을 했다. 수험생 박혜진(이화여고)씨는 "아무래도 시험보러 온 학생들한테 카메라 촬영을 하는 것은 좀 그렇다. 밖에서 취재, 촬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교실 안까지 들어오는 것은 부담되는 일이다. 가뜩이나 긴장되고 예민해져 있는데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김봉규 기자는 "수능 때마다 취재경쟁 때문에 여러 학교가 취재제한을 두고 있지만 배화여고는 그중 융통성이 있게 취재를 허용하는 곳 중 하나"라며 "조심스럽게 학생들에게 부담주지 않는 선에서 취재를 해야지 학생들이 식사하는 데까지 가서 마이크를 들이대면 체할 수도 있다. 취재의 기준을 언론인 스스로 조심스럽게 지키고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풍문여고, 기자들 교실 출입 일체 금지

   
  ▲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배포한 <언론보도 및 취재협조 계획>  
 
한편, 부근의 다른 취재 대상 고사장인 서울 종로구 안국동 풍문여고는 기자들의 교실 출입을 일체 금지했다. 박정숙 풍문여고 교무부장은 "시험장 책임자인 학교 교감이 오늘 오전 기자들에게 '교실 출입을 일체 삼가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수능 시험장 취재 대상으로 배화여고 풍문여고를 비롯해 모두 11개교를 지정했다.

박 부장은 "학생들의 거부반응이 너무 심해 오늘은 교실에 일체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며 "학생들에게도 기자들과 접촉을 삼가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박 부장은 "평상시 각종 학력평가나 모의고사 때에도 기자들의 취재에 대해 학생들이 '나가라'고까지 할 정도로 예민하고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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