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 서거10주기 준비 기자간담회가 23일 오전 노무현재단(이사장 유시민)에서 진행됐다. 노무현재단은 노무현대통령 서거10주기를 맞아 5월 한 달 간 전국 각지에서 추모행사를 연다. 5월23일 추도식을 비롯해 대전·광주·서울·부산 4개 권역에서 유시민 이사장이 참여하는 시민문화제를 열고 오는 25일에는 노무현재단-김대중도서관 공동학술회의도 연다. 학술회의에는 유시민 이사장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박명림 김대중도서관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이날 유시민 이사장은 “10년 주기는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며 10주기 슬로건으로 ‘새로운 노무현’을 꼽았다고 밝혔다. 유시민 이사장은 “애도가 끝나면 작별의 시기다. 지금까지 재단이 애도와 추모에 중심을 두고 있었다면 10주기를 맞아서는 시대적 과제를 재발견하고 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무현 정신을) 확산·발전하는 쪽으로 나가보려 한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 집약되어 나타난 것이 참여정부 국정방침”이라며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균형발전,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라는 참여정부 3대 국정방침을 강조했다.

10주기 추도식은 유정아 IPTV방송협회장(전 노무현시민학교 교장) 사회로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공식추도사를 낭독한다. 추도식 당일에는 1인 운행요금 8만2200원(조식·석식 포함)으로 서울↔봉하 열차를 운영한다. 노무현대통령 저서와 말글집 등 총 7권을 엮은 ‘노무현 전집’(돌베개, 2019)도 5월3일 출간을 앞두고 있다. ‘미생’ 윤태호 작가가 재단과 함께 준비한 10주기 상품도 곧 온라인에 판매할 예정이다. 유 이사장은 “(10주기 행사는) 예전에 비해 발랄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한편 노무현재단은 오는 6월부터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가칭) 노무현시민센터’를 착공한다고 밝혔다. ‘경계 없는 건축’을 콘셉트로 지하3층, 지상3층으로 구성됐으며 공연장과 미디어센터, 강의실, 공유사무공간, 대통령의 서가, 카페테리아, 재단 사무공간이 들어선다. 2021년 5월 개관한다. 앞서 재단은 2015년 1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536평의 부지를 경매로 매입했다. 사업비는 380억원이며 국고보조금 115억원과 재단후원적립금 165억원을 쓴다. 부족한 100억원은 건축모금 캠페인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천호선 ‘노무현시민센터’ 추진단장은 “노무현재단 설립당시부터 (센터 건립) 계획이 있었지만 건축물 지원승인이 2014년에서야 났다”고 밝혔다.

▲ 노무현대통령 서거10주기 준비 기자간담회에서 유시민 이사장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 노무현대통령 서거10주기 준비 기자간담회에서 유시민 이사장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현실로 고인을 소환할 때, 인간에 대한 예의 해치지만 않는다면…”

유시민 이사장은 질의응답에서 노무현대통령이 정치권에 계속 등장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뉴스1 기자 질문에 “고인이 현실정치에 소환되는 건 불가피하다. 다만 현실로 고인을 소환할 때 인간에 대한 예의, 사회적 규범, 그걸 크게 해치지만 않는다면 문제될 게 없다. 삶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소환하는 게 아니라, 감정배출의 수단으로 다른 사람의 존엄을 훼손하는 경우, 고의적인 경우에 대해서만 최소한의 대응을 하고 있고 이 같은 방침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홍카콜라’와 함께 ‘알릴레오’ 공개방송을 하려하는 취지를 묻는 KBS 기자 질문에는 “우리가 먼저 제안했다. 홍카콜라 쪽에서 OK답을 받았다. 특별한 취지는 아니고 만나서 얘기 좀 해보자는 것이다. 나는 대화의 힘을 믿는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 현실의 문제에 대해 평소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이 대화하는 건 좋은 일이다. 항상 대비되다보니까 알릴레오와 홍카콜라가 (양쪽의) 극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얘기를 하면 좋지 않을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논의해야 한다. 10주기와는 관련 없다. 5월23일 이후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총선·대선에서 역할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정치권에 선을 그어달라는 뉴스핌 기자의 질문에는 “더 선을 어떻게 그어야 하나. 그렇게 말해도 안 믿어주면 말로는 방법이 없다. 그런 말씀은 그분들의 희망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제 인생은 제가 결정한다”고 답했다.

여전히 여론조사 순위권으로 나오는데 기분이 어떤지, 알릴레오 중간평가를 해달라는 어느 기자 질문에는 “아직 중간평가 하기는 이르다. 조회수나 구독자수로 기록 만들 생각이 없다. 필요한 분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선후보 여론조사는 전보다 (지지율이) 내려가고 있어서 안심이다. 계속 내려가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SBS 기자 질문에는 “여기서 말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포괄적으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부 수립 이후 시대정신이었던 세 가지 이슈 가운데 민주주의 위기는 상당부분 많이 해소했다고 생각한다. 서민경제 위기는 해결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 세 번째 한반도 평화 문제는 갈림길에 와 있다. 고비가 남아있다.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 유시민 이사장을 취재하기 위해 둘러싼 사진기자들. 사진=정철운 기자
▲ 유시민 이사장을 취재하기 위해 둘러싼 사진기자들. 사진=정철운 기자
“직업으로서의 정치 떠난 것, 대한민국 주권자로서의 정치는 계속”

정치에 거리를 두고 있는데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정치는 가능하고 지금도 어떤 의미에서 정치를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이냐는 문화일보 기자 질문에는 “정치가 뭐냐. 정치의 정의, 우리가 정치라는 말을 쓰는데 내가 이해하는 정치는 국가권력의 기능과 작동방식에 영향을 미치려는 개별적·집단적 활동이다. 내가 알릴레오 하는 것도 정치고, 투표도 정치다. 내가 어떤 정당을 후원하는 것도 정치다. 이런 의미의 정치는 모든 시민의 권리이고 의무이다. 저는 그런 점에서 정치를 하고 있고 그건 모든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이게 제일 넒은 의미에서 정치이고, 죽을 때까지 할 것이다. 좁은 의미에서 정치, 직업으로서의 정치, 이것은 다른 문제다. 국가권력의 기능과 작동방식에 영향을 미치려는 활동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다. 내가 정치를 떠났다는 것은 직업으로서의 정치, 이걸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 주권자이기 때문에 정치를 떠날 순 없다”고 답했다.

지난 10년 간 노무현대통령이 없어서 아쉬웠던 순간이 없었느냐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는 “매 순간이 아쉬웠다. 노무현은 꽤 괜찮은 토론자였다. 상대방에게 다양한 형태의 지적 자극을 주는 분이었다. 안 계셔서 아쉽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노 대통령이 이 이슈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을까. 오래오래 사시면서 (사람들과) 정서적·지적 교류 하셨더라면 그것도 괜찮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마지막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그때로 돌아가기 싫다. 그 때 상황은 정상적 상황이 아니었다. 검찰 조사 받고 오셔서, (검찰이) 기소도 안 하고 아무 결정도 안 하고, 계속 이상한 정보를 흘려 인격적 모욕을 줬다. 10년 전 4월19일 독대가 마지막이었다. 즐겁게 해드리려고 간 거여서 3시간 동안 많이 웃게 했다. 만약 10년 전으로 간다면, 가기 싫지만, 지금이 그 때라면 또 그렇게 할 것 같다. 다만 몇 시간이라도, 행복했던 순간, 즐거웠던 순간 이야기 나누면서 다 잊어버리고 잠시라도 웃을 수 있게 하고 싶다. 그 때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생각하는 것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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