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파업 당시 경영진이 채용한 대체인력 53명의 고용을 유지하기로 했다.

조능희 MBC 기획조정본부장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해 파업대체인력에 대한 평가인사위원회 결과를 보고했다.

조 본부장은 이날 “최종적으로 전원 계약해지를 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MBC는 파업 대체인력으로 채용된 뒤 현재 MBC에 정규직으로 남아 있는 55명 전원을 대상으로 지난 12일부터 3일간 평가인사위원회를 진행했고, 26일 이를 기반으로 한 인사위원회에서 고용 유지를 결정했다.

▲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조 본부장은 “파업 기간 중 불법 대체인력을 고용한 행위의 주체는 당시 회사와 경영진인데 그에 대한 부당행위 단죄를 못한 상황이다. 이미 5년 공소시효가 지난 상황에서 대체인력에 대해서만 최대 징계인 사실상 해고를 하는 것은 인사위로서 결정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조 본부장은 “일부는 실질적으로 대체근로를 하지 않은 사람도 발견돼 정상 참작이 될만한 경우도 있었다. 여러 이유로 근로계약을 유지하면서 MBC의 공영방송사 역할에 기여하도록 하는 게 맞겠다는 것이 인사위원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조 본부장은 “평가인사위에서 여러 자료를 보고받고 소명을 듣는 과정에서 일부 공영방송사 직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행위를 한 것이 발견된 사람들이 있다”며 “그럼에도 그 행위에 대해서는 각각 개별적으로 징계인사위원회에서 징계하는 것이 맞겠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앞서 채용 취소를 권고한 MBC 감사와 다른 결론을 내린 것이다. 앞서 MBC 감사보고서는 지난 2012년 파업이 적법하고 정당한 파업이었다는 점 등에 비춰 “이들(대체인력)의 근로계약이 불법행위에 따른 것이므로 원천 무효이고, 근로계약을 종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BC 현 경영진도 지난 10월31일 입장문을 내고 “공정한 채용에 대한 시대정신과 사회적 기대, 강원랜드 등 외부 사례를 참고해 파업대체 인력 문제를 처리하겠다”며 “언론사인 MBC가 파업대체인력 채용을 무조건 용인한다면 다른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위법한 대체근로를 비판할 수 없고 민주적 노동조합 활동이라는 노사관계 대원칙을 저버리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밝혔다.

조 본부장은 “채용 일괄해지를 주장하는 인사위원 중에서는 기자나 PD가 프로그램을 할 때 파업 현장에 나가 사업주가 불법 대체인력을 채용하는 것을 보면 비판할 수 있겠느냐는 견해도 있었다. (대체인력 채용 자체가) 전 경영진이 남긴 MBC의 큰 상처인데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라는 견해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일부 소명 대상자들은 본인이 보도를 안 해도 좋으니 MBC에서 일만 하게 해 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 자질이 부족하거나 도덕성 문제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각 국·실에서 판단해 재교육하거나 적절한 업무를 맡겨 국민 신뢰를 얻는 것이 또 다른 MBC 구성원들 몫이 아니겠는가 판단했다”고 밝혔다.

일부 방문진 이사들은 채용 공정성 기준에 비춰 MBC 경영진 선택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환 이사는 “정권이 바뀌었을 때 똑같은 일을 또 반복하고 ‘그때도 별 문제 없었으니 대체인력을 왕창 뽑자, 노조를 와해시키겠다’라는 방식을 반복할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공영방송 MBC가 이런 선례를 남겼을 때 다른 공공기관에 미칠 영향이 있다. 사기업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고 우려했다.

김경환 이사는 “고용안정성 차원에서도 면밀하게 검토해서 법적으로 결론을 내는 것을 시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운 측면이 많다”고 거듭 우려를 전했다.

유기철 이사도 “경영진이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데 파업인력과 대체인력 사이에 내부로는 해결될 수 없는 갈등이 있다”고 지적한 뒤 “최승호 체제 출범 만 1년이 넘었는데 오늘 이 결정은 기존 기조와 결이 다르다. ‘적폐청산’에서 미래를 위한 치유로 나아가는 변곡점으로 봐도 되나”라고 물었다.

조능희 본부장은 “경영진이 신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런 면도 고려할 때가 됐다. 신년 업무보고 때 경영진 철학이 담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노사 공동) 정상화위원회를 가동하고 사실에 대해 소명을 듣고 책임을 묻는 일은 계속 해나가겠다”고 전했다.

MBC는 이날 별도 입장문을 통해 인사위원회 결과를 알렸다. 아래는 MBC 입장문 전문.

<파업대체인력에 대한 인사위원회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문화방송은 12월 26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2012년 파업기간 동안 채용된 ‘파업대체인력’에 대해 근로계약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김재철 전 사장 등 문화방송 전임 경영진은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의 파업기간 동안 전문계약직·계약직·시용사원 등의 명칭으로 4차례에 걸쳐 93명을 채용했습니다. 법원은 위 파업과 관련한 업무방해, 해고무효 등 6건의 소송에서 파업의 합법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판결문을 통해 “파업기간 동안 문화방송이 채용한 대체 인력은 총 93명에 이르렀다”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 문화방송 감사는 위와 같은 법원의 판단과 자체 조사를 거쳐 2018년 현재 재직하고 있는 55명에 대해 근로계약 종료를 권고했습니다.

문화방송은 법원의 판단 및 감사의 권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2018년 11월 30일 이사회를 열고 ‘파업대체인력에 대한 근로계약 무효 및 취소 절차’를 확정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관련부서는 채용 시기, 채용 형태, 채용 방법 등 2012년 채용과정 전반에 대해 재조사를 실시하여 인사위원회에 보고했습니다. 2018년 12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 동안 열린 인사위원회는 입사 경위, 파업기간 중 수행한 구체적인 업무, 입사 이후 업무 성과 등에 대해 개인별로 소명을 청취했습니다. 또 인사평가 결과, 징계 및 포상 등 모든 인사기록을 함께 검토하여 이들에 대한 근로계약 지속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파업대체인력에 대한 근로계약 자체를 무효로 하거나 취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인사위원회가 채용시기 및 수행업무 등을 개별적으로 검토한 결과, 실질적으로 대체근로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일부 있었습니다.

법적으로는 파업대체인력 개개인은 회사의 채용공고에 응한 것일 뿐 대체인력을 채용한 책임은 회사나 파업대체인력 채용을 주도한 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그럼에도 전임 경영진에 의해 진행된 파업대체인력 채용행위는 공소시효 5년이 이미 경과하여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임경영진에 대한 책임도 물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미 6년 이상 고용관계를 유지해 온 인력들의 근로계약을 일시에 종료하는 것은 고용관계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고려할 때도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문화방송은 인사위원회를 통한 파업대체인력 검토 과정에서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을 부정하는 행위를 하거나, 비위행위를 저질렀던 사례도 파악했습니다. 관련자들은 별도로 해당 사안의 경중에 따라 징계조치 될 것입니다. 또 근로계약을 유지하기로 결정된 인력들의 경우, 업무상 필요성과 개인의 역량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업무에 배치할 예정입니다.

2018년 12월 27일

㈜문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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