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경재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동원그룹이 50억원을 노무현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고 주장하자 각 신문사들이 동원그룹의 실명표기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일부 신문은 가판에 실명을 썼다가 동원 측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하자 배달판에서 익명처리하기도 했다.

한겨레신문과 세계일보는 가판과 배달판 모두 ‘동원산업’을 실명으로 표기했고, 경향신문과 동아일보는 각각 D사와 ㄷ사로 이니셜처리했다. 한국일보와 서울신문·국민일보는 가판에서 ‘동원’이라고 밝혔다가 배달판에서 각각 알파벳(익명)과 D사로 이니셜처리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가판에서 이니셜처리했지만 배달판에서는 실명을 밝혔다.

실명보도했다가 배달판서 익명처리한 한국일보 윤승용 정치부장은 “김 의원의 일방적 주장으로 동원산업이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알파벳으로 처리했다”며 “동원측의 협조요청 보다는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이 영향을 좀 미치긴 했다”고 설명했다. 실명보도했다가 배달판에서 이니셜로 처리한 서울신문 김영만 편집국장은 “김경재 의원의 위치로 미뤄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말이라는 판단에 5판(가판)에 동원참치로 내보냈는데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직접 사실무근이라고 완강히 부인해 회의를 거쳐 바꿨다”며 “기업인이 자신의 실명을 걸고 완강히 부인한 것은 정치인 발언과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명을 끝까지 고수한 한겨레신문 편집국의 한 간부는 “김 의원이 동원산업이라고 발언한데다, 어느 정도 따져보면 ‘동원’임을 알 수 있는 상황에서 D사라고 표기한들 법률적으로 명예훼손이 면탈되지는 않는다”며 “사실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고 쓴 기사였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동원산업 측 반론을 충분히 실었다”고 밝혔다.

배달판까지 이니셜처리한 동아일보의 이동관 정치부장도 “폭로의 근거가 불명확하고 물증도 없으며 정황만 있는 정도라 자칫 애꿎은 기업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점을 고려했다”며 “‘김 의원이 자신 있게 내놓은 주장인데 크게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 의견이 있었지만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명을 쓰는 것은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그러나 3일부터는 국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되기 때문에 2월3일자 배달판부터는 실명을 쓰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대다수 신문들이 김 의원의 폭로가 일방적 주장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도에 신중을 기한 반면 세계일보는 김 의원의 발언 내용을 사실로 확신하고 실명보도한 경우이다. 세계일보 조민호 정치부장은 “민주당이라는 공당의 신의성을 믿었으며 내용 자체도 믿을만 했다”며 “동원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다 이름을 공개해 왔다. 이를 통해 억울한 기업이 생길 시에는 그에 따른 적절한 대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동원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당초 실명보도한 언론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중재신청할 것을 검토했으나 김경재 의원에 대한 소송 뒤 다들 우리 입장을 제대로 반영해 줘 언론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문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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