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15일 메인뉴스에서 “문화재청을 감사하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재 지정 결정 이전에 가족과 보좌관 등 주변 인물에게 건물을 사들이게 했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회 상임위 여당 간사가 피감기관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챙기려 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정부 여당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손 의원은 SBS를 상대로 법적대응을 예고했고, SBS는 후속보도를 예고했다.

앞서 지난해 8월 목포 거리 1.5km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국내 최초였다. 평수로는 3만4485평. 국가 예산 50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이 결정되기 전인 2017년 3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손 의원은 이 지역 건물 9채를 구입했다. 9채 중 8채가 문화재 거리 지정 이전에 거래됐다. 조카 명의로 3채,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문화재단 명의 3채, 보좌관 배우자 명의로 1채, 보좌관 딸과 손 의원 다른 조카 공동명의 2채다. 해당 건물들은 현재 국가예산으로 내부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 15일자 SBS 메인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 15일자 SBS 메인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이 건물들은 모두 목포 근대역사문화 공간으로 지정된 1.5km 구역 안에 위치하고 있다. SBS는 “손 의원 본인 이름으로는 하나도 산 게 없다지만, 조카와 보좌관 가족, 남편의 문화재단 등이 문화재 거리 안에 있는 건물을 집중 사들인 것으로 취재됐다”며 “건물 매입 가격은 3.3㎡당 100만 원에서 400만 원 사이였으며, 대부분 목포 구도심이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에 순차적으로 거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SBS는 이어 “지금 이 지역은 문화재로 지정되고 나서 건물 값이 4배 정도 뛰었다”고 밝혔다.

SBS는 “손 의원은 문화재청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면서도 문화재청장을 만나 얘기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며 “손 의원이 문화재 지정과 관련한 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오히려 누가 사라고 권유해도 뿌리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목포 주민들의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에 손 의원은 “문화재 지정 과정에 전혀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며 보도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손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선거운동을 도우러 목포시에 갔다가 목포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느껴 주변인들에게 집을 사게 했다는 입장이다. 돈이 없는 조카에게는 1억 원의 개인 돈을 줘가며 목포에 집을 사게 했고, 남편에게도 문화재단 명의로 건물을 사도록 설득했다는 것. 그는 문화재단 명의 건물은 박물관 용도로 사용할 예정으로 투기 목적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손 의원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원래 옛 것에 관심이 많았다. 목포에 갔다가 일제 강점기 집들을 보고 너무 반해서 사기 시작했다”며 “목포에 박물관을 세워 운영할 계획으로 산 것”이라 해명했다.

손혜원 의원은 1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2018년 8월 지정될 줄 알고 어떻게 1년 반 전에 거기다가 집을 사느냐”고 반문하며 재차 투기의혹을 일축했다. 손 의원은 조카에게 돈까지 증여해 건물을 사라고 한 배경을 두고 “그 친구가 어렵게 살고 있어서 제안했던 것”이라 답했으며 “나는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도와왔다”고 강조했다. 시세가 예전 가격보다 4배 올랐다는 보도내용에 대해선 “거짓말이다”라고 반박했다.

손 의원이 지난해 국회에서 목포 등 근대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대책을 세워달라고 말했다는 김종진 전 문화재청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군산과 익산까지 총 포함해서 일제 강점기의 건축물들이 남아 있는 곳이 보호가 되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문화재청에 제안했다”고 답했다.손 의원은 직접 자신명의로 건물을 사지 않은 이유를 묻자 “재산이 더 이상 증식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문화재단에서 박물관을 하려고 하는 곳에 계속 부지를 확보하는 일은 아직도 계속되는 일”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SBS에서 등장한 것과 유사한 사례의 ‘건물’이 더 있을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손 의원은 1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SBS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손 의원은 “탐사보도를 가장한 인격말살을 자행하는 의혹, 카터라로 가득찬 방송을 보면서 선하게 산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세상이라는 생각을 한다”며 “목포시를 위해 내가 할 일은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SBS ‘끝까지 판다’팀 김종원 SBS 기자는 “보도 이후 추가로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한 뒤 “우리는 팩트 위주의 보도를 했다”고 강조했다. 김 기자는 “손 의원이 문화재 보호에 앞장섰던 것을 인정하며 선의를 부인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면서 “손 의원이 공직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망각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종원 기자는 “지난해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손 의원이 목포에 내려가는 국감을 주도한 것으로 나온다”고 전한 뒤 “건물을 9채나 구입해야만 문화재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일반인의 상식에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SBS 보도관계자는 “대충 소문을 듣고 낸 보도가 아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취재했고 짧게 끝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으며 “오늘 후속보도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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