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14일 오후 2시26분
A : 버닝썬 2탄이 있다고 합니다
B : 우어어어어
방장 : 1분 56초, 1탄과 동일한 플레이지만 여성이 완전히 물뽕에 취해 있습니다
D·E : 공유 부탁합니다

△월△일 오후 4시47분
방장 : 북창동 완전 죽었나요? 아직 그 명성을 잇는 곳이 있나요?
F : 질펀하게 놀고 싶네요
G : 가성비 따졌을 때 택시타고 강남가는 걸 추천드려요. 강남의 북창동식
방장 : G님 업소나 실장 추천 가능할까요? 낼 3명
H : [Web발신] 강남 풀클럽 @2차포함 언니 100명 대기중 010-7***-5*** https://goo.gl/x*****

60여명이 있는 익명 카카오톡방 ‘기형도 시인 30주기 추모 문학방’(이하 문학방)의 대화 일부다. 이 방은 기자들이 익명으로 모여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한 ‘정보 카톡방’에서 파생됐다. 각 100여명씩 모인 정보방 두 군데에서 채팅방 링크를 알려 인원을 모았다. 방장은 정보방에선 “거시기/일간/사회부” 예명을, 문학방에선 ‘거시기’를 쓴다. 일간/사회부는 일간지 사회부 기자란 뜻이다.

이곳은 불특정 다수가 모인 정보방에선 자유롭게 얘기하기 어려운 소재로 잡담한다. 쉽게 말해 성적인 표현이나 농담이 허용된다. 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불법의 선을 넘나들었다. 불법촬영물 공유나 성매매 업소 추천을 요구하는 대화가 여러 번 이뤄졌다.

▲ 불법촬영 사건 기사가 뜨면 공유요청이 달렸다. 사진=DSO 제공
▲ 불법촬영 사건 기사가 뜨면 공유요청이 달렸다. 사진=DSO 제공
▲ '버닝썬 2탄' 영상을 요구하는 대화(왼쪽)와 대화 직후 불법촬영물이 공유된 대화(중간). 가수 정준영씨가 속옷 차림의 여성들과 찍은 사진(오른쪽)도 공유됐다. 사진=DSO 제공
▲ '버닝썬 2탄' 영상을 요구하는 대화(왼쪽)와 대화 직후 불법촬영물이 공유된 대화(중간). 가수 정준영씨가 속옷 차림의 여성들과 찍은 사진(오른쪽)도 공유됐다. 사진=DSO 제공

디지털성범죄 근절 운동단체 ‘디지털 성범죄 아웃(DSO)’이 입수한 카카오톡 기록을 확인한 결과 이들은 불법촬영 피해자 신상도 공유했다. 양예원씨의 성추행 피해 사건이 알려질 무렵 다른 피해자들 실명을 언급하며 “유출본이 궁금” “저도” “굽신굽신” “예명 아시나요” 등의 대화를 나눴다. 실제로 양씨의 촬영사진이 게재된 웹사이트 링크도 공유했다.

불법촬영 사건 기사가 뜨면 공유요청이 달렸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고화질 동영상이 보도된 지난 12일은 최근 사례다. 방장은 기사를 올리고 “YTN 형들 나누셔야 합니다”라 썼다. 지난해 10월 한국항공대 학생들 단톡방에 성관계 영상이 불법유출된 사건에도 “궁금합니다” “요런건 꼭 봐야합니다” 등의 대화가 오갔다. 불법촬영 혐의로 구속된 가수 정준영씨가 속옷 차림의 여성들과 찍은 사진도 공유됐다.

성폭력 2차 가해나 불법행위에 경각심은 희박했다. 클럽 버닝썬에서 성관계 영상이 유출됐다는 소식이 돌자 “여성이 완전히 물뽕에 취해 있다” “공유 좀”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대화 직후 나체 여성이 누워있는 영상이 공유되자 “사랑합니다”란 답이 달렸다. 가구회사 한샘 성추행 피해자 사진을 공유할 땐 “한번 유혹해볼 만하다”는 등 성희롱 발언도 여과없이 나왔다.

서로가 아는 성매매 업소를 추천하기도 했다. 방장이 “강남 넘어가기 불편해 시청으로 가는데 북창동 죽었느냐”고 묻자 “명맥을 잇는 곳이 있지만 가성비 따지면 강남을 추천한다”는 답이 나왔다. 방장은 “낼 3명”이라 다시 물었고 “강남 풀클럽, 2차 포함, 언니 100명 대기중” 등이 적힌 홍보 문자가 답으로 달렸다. 어떤 이는 업소와 관리자 실명을 거론하며 추천했다.

▲ 카카오톡방 참가자들이 서로 성매매업소를 추천하는 대화. 사진=DSO 제공
▲ 카카오톡방 참가자들이 서로 성매매업소를 추천하는 대화. 사진=DSO 제공

DSO는 이들을 ‘남언론인’이라 특정한다. 이유는 ‘블라인드앱’과 ‘정보카톡방’의 기자 인증 절차다. 정보방은 방장 허가가 있어야 가입이 가능한 폐쇄방이다. 방장은 이를 블라인드 ‘언론인 라운지’에 홍보했다. 블라인드는 직장 메일계정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고 언론인 라운지는 메일계정이 언론직종으로 등록된 이용자만 접근할 수 있다. 방장은 참가 희망 댓글을 단 기자들에게 다시 카카오톡으로 매체와 부서명 등을 보내게 해 확인한 뒤 그를 정보방에 가입시켰다.

‘문학방’은 이 기자들 정보방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인증번호(비밀번호)도 방 내에서 공유됐다. 가입 과정이 ‘블라인드→정보방→문학방’ 순이다. 비언론인이 언론사 메일 계정을 구해 블라인드에 가입할 가능성이 있고 인증번호의 외부유출 가능성도 있지만 소수일 가능성이 크다.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대화 내용은) 성폭력에 대한 윤리의식이 전무한 수준이다. 2차 가해성 보도, 선정적 보도에 가장 예민해야 할 기자들의 사생활이 이렇다면 사회는 언론과 기자를 믿을 수 없다”며 “당사자 동의가 없는 불법촬영물 유포는 명백한 불법으로 카톡 기록을 근거로 수사를 의뢰해도 무방한 상황”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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