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이 문화일보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개인 명의의 고소지만 청와대 직함을 단 고위직 인사가 언론을 상대로 고소를 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다.

최 비서관은 지난 13일자 <靑민정, 최종건 비서관 조사設...‘정의용, 문정인 갈등’ 심화?>라는 기사를 쓴 허민 문화일보 선임기자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고 14일 청와대 춘추관 출입기자에 알려왔다.

최 비서관은 “허민 선임기자는 최 비서관이 안보 정보 유출 건으로 민정수석실 조사를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전제로 청와대 내부갈등을 기정사실화하는 칼럼을 작성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최 비서관의 명예가 심각히 췌손되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허민 선임기자는 13일 기사에서 “최근 청와대 고위직 인사가 민정수석실로 불려가 최근 만난 사람은 물론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문자메시지 등 그야말로 조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조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민정수석실의 조사를 받은 대상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 최종건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이라고 특정하고, 조사를 받은 혐의는 남북관계 안보 관련 정보를 외부에 유출했다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허 기자는 최 비서관에 대해 “연정(연세대 정치외교학과 학생·교수 출신) 라인의 핵심”이라며 “청와대 안팎에서는 최 비서관에 대한 조사가 문(정인) 특보를 견제하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돈다. 연정 라인 인맥이 문 특보에게 안보 관련 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풍문이 돌자 안보실에서 민정에 전격 조사를 의뢰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사의 근거는 안보 분야에 정통한 소식통이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소식통은 “최 비서관이 ‘문정인-최종건 커넥션’에 걸려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 수수 내역까지 모두 털린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 9월 13일자 문화일보 보도 내용.
▲ 9월 13일자 문화일보 보도 내용.

문화일보 보도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표적인 안보그룹인 관료‧전문가 집단과 원로참모‧진보운동권 그룹이 갈등을 벌이면서 충돌했는데 그 충돌의 결과가 최 비서관을 민정수석실에서 조사한 것이라는 내용이다.

문화일보는 “특히 올 들어 문 특보가 청와대 외곽에서 쏟아낸 여러 주문과 예고성 발언들이 종종 문 대통령의 대북·안보정책으로 채택되거나 현실화하는 일들이 잇따르면서 문 특보의 정보력에 대한 뒷말들이 생기게 되고, 이것이 청와대 내 연정 라인 핵심인 최 비서관에 대한 조사로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 보도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 내부 안보 라인의 갈등이 전면화되는 계기로 문정인 특보를 겨냥하고 갈등의 핵이라고 꼽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로서는 어떻게든 수습해야할 난감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문화일보 보도에 대해 강력 부인하고 나섰다. 13일 보도 당일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은 최비서관의 통화내역, 문자 메시지 등의 통신기록을 조사하지 않았으며 어떠한 대면, 서면 조사도 하지않았다. 허위사실 보도이기에 해당 신문은 정정보도를 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고, 다른 고위관계자도 거듭 “문화일보의 최종건 비서관 조사설은 완전히 사실무근”이라며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문화일보는 정정보도를 수용하지 않았다. 현재도 문화일보 해당 기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다.

최종건 비서관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어제 청와대는 이 칼럼의 내용이 허위사실임을 분명히 밝혔고 이에 대한 정정보도를 요청하였음에도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최 비서관은 더욱 심각한 명예훼손을 입을 우려가 있으며,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허위사실에 기초한 억측을 양산하는 것은 공익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최 비서관은 법적 고소 방안 이외에도 “시정할 수 있는 여타의 수단과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혀 언론중재위를 통한 정정보도 요청 등 여러 방안을 통해 문화일보 기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보에 대해 언론중재위를 통한 조치는 과거 한차례 해서 최종건 비서관이 언론중재위 신청을 하게 되면 두 번째 사례가 된다. 고소를 한 건 정부 출범 이후 첫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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