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그 말이 떠오른 까닭은 문재인 정부를 ‘좌파 독재’라며 날마다 부르대는 자한당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보면서다. 나경원과 황교안, 두 사람은 젊은 시절 아무래도 좌파는 아니었을 터다. 보수적 정치 금언에 따르면, 그 뜻은 명료하다. 가슴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머리는 있을까. 유감이지만 선뜻 긍정할 수 없다. 명색이 ‘제1야당’ 지도부인데 황교안의 관용어를 잠시 빌리자면 ‘안타까운 일’이다. 나경원의 일상을 빌려 눈 동그랗게 뜨고 개탄하는 미소 지을 일인 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짚어보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이 위헌이다? 문재인이 좌파독재자다? 굳이 따지자면 두 사람이 사법고시에 골몰할 때 정부가 위헌적인 독재 정권이었다. 황교안과 나경원은 실제 엄존했던 ‘헌법파괴 독재자’에 돌멩이 하나, 아니 비판 한마디라도 벙긋했을까.
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과 통일 정책에 문제점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복지와 노사간 힘의 균형 정책을 과감하게 펴나가길 주저하고 있는 ‘촛불 정부’에 ‘제1야당’이 엉뚱한 색깔공세만 편다면 그 결과가 무엇인가는 과학이다. 바로 ‘민생 파탄의 영구화’다.
미지근한 소득주도성장 정책마저 ‘좌파’로 몰아치는 황교안과 나경원에게 묻고 싶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로 돌아가자는 뜻인가. 아니라면 대체 어떤 경제정책, 어떤 통일정책을 펴자는 깜냥인가. 더구나 문재인이 좌파라면 정의당은 무엇인가. 극좌란 말인가. 유럽은 죄다 ‘극좌 빨갱이국가’일까.
학문적 진실은 분명하다. 한국에선 정의당이 합리적 진보정당이다. 정의당 오른쪽에 더민주당이 주춤하고, 자한당은 더 오른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황교안과 나경원이 진정 민생파탄과 남북관계를 걱정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밝힐 일이다. 두 사람과 이명박‧박근혜의 차이다. 우리 모두 생생하게 지켜보았듯이 이명박‧박근혜 9년은 ‘국민성공시대’도 ‘국민행복시대’도 아니었다. 민생경제와 남북관계가 정말이지 파탄나지 않았던가. 황교안은 그 파탄만이 아니라 국정농단에도 책임이 크다.
나는 칼럼을 써오며 ‘이 땅의 보수는 죽었는가’를 몇 차례 물어왔다. 한낱 기득권의 수구적 행태만 과시해 온 자칭 ‘보수’가 거듭 나야 이 나라가 온전히 나아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 세력은 진화할 섟에 무장 퇴화하고 있다. 도통 부끄러움조차 모른다.
간곡히 두 사람에 호소한다. 제발 공부 좀 하라. 진심으로 남쪽 민생을 우려해서다. 진정으로 북쪽 인민을 걱정해서다. 보수의 품격이 아쉬운 자욱한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