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가 방송사 갑질 대책으로 만들어진 상생 방송제작을 위한 독립창작자 인권선언문 발표 소식에는 침묵하고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소식만 보도했다.

지난 9일 한국방송협회와 한국독립PD협회,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등 7개 단체는 목동 방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립창작자들의 고용과 임금, 노동 조건 개선을 골자로 한 ‘상생 방송제작을 위한 독립창작자 인권선언’을 발표했다. 같은 날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상생 방송제작 인권선언이 나온 배경은 지난해 7월 박환성 PD와 독립PD협회가 EBS의 갑질 문제를 폭로하고, 열악한 여건 때문에 목숨까지 잃으면서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방통위원장은 물론 국무총리까지 직접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 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인권선언문 선포식에 방송작가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인권선언문 선포식에 방송작가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하지만 생색내기용 인권선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방송작가들은 “초안에 있던 서면계약 체결·최저임금 보장 등이 삭제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다며 해당 선언문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대신 인권선언문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는 독립 ‘창작자’가 아닌 방송 ‘노동자’입니다” “알맹이 없는 인권선언 Oh, No 최저임금 서면계약 의무화” 등의 문구가 있는 피켓을 들었다. 이 소식은 지상파 3사 모두 보도하지 않았다.

MBC·SBS는 지난 9일 방통위의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추진과 상생 방송제작 인권선언 두 소식 모두 뉴스 끝 무렵 단신으로 내보냈다.

반면 정작 국민에게 수신료를 징수하고 있는 공영방송 KBS는 메인뉴스에서 상생 방송제작 인권선언 소식은 다루지 않고 ‘방통위,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등 제도 개선 본격화’라는 단신만 보도했다. KBS는 같은 날 발표된 상생 방송제작 인권선언 소식을 온라인뉴스 기사로 썼다.

▲ 사진= 지난 9일 MBC와 SBS 메인뉴스 화면 갈무리
▲ 사진= 지난 9일 MBC와 SBS 메인뉴스 화면 갈무리

KBS ‘뉴스9’은 자사의 이익과 관련한 소식에 일방적인 입장을 전했다. MBC ‘뉴스데스크’와 SBS ‘8뉴스’는 “종합편성채널에만 허용됐던 중간광고가 지상파 방송에도 도입된다. 방통위가 매체 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중간광고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소식을 전했지만, KBS는 “방통위가 불합리한 방송광고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지상파에만 제한된 대표적인 비대칭규제인 중간광고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KBS는 지난해 12월19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독립제작 ‘갑질’ 문제에 대한 종합대책 발표도 외면했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5개 정부부처가 공동으로 독립제작사 및 독립PD·작가에 대한 방송사의 불공정계약·인권침해 등 갑질 문제 개선을 골자로 한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 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상파 3사·종합편성채널을 통틀어 이 문제를 방송뉴스를 통해 보도한 곳은 MBC가 유일했다.

이번 인권선언은 7개 방송 관련 단체가 공동으로 발표한 데다 사람이 목숨을 잃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던 독립제작과 관련한 여러 기관의 인권선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군다나 지상파는 독립제작 문제의 당사자로 보도 여부는 종합대책에 대한 해당 방송사의 태도와도 직결된다. ‘열악한 처우’ ‘제작비 후려치기’ ‘폭언·욕설’ ‘일방적 저작권 귀속’ 문제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그 어느 방송사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16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독립PD 123명 가운데 104명(84.6%)이 인격 무시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정권 교체 후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겠다”라며 정상화를 강조해왔다. 자사 이익과 관련한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도입에는 핏대를 세웠다. 하지만 지상파 중간광고 소식은 전하면서 상생 방송제작 인권선언은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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