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무슨 색 층에서 일해?”
“나는 빨강. 너는?”
최근 동아일보 사원들 사이에서 나누는 대화라고 한다. 지난 8일 이후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외관을 본 사람들은 이 대화를 이해할 수 있다.
동아미디어 센터는 오는 2020년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 현대미술가 다니엘 뷔렌(Daniel Buren·81)을 초청해 ‘한국의 색, 인 시튀 작업’(Les Couleurs au Matin Calme, travail in situ)이라는 건축물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품은 서울 광화문역 앞 지상 21층의 동아미디어센터 5~20층까지 창문 979개에 8가지 색 컬러 필름을 부착했다.
뷔렌은 기자간담회에서 동아일보 건물 자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뷔렌은 “동아일보 사옥이 강철과 유리로 된 점 때문에 밖에서 투명하고 빛이 잘 들 것 같다는 환한 느낌을 받았다”며 “또 건물 전체가 유리창으로 돼 있어 빛을 반사하면서 큰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뷔렌은 동아일보 보도 논조나 정치적 입장 등이 작품에 영향을 미친 건 아니라고 말했다. 뷔렌은 “한국어를 잘 몰라 동아일보가 어떤 논조로 보도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동아일보와 협업하면서 나름대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확고한 철학을 갖고 세워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전에 세워진 동아일보인 만큼 그 시대상을 생각하면 용기 있는 결정들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아일보 철학이 이번 작품에 직접 영향을 줬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뷔렌은 “그러나 작업을 진행하면서 동아일보사도 만족스러워 하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사측의 사고나 사상이 굉장히 열려있다고 생각했다”며 “사옥 전면을 변화시키는 대규모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사장으로서 껄끄럽거나 거절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는데도 동의해주시고 진행해주신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뷔렌에게 평소 어떤 신문이나 미디어를 읽는지 질문하자 뷔렌은 “제가 읽어볼 수 있는 언어는 대부분 독파하려고 한다. 영어와 불어, 스페인어와 이탈리어 쪽 매체를 자주 읽고 민주주의를 진정성 있게 수호하고자 하는 언론과 매체들을 주로 즐겨본다”고 답했다.
그는 1960년대 기존 미술 틀을 깨는 아티스트 그룹인 ‘베엠페테’(B.M.P.T)를 결성했다. 이 그룹은 1968년 기존 권위에 저항하는 프랑스 68혁명 시기 등장한 그룹으로 기존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권위적 공간을 거부하고 제도권 바깥으로 미술을 끌어내는 작업을 했다.
프랑스 파리의 팔레 루아얄(Place du Palais-Royal·루이 14세의 거주지)에 260개의 흑백 줄무늬 기둥을 설치한 작품 ‘두 개의 고원’(Les Deux Plateaux·1986)이 대표 작품 가운데 하나다.
뷔렌은 그 외에도 프랑스의 루이비통재단 미술관, 스트라스부르 현대미술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베이징 천단공원, 도쿄 긴자식스, 런던 지하철역 등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해왔다.
뷔렌의 작품은 동아일보가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인 2020년 12월30일까지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