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한 여성 사진) 낮 4시에 다녀왔어요. 20살입니다.
B : 노하우 좀...
A : 돈 내고 가는데 노하우가 어딨어요 ㅎㅎ
C : 돈 내고 시작해서 돈 안 들게 다듬는 거죠
D : 어디 얼마예요?
A : 태국인데 한 3000바트, 10만원 정도?
D : 태국가야겠다.
E : 형 연락처 뭐예요. 사부로 모시고 싶어요. (2018년 1월22일 0시10분께)

불법촬영물 유포, 성폭력 피해자에 2차 가해로 논란이 된 기자들 카카오톡 대화방에선 성 구매 경험도 무용담처럼 다뤄졌다. 한 참가자가 상대 여성 사진을 올리면 서로 돌려 보며 외모 품평을 했고 어느 성매매 업소가 ‘좋은지’ 추천도 했다.

문제 카톡방 이름은 ‘시가 흐르는 문학의 밤(문학방)’. 200여명 기자들이 취재정보를 나누는 ‘정보공유 카톡방(정보방)’에서 별도로 파생된 소규모 대화방으로 추후 ‘기형도 시인 30주기 추모 문학방’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인원은 20명에서 100여명까지 꾸준히 변동됐지만 대화를 주도하는 이는 10명 안팎으로 일관됐다. 이들은 2년 넘게 불법촬영물, 포르노사이트 링크 등을 공유하면서 즉석 만남·성매매 후기도 자주 나눴다. (관련기사 : 기자 단체 카톡방에 “성관계 영상 좀”여성 피해자 장난감 취급한 기자들)

▲ 단체 카카오톡방 대화 자료 사진. 디자인=이우림 기자
▲ 단체 카카오톡방 대화 자료 사진. 디자인=이우림 기자

성매매 후기는 2018년 1월 활발히 공유됐다. 대화를 주도하던 A씨가 태국을 가면서다. 그는 1월22일 태국에서 ‘10만원’에 성 구매를 하며 상대 사진을 문학방에 올렸다. 그는 이틀 전 20일에도 한 여성의 사진 3장을 올리며 “월요일 full-time으로 놀 아가씨, 이번에는 진짜 여자 맞음. 400불 정도네요”라고 적었다. 제지하는 참가자는 없었다.

A씨는 2017년 11월29일에도 해외 성매매 후기를 남겼다. 중국 출장을 간 그는 “맨 마지막 날엔 대○방(유사성행위업소) 350위안이라 해서 지인이랑 갔다. 지인만 (성 구매를) 했는데 조선족 아줌마가 ‘VIP클럽을 오면 어떡하냐’며 10000위안을 내라 했다”고 썼다. 그가 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다른 참가자들은 ‘더 말해보라’며 부추겼다. 어떤 이는 ‘부럽다’고 남겼다.

이들은 성매매 업소 정보도 나눴다. 한 대화 참가자가 “선릉역 오피(오피스텔 성매매) 정보 좀 알 수 있나요?”라 묻자 A씨는 “10%(텐프로·유흥업소 종사자 은어) 종종 가시는 분?”이라 말했고 그는 “디***(업소)는 두어번 가봤네요”라 답했다. 2018년 1월29일 대화다. 2월27일 A씨가 성매매 홍보지를 올리자 한 참가자는 ‘저 분 별로’라고 후기를 남겼다. “자세한 후기 좀 풀어달라”는 답이 달렸다.

▲ 2018년 1월22일 A씨가 태국에서의 성매매 후기를 적고 있다. A씨는 상대 여성이나 그와 나눈 대화 캡쳐 사진을 올렸다.
▲ 2018년 1월22일 A씨가 태국에서의 성매매 후기를 적고 있다. A씨는 상대 여성이나 그와 나눈 대화 캡쳐 사진을 올렸다.

외모 품평은 일상이었다. 대부분 소개팅 앱을 통해 만난 여성이 앱에 올린 사진이나 둘의 대화 내용 캡쳐 사진이었다. 그러다 2018년 2월25일 불법촬영물을 요구하는 취지의 카톡도 나왔다. 한 참가자가 “성관계하는 사진을 올리시던가 맨날 카톡 주고 받는 거 (올리냐)”고 썼고 A씨는 “다음엔 성관계 사진으로 올리겠다”고 답했다. ‘먹다’, 먹힌다‘ 같은 노골적 표현도 스스럼없이 나오는가 하면 술이나 약물에 취해 쓰러진 여성의 무방비 상태를 일컫는 은어 ‘골뱅이’도 장난스럽게 언급됐다.

이 카톡방은 현재 ‘폭파’됐다. 방에서 불법촬영물 공유가 이뤄진 사실이 공개된 지난 19일, 대화를 주도한 참가자 10여명은 모두 카톡방을 나갔고 방 링크는 삭제됐다. 자신을 일간지 사회부 기자라 밝힌 ‘문학방‘ 개설자는 기존 정보방에서도 탈퇴했다.

기자들 정보방을 총괄하는 운영자는 논란 후 별개 이유로 방 이동 계획을 알리고, ‘야동 공유 금지 조약’과 ‘기사화 불가 조약’을 약속하자며 자정 노력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운영자도 지난해 3월15일 “가수 설○ 유출사진 구한다”거나 가구회사 한샘의 성폭력 피해자 사진이 공유될 때 적극 제지하지 않았고 ‘나는 당일 인트라넷 캡쳐본 싹 받았다’는 카톡을 올리기도 했다. 운영자는 정보방에 성적인 대화가 나오면 ‘이쪽으로 가라’며 문학방 링크를 공유했다.

▲ 기자들 '문학방'에선 여성의 사진이 일상적으로 게시됐다.
▲ 기자들 '문학방'에선 여성의 사진이 일상적으로 게시됐다.
▲ 기자들 단체카톡방 총괄 운영자가 연예인의 유출사진을 요구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논란 후 기자들의 반응.
▲ 기자들 단체카톡방 총괄 운영자가 연예인의 유출사진을 요구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논란 후 기자들의 반응.

지금까지 확인된 불법행위는 크게 2가지다. 불법촬영물 유포와 성매매다. 성폭력특별법 14조2항과 정보통신망법 44조의7은 음란한 음향·화상이나 영상, 비동의 촬영물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히 전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성매매처벌법 4조는 성매매를 금지하며 성 구매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일각에선 ‘사건 정보를 빨리 파악해야 하는 기자들의 정보 공유는 불가피하다’지만 언론인 또한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60명의 경찰, 검찰, 판사가 똑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가정해보라”고 했다. 성폭력 등 형사사건 정보를 다루는 직업엔 그만큼 엄격한 윤리가 요구된다는 잣대를 기자들이 스스로에게 적용해야 한단 지적이다. 김 부소장은 “만약 경찰이 정보를 이리 취급했다면 비판기사가 수두룩하게 나왔을 것”이라며 “성폭력 피해자 정보, 불법촬영물 내용을 봐야 기사를 쓸 수 있느냐? 사건 본질과 무관한 정보를 ‘필요한 정보’라고 칭하는 건 어불성설”이라 밝혔다.

이 사건은 여성가족부가 지난 1일부터 추진한 오픈채팅방 내 불법촬영물 집중 단속 대상에 속한다. 여가부는 오는 5월31일까지 약 60일간 지역 관할 경찰서와 협업해 단체채팅방 내 △불법촬영물 유포·공유 △성매매 조장·유인·권유·알선 △음란성 문구 등 불법정보 유통 사이버공간 내 성범죄 등을 행위를 중점 단속한다. 점검 과정에서 채팅방 내 불법촬영물이 발견되면 여가부는 경찰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 문학방에선 지난 2월14일 ‘버닝썬 2차 유출영상’이라 불린 불법촬영물과 지난해 10월12일 한 남·녀의 성관계 영상 등이 공유됐다.

한편 지난 22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기자 단체 카톡방’의 수사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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