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한민국에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언론 인터뷰 시 일괄적으로 1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단 사실이 확인됐다.

국내에선 돈을 받고 언론 인터뷰를 하는 방식이 드문 데다가 그 액수도 고가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태 전 공사는 최근 자기 칼럼과 강연 내용 등을 소개하는 개인 블로그 ‘태영호의 남북동행포럼’을 열었다. 블로그에는 태 전 공사 측과 접촉할 수 있는 연락처가 적시돼 있다.

이 연락처를 통해 태 전 공사 측에 확인한 결과 태 전 공사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선 인터뷰 사례금 100만원이 필요하다. 인터뷰 시간은 최대 2시간이다. 인터뷰 진행 시간이 2시간에 못 미치더라도 비용은 줄어들지 않는다.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2016년 12월2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2016년 12월2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태 전 공사 측은 국내 언론에 동일하게 이 같은 내용을 안내하고 있었다. 인터뷰 사례비는 온전히 태 전 공사 몫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변 위협을 이유로 인터뷰 비용은 태 전 공사에게 직접 송금할 수 없으며 태 전 공사는 대리인 계좌로 사례비를 수령하고 있다고 했다.

태 전 공사 쪽은 “(인터뷰비 수령은) 예전부터 그랬던 것”이라고 했지만 망명 초기에는 인터뷰 비용을 받지 않았다는 증언도 있다.

종합일간지 소속으로 그를 인터뷰한 적 있는 인사는 “우리와 인터뷰할 때는 비용을 따로 지급하지 않았다”며 “태 전 공사가 미국과 일본 언론 등을 접촉하면서부터 인터뷰 비용 문제를 꺼낸 게 아닌가 싶다. 정부가 일부 지원하겠지만 (외부 활동 외에는) 고정 수입이 없을 테니 더욱 그러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언론 풍토에선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외신 기자들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영미 출신 한국 특파원은 “사실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비용을 지급하고 인터뷰한 경우는 없었다”며 “다만 태 전 공사가 사례금을 받고 인터뷰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다. 기자와 인터뷰이 사이에 보도를 대가로 돈이 오가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아무래도 금전 거래가 있으면 기사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 윤리 차원에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 사정을 잘 아는 일본 매체의 국장급 기자는 “탈북자의 경우 돈이 없기 때문에 인터뷰 시 돈을 받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금액 규모에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 대북 전문가도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기자와 주고받은 문자에서 “그런 사정은 전혀 몰랐다”며 “나는 언론 인터뷰를 공짜로 했는데, 그 사람들(탈북자)은 그렇게나 (많이) 받느냐”고 반문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언론사에서 그에게 강연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사례비를 지급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취재 목적에 따라 구분할 필요도 있다. 단순히 태영호 공사 견해를 청취하는 것을 넘어 공익 목적에서 그의 여러 발언을 검증하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할 수 있는데, 그런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6년 망명한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체제’를 거침없이 비판해 언론 주목을 받고 있다. 주로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에 등장한다. 일부 진보 단체가 ‘태영호 체포 결사대’를 구성하는 등 태 전 공사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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