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사업계획 짜서 임시대의원대회 소집하겠습니다. 힘 모아주십시오. 67차 대의원대회는 산회합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9일 새벽 0시7분께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채 대의원대회 마무리 발언을 했다.  

결국 민주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가를 결정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10시간 가량 ‘경사노위 참가’ 안건을 심의했지만 의장(위원장)이 회의 석상에서 수용 의지를 밝혔던 ‘산별대표자 수정안’이 과반수 득표에 실패하자 원안 심의를 중단했다. 앞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배수진을 치고 경사노위 참여 의지를 밝혔으나, 지난해 정책대의원대회에 이어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도 무산되면서 재논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28일 오후 2시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사업계획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안건을 논의했으나 가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집행부가 마련한 ‘경사노위 참여’를 골자로 한 원안은 논의되지 못했고, 새로 발의된 3개의 수정안은 모두 부결됐다. 

이날 대의원대회에는 원안 외에 3건의 수정안이 발의됐다. △조건부 참가안 △조건부 불참안 △불참 후 즉각 대정부투쟁안 등이다.

▲ 민주노총은 28일 오후 2시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사업계획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안건을 논의했으나 가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앞으로 재논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김예리 기자
▲ 민주노총은 28일 오후 2시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사업계획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안건을 논의했으나 가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앞으로 재논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김예리 기자

보건의료‧서비스‧건설‧언론노조 등 8개 산별대표자들은 ‘조건부 참가안’을 제출했다. 핵심은 경사노위에 참가한 뒤 국회에서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노동법 개악을 강행하면 즉각 탈퇴한다는 내용이다. 912명이 투표해 402명만 찬성해 부결됐다. 

금속노조가 제출한 조건부 불참안은 정부가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제, 노조법 등 개악을 철회하고 노정교섭 정례화를 약속하는 조치가 없는 한 불참한다는 내용이다. 이 안에는 936명이 투표해 362명만 찬성해 부결됐다. 현장파를 중심으로 현장발의된 ‘불참 후 즉각 대정부투쟁안’에는 958명이 투표해 331명만 찬성해 부결됐다. 3개의 수정안이 모두 부결됐다. 

경사노위는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노사정위원회로 처음 시작된 사회적 대화기구다. 외환위기 당시 경제 위기를 극복을 목표로 정부가 주도해 출범했다. 그러나 노사정위가 노동계 기대와 달리 정리해고·파견근로제를 도입하자 민주노총은 이듬해 탈퇴했고, 그 뒤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초 임시 대의원대회에선 노사정위 복귀에 반대하는 대의원과 조합원들이 단상을 점거해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는 ‘제도적 틀 안으로 들어가 교섭과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는 찬성쪽과 ‘공약 파기와 노동 개악으로 돌아선 정부가 주도하는 대화기구에 들어가선 안 된다’는 반대쪽이 팽팽하게 맞섰다. 

수정안 3건이 모두 부결되자 원안을 표결할지 여부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김명환 위원장이 의사진행 중 원안과 가까운 ‘조건부 찬성’ 수정안을 두고 ‘대의원들이 이쪽으로 힘을 모아준다면 원안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말해 그 의미가 원안 폐기인지를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 민주노총은 격론 끝에 원안을 표결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회의는 밤 12시가 넘어서 끝났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8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열린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8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열린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민주노총은 28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열린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공지문과 방송으로 특정 언론의 취재를 거부한다고 공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민주노총은 28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열린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공지문과 방송으로 특정 언론의 취재를 거부한다고 공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명환 위원장은 이날 빠른 시일 내에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해 경사노위 참여를 뺀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안건 가결이 무산되면 “플랜B는 없다”며 “경사노위 참여가 무산되면 올해 사업계획을 원점에서 전면 재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경사노위 참여 논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사노위에 노동계 위원으로 참여하는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중단하고 경사노위 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의에서 최근 ILO기본협약비준과 관련한 공익위원안이 현 노사관행과 제도를 후퇴시킨다”고 밝혔다.

한편 권영길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이날 개회식에 참석해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참여 여부에만 매달리지 말자고 당부했다. 권영길 지도위원은 격려사를 발표하며 “모든 신문과 TV가 며칠 전부터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결정할 오늘 대의원대회에 주목한다. 민주노총이 이날만큼 주목받은 대회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 대회가 원만히 치러지길 진정 바라지 않는다. 오늘 경사노위는 민주노총 활동의 발판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니 여기에 모든 걸 바치진 말자. 민주노총이 분열하고 약해지길 바라는 이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는 MBC와 SBS 중계차를 비롯해 100여명의 취재기자가 몰렸다. 민주노총은 이날 1273명의 대의원 가운데 1000여명이 참석해 임원선거가 없는 대의원대회로는 최대 인원이 참가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지난해 10월에도 경사노위 참여를 결정할 정책대의원대회를 소집했으나 당일 참석 대의원 부족으로 회의 시작도 못하고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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