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를 거부하는 기자가 있었다.

독자 A씨는 최근 시사주간지 ‘일요서울(회장 고재구, 대표 은기원)’의 한 기사를 보고 해당 기자에게 제보하기 위해 일요서울 편집국에 전화를 걸었다. A씨는 기사를 쓴 정아무개 기자를 바꿔달라고 했지만 전화를 받은 한 기자는 자신의 상사에게 ‘어떻게 할지’를 수차례 묻더니 상사에게 전화를 바꿨다. 상사는 “정 기자가 점심을 먹으러 갔다”고 답했다.

점심시간이 지나 A씨는 일요서울 쪽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다시 정 기자를 바꿔달라고 하자 한 여성이 정 기자라며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제보거리가 있으니 정 기자를 만나러 사무실에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해당 여성은 이를 거절했다. A씨는 자료를 먼저 보내고 나서 만나서 설명하고 싶다고 했지만 그는 전화번호나 메일주소는커녕 심지어 카카오톡 아이디도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정 기자’에게 제보하는데 실패했다. A씨는 미디어오늘에 “첫 통화 때 그냥 정 기자가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해주면 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해한 것부터 이상했다”며 “세상 어느 기자가 제보를 거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일요서울 소개. 사진=일요서울 홈페이지 갈무리
▲ 일요서울 소개. 사진=일요서울 홈페이지 갈무리

일요서울의 사정을 잘 아는 B씨는 미디어오늘에 “일요서울이 기자 수를 많아 보이게 하려고 실제론 없는 기자 계정을 만들어 기사를 올린다”고 말했다. B씨는 일요서울에 올라온 기자이름 중 6명을 지목하며 실존하지 않는 기자라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유령기자’로 추정되는 6명의 기사에 나온 기자메일주소로 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4개의 메일에서 “주소를 찾을 수 없음”, “주소를 찾을 수 없거나 해당 주소에서 메일을 받을 수 없어 메일이 전송되지 않았다”는 답장을 받았다. 기자가 10여명인 신문사에서 4명이나 허위로 메일주소를 적은 것이다.

▲ 일요서울 기사에 등장하는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냈지만 4명이나 없는 주소라고 반송돼 메일을 보낼 수 없었다.
▲ 일요서울 기사에 등장하는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냈지만 4명이나 없는 주소라고 반송돼 메일을 보낼 수 없었다.

▲ 일요서울 기사에 등장하는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냈지만 4명이나 없는 주소라고 반송돼 메일을 보낼 수 없었다.
▲ 일요서울 기사에 등장하는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냈지만 4명이나 없는 주소라고 반송돼 메일을 보낼 수 없었다.
메일이 반송된 이들은 지난 1월말 혹은 4월초부터 기사가 등장했다. 김아무개 기자는 지난 1월29일부터 최근까지 기사 150여개를 작성했고, 또다른 김아무개 기자는 지난 1월25일부터 기사 150여개를 작성했다. 정 기자는 4월3일부터 기사 70여개를, 이 아무개 기자는 4월2일부터 기사 100여개를 작성했다. 메일이 반송되진 않았지만 B씨가 ‘유령기자’로 지목한 T기자는 지난 1월19일부터 80여개의 기사를 썼고, J기자는 지난 1월28일부터 240여개의 기사를 썼다.

소규모 언론사에서 3개월 간 기자 6명을 뽑는 일은 드물다. 그럼에도 이들 6명이 ‘유령기자’가 아니라면 모두 고연차 경력기자라서 입사 직후부터 기사를 쏟아 냈거나 신입기자임에도 정치, 사회, 스포츠, 정책, 산업, 수도권, 연예일반, 문화, 금융 등 전 영역을 모두 담당하는 ‘민완기자’라고 볼 수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5일 오후 일요서울 쪽에 ‘유령기자’의 존재여부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유령기자’로 추정되는 기자계정에선 16일 오후부터 19일 오후 현재까지 기사가 한 건도 올라오지 않았다.

미디어오늘 취재 이후 ‘유령기자’가 활동을 멈췄고, 대신 특정 기자의 기사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최아무개 기자는 평소와 달리 17일(수요일) 하루에만 32건의 기사를 작성했다. 최 기자는 15일과 16일 각각 16건의 기사를 작성했는데 ‘유령기자’의 활동이 멈춘 17일 기사량이 두 배가 됐다.

비교를 위해 지난 10일 기사개수를 확인한 결과 이날 최 기자는 13개의 기사를 썼다. 최 기자는 18일에도 오전 11시부터 약 5분간 기사 11개를 올리는 등 총 19건의 기사를 썼다. 그는 지난 3월6일부터 일요서울에서 기사를 쓰기 시작한 신입기자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고재구 일요서울 회장, 고정현 사내이사, 장성훈 편집국장, 일요서울 메인메일계정 등으로 총 다섯 차례 ‘유령기자’에 대해 물었지만 누구도 답을 주지 않았다.

일요서울은 서울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일요서울미디어그룹의 대표 신문사로 해당 그룹에는 시사월간지 ‘서울21’, 특수주간신문 ‘상용차경제신문’, 인터넷신문 ‘고뉴스’ 등이 있다. 미디어그룹이란 형태로 다양한 매체를 운영하며 10곳의 지역본부까지 갖고 있는 상황에서 매체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뉴스제휴평가위 ‘기자수 대비 기사량’ 평가기준 한계?

일요서울은 현재 네이버에 ‘뉴스검색제휴’만 돼 있다. 즉 네이버에서 일요서울 기사제목을 검색해야 기사가 뜨고 이를 클릭하면 일요서울 홈페이지(아웃링크)로 넘어간다. 일요서울은 네이버와 ‘뉴스스탠드제휴(아웃링크)’나 ‘뉴스콘텐츠제휴(인링크)’ 등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계약을 맺어야 금전 대가를 받고 영향력도 커질 수 있다.

뉴스스탠드제휴는 PC 네이버 첫 화면에 일요서울 첫 페이지를 제공하는 서비스제휴고, 뉴스콘텐츠제휴는 일요서울 뉴스를 네이버에 공급해 네이버 뉴스 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제휴다. 이를 위해선 뉴스제휴평가위원회(평가위원회)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평가위원회에서 발표한 심사규정을 보면 해당 매체의 전체 기사 생산량이 일정 건수를 넘어야 하고 그 중 자체 기사 생산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즉 그 매체의 기자들이 기사를 많이 써야 한다.

하지만 평가위원회가 또 중요하게 보는 항목이 저널리즘 품질이다. 보도의 공정성, 전문성 뿐 아니라 전체기자 수 대비 전체 기사 생산량이 적절한지, 기자 1인당 자체 기사 비율이 적절한지 등을 평가한다. 그래서 각 매체들은 ‘매체 소개서’에 취재 인력 현황과 조직도 등을 제출해야 한다. 

신문사들은 기사 조회수를 위해 어뷰징 기사까지 동원해 전체 기사량 자체를 늘리려는 유혹이 있는데 평가위원회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기사량이 늘어난 만큼 기자수도 늘려야 한다.

결국 일요서울은 평가위원회 심사기준을 지키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은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반송되는 이메일을 만들어 기사에 적었다는 건 처음 들어봤다”며 ‘유령기자’ 논란에 대해 “언론사가 허구의 기자를 만들었다면 전대미문의 기망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평가위원회 심사기준의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어뷰징 기사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그 내용을 봐야지 ‘1인당 기사비율’이나 ‘기사량’으로만 볼 수 없다”며 “현 제도를 어기지 않으면서 평가위원회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신문사가 꼼수를 쓴 것인데 이는 평가기준의 한계로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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