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파업 당시 경영진이 채용한 파업 대체인력 고용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자 책임회피이자 불법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란 비판이 내부에서 나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MBC본부)는 27일 성명을 내고 “현 경영진은 불법 채용을 묵인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규정한 뒤 “외부의 압박에 흔들리고 법적 논란과 시비를 두려워하는 경영진, 그들로부터 면죄부를 받아든 불법 대체인력들에게 과연 ‘새로운 탐험’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2012년 파업과 관련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그 방송 부역자들은 해고 8명, 징계 100여명으로 탄압했고, 쫓겨난 기자·피디들을 대체하기 위해 파업 기간에만 93명 등 몇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채용을 강행했다. ‘MBC의 DNA를 바꾸겠다’는 의도였다”며 “이렇게 채용된 인력들 중 일부는 이후 세월호 참사,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 주요 국면에서 편파, 왜곡보도에 동원되거나 가담했고, MBC의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이어 MBC본부는 “법적으로도 파업기간 채용된 자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금지하고 있는 대체인력에 해당한다. 이는 2012년 파업을 둘러싼 해고무효, 업무방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일관되게 적법한 파업이라는 판결을 내리며 지적한 지점”이라고 밝혔다. 앞서 MBC 감사는 보고서를 통해 “(파업 대체인력) 근로 계약이 불법행위에 따른 것이므로 원천 무효이고, 근로계약을 종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MBC본부는 “감사가 근로계약 종료를 권고한 55명 가운데 상당수는 업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파업 대체인력임을 본인들이 충분히 인식했으면서도 채용에 응해 방송장악에 부역한 자들”이라며 “이 인력들을 과감하게 도려내는 것은 적폐청산의 가장 기본적인 과제였지만, 현 경영진은 결국 이 기본 과제마저도 책임을 회피하고 시청자와 구성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MBC 경영진의 이른바 ‘적폐 청산’이 “느리고 답답했다”는 평가와 더불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정치권의 책임을 물었다. 이들이 현 경영진을 향해 ‘적폐청산 그만하고 적자 해소나 신경 쓰라’, ‘식민지배, 나치즘, 군사독재를 옹호하는 논리’ 등의 메시지를 줬다고 주장했다.

MBC본부는 △불법 대체인력을 내보내지 말라는 신호를 노골적으로 전달한 방통위원 △‘시용기자들 역시 희생자들이며 경영진이 이들 상처를 어루만지고 보듬어야 한다’고 주문한 여권 실세 의원 △‘적폐 인사에 대한 인사위원회 해고 결정을 최 사장이 정직으로 감경한 것을 칭찬’한 방문진 이사장 사례 등을 언급했다.

MBC본부는 “방송을 짓밟고, 현장 종사자들의 제작자율성을 침해하고,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자유를 짓밟은 어두운 과거를 제대로 조명하고 청산하지 못하면서 MBC가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한 사회의 건강성을 지키고 불법과 불의를 고발해야 할 공영방송이라면 과감하게 결단하고 그로 인한 일부 혼란과 논란을 감당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했다.

MBC본부는 “경영진의 잘못된 결정은 MBC의 미래에 두고두고 무거운 짐을 남겼다. 그 짐을 떠안을 당사자는 현 경영진이 아니다. 물론 방통위도, 방문진도, 정치권도 아니다. 공영방송 MBC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우리 2천 조합원들”이라며 “과거청산은 끝나지 않았다. 인사위를 다시 열어 결정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MBC 경영진은 이날 파업대체인력 인사위원회 결과와 관련 “전임 경영진에 의해 진행된 파업대체인력 채용행위는 공소시효 5년이 경과해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임 경영진 책임도 물을 수 없는 상황에서 6년 이상 고용관계를 유지한 인력의 근로계약을 일시에 종료하는 것은 고용관계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고려할 때도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밝혔다.

MBC는 또한 “인사위를 통한 파업대체인력 검토 과정에서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을 부정하는 행위를 하거나 비위행위를 저질렀던 사례도 파악됐다. 관련자들은 별도로 해당 사안의 경중에 따라 징계조치 될 것이다. 또 근로계약을 유지하기로 결정된 인력들의 경우, 업무상 필요성과 개인의 역량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업무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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