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를 둘러싼 '난자 윤리' 논란에 이어 연구결과 자체의 진위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학담당 기자들이 그간의 보도를 반성하는 입장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 한국과학기자협회 홈페이지(www.scinews.co.kr)
한국과학기자협회(회장 이기수·국민일보 전문기자)는 30일 열린 '2005 과학 언론인의 밤'에서 '과학보도 윤리선언'을 발표하고 "그동안의 과학보도는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말초적이고 선정적인 이슈를 캐는 데 급급해왔다"고 그동안의 보도태도를 반성했다.

과학기자협회 이기수 회장은 1일 "언론은 기사에서는 황 교수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문제가 되면 자기만은 만나달라고 한다"며 "궁금증을 해소하는 게 기자의 역할이지만 과학기자 입장에서 볼 때 황 교수의 '경호'나 '거처'가 이번 사안의 본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기수 과학기자협회장 "기자들 충분히 검증한다면 거짓연구 못할 것"

그는 '난자윤리' 보도에 대해 "과학기자라면 난자채취 절차에서 여성 인권을 훼손할 우려는 없는지, 막으려면 어떤 장치가 필요한지 등을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기사화 했어야 했는데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실 전달에 집중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보도가 일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기수 회장은 최근 제기된 '진위 논란'과 관련해서도 "과학기자라면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 본질에 근접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섀튼 교수의 발언을 전달하는 데만 그치지 않았나 반성도 했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충분히 검증한다는 것을 연구자들도 안다면 거짓 연구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황 교수 건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일단 일부 언론의 문제제기가 있으니 명쾌하게 털 건 털고 가는 게 원칙"이라며 "이번 연구가 국익과 연결되는 만큼 호기를 놓쳐서도 안된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한 노력의 한 축에 과학기자들이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MBC 'PD수첩' 팀에 대한 네티즌들의 사이버 테러와 관련해 이기수 회장은 "언론은 진실을 알려야 하는데 파문과 후유증이 두려워 책상서랍에 넣어버린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학기자상에 MBC 조문기 기자, 한겨레 안영진 기자

한편, 30일 과학언론인의 밤에서는 과학기자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과학기자상'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2005년에는 MBC 조문기 기자와 한겨레 안영진 기자가 선정됐다

안영진 기자는 줄기세포 연구 관련보도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조문기 기자는 과학문화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가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30일 과학기자협회가 채택한 과학보도 윤리선언 중 '과학보도에 임하는 기본자세' 전문이다.

과학보도에 임하는 기본자세
 
1. 인간배아 복제 줄기세포 연구 등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는 과학기술 연구의 성과물은 한국사회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인식 아래 최대한 신중하게 보도한다.
 
2. 새로운 과학적 발견 및 발명에 관한 취재 및 보도는 연구팀 관계자 등 이해당사자의 발언에만 의존하는 것을 지양하고, 이해관계가 없는 국내외 관련 전문가의 견해를 반드시 확인한다.
 
3.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취재 및 보도는 철저한 사실확인을 토대로 하여 자칫 왜곡, 과장되어 전달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4. 과학적 사실에 관한 취재 및 보도를 함에 있어 결과를 함부로 예단하지 않는 것은 물론 추측보도를 자제한다.
 
5. 우리나라 과학연구 문화 및 윤리 수준이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난자 파문'을 계기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이바지한다.
 
6. 〈사이언스〉, 〈네이처〉 등 국제 과학저널의 엠바고(보도제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존중한다.
 
7. 과학적 사건을 보도함에 있어 '세계 최초' 또는 '국내 최초'라는 표현을 삼가고 그것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인지를 고려한다.
 
8. 우리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의 방법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는 그런 지식들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단편적, 과학적 사건을 보도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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