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추모 시설을 만드는 데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나는 세월호 희생자들이 국론을 분열시키는 국내 정치적인 의도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본다.” (조선일보 4월6일 ‘과연 광화문광장이 적절한 공간일까’, 마이클 브린 전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세월호에 편승해 전 대통령과 정권을 몰아내는 데 성공한 세력이 ‘세월호’가 고마워서라도 세월호를 쉽게 접을 수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조선일보 4월9일 ‘文정부, 도덕적 우월감의 극치’, 김대중 칼럼)
“억지에 가까운 의혹들이 여전히 횡행하고 또 ‘책임자’들을 처벌하겠다고 한다.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미련을 버릴 줄 모른다.”(조선일보 4월17일 사설)
지난 21일 KBS ‘저널리즘 토크쇼 J’도 조선일보 해당 칼럼을 도마 위에 올렸다. 첫 번째 마이클 브린 전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이 던진,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추모 시설을 만드는 것이 적절한가에 관한 토론이 진행됐다.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마이클 브린은 광화문 광장을 일종 영광의 장소로 생각하는 것 같다. 세종대왕 혹은 이순신 장군이 있어야 할 영웅들의 자리여야 한다고 말이다”라고 밝혔다.
송 교수는 “제가 생각할 때는 그곳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시작되고 또 좌절되기도 한 곳이며 또다시 시작된 곳”이라며 “이른바 촛불 혁명이 일어난 곳이기 때문에 (마이클 브린은) 어떤 장소의 의미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계신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안톤 숄츠 독일 ARD 기자는 “팽목항에 세월호 추모 시설을 만들려고 하면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지만 세월호 참사가 광화문에서 발생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꼭 맞진 않는다)”라며 “세월호 추모 시설을 광화문에 설치하면, 5‧18도, 4‧3 사건도 그 자리에서 하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꼭 반대한다기보다 그 자리가 맞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준희 교수는 조선일보가 마이클 브린을 통해 ‘복화술 저널리즘’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정 교수는 “저는 이런 방식을 ‘복화술 저널리즘’이라고 부른다. 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누군가한테 마치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의견’을 얘기하라고 한 뒤 자신의 맥락 속에 가져다 쓰는 방식”라며 “바로 김대중 전 주필이 쓴 기사가 그렇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6일 마이클 브린 칼럼을 인용하며 글을 시작한 4월9일자 ‘김대중 칼럼’은 다음과 같다.
“엊그제(4월 6일) 마이클 브린 전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이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읽고 한편 부끄럽고 한편 참담했다. (...) 다만 이제 그만해도 될 때가 됐다는 생각이었고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겼으면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글로 쓰지 못했다. 편리하게 외면한 것이다. 집권층과 좌파 세력의 반대를 키워주고 싶지 않았고 세월호 희생자 모독이라는 ‘딱지’가 싫어서였을 것이다.” (4월9일 김대중 칼럼 가운데)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도 “침묵을 창피해 하시는 분이, (세월호에) 정작 침묵했던 것, 창피해야 할 침묵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 세월호 문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자꾸 (의혹을) 덮어서 헷갈리게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주류 언론인들은) 세월호 당시 침묵을 넘어 사실을 분칠했던 사람들”이라며 “마치 이 사건이 다 해결됐고 이제와 침묵한 것에 미안하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건 후안무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