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보도 자체가 너무 적다. 정책을 세세하게 보도하지 못했다. 경쟁 상황만 부추기는 선거보도 일색이었다. 군소정당 후보의 등장 빈도가 너무 적다.”

2018 지방선거 미디어감시연대(감시연대)가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김수정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이 내놓은 지방선거 보도 총평이었다. 감시연대는 “정책은 사라지고 네거티브만 난무하는 선거보도”라고 지적했다.

‘2014년 지방선거 공정보도감시단 활동백서’를 보면 선거일 40일 전부터 방송 선거보도는 7.1%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6·13 지방선거 방송보도(4월7일부터 6월1일, 7개 채널 저녁종합뉴스 방송보도)의 경우 총 보도 수 대비 3.5%에 머물고 있다. 감시연대는 “분석시기를 최근 40일 전부터로 제한하면 지방선거 보도비중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물론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정치외교 이슈, 대한항공 경영진 갑질 수사, 드루킹 댓글 수사 등 큰 이슈가 많았던 것도 지방선거에 관심을 멀어지게 한 요인이다.

윤석빈 언론노조 특임부위원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큰 이슈가 터지면서 기자들이 차출돼 지방선거 보도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들이 정책비교를 하고 싶더라도 시간이나 지면 관계로 보도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윤 부위원장은 “지방선거 특성상 전국 이슈가 선거와 섞이지 않는 만큼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할지 (언론인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보도가 부족했다.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신문 보도를 분석한 결과 지방선거 관련 전체 보도 대비 서울시장 관련 보도는 27.9%, 경기지사 보도 수는 14.9%를 차지했다. 이 중 후보 간 정책 비교 보도는 서울시장 보도에서 18.3%, 경기지사 보도에서 33.3%로 나타났지만 이마저도 “대체로 후보자의 정책을 일방으로 소개하는 단순보도 유형 일색”이라고 지적했다.

주로 네거티브 공방에 관심이 집중됐다. 감시연대는 “경기지사 신문보도에선 후보인물 관련 보도의 비중이 높지만 대체로 네거티브 전략”이라며 “혜경궁 김씨 계정 논란이나 욕설 음성 파일 논란 등은 긍정적 의미의 선거쟁점 보도와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전투형 표현을 사용한 보도들은 유해보도로 꼽았다. 한 예로 조선일보 4월20일자 “서울을 지켜야 자유민주주의 지킬 수 있다”는 보도에는 “이번 선거는 文정부 폭주와의 전쟁…안철수 전쟁치를 능력 있는지 의문”이란 중간제목이 달렸다. 감시연대는 “난타전, 협공, 총력전과 같은 표현은 정치적 선택을 전쟁과 게임의 승패 프레임을 강화하기 때문에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 2018 지방선거 미디어감시연대는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열어 지방선거 보도에서 정책보도가 적고 네거티브가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Gettyimagesbank
▲ 2018 지방선거 미디어감시연대는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열어 지방선거 보도에서 정책보도가 적고 네거티브가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Gettyimagesbank

종편·보도채널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한 이봉우 민언련 활동가는 “앞서 지적된 문제가 종편에서 극대화돼 드러났다”고 말했다. 종편·보도채널이 지방선거를 다룰 때 ‘정부·여당 논란’의 비중이 65.6%를 차지해 ‘야당 논란’ 6.6%의 10배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감시연대는 “대통령 지지율이 70% 선으로 고공행진하고 있어 자연스레 여당 견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정부·여당 논란’에 과도한 비중이 할애되면서 반드시 다뤄야 할 의제가 자취를 감췄다”고 지적했다. 모니터링 결과 정책이나 공약 관련 내용은 6개 방송사 지난 8주 간 방송 분량 중 36분에 불과했다.

군소정당에 언론의 관심이 적었다. 신문들의 서울시장 관련 보도를 보면 기사 내용 중 민주당이 76.9%, 바른미래당 71.2%, 자유한국당 64.6% 순으로 3개 당 중심으로 등장했다. 정의당은 5.7%, 민주평화당은 3.5%, 이외 군소정당 출현은 3.9%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신문별로 보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엔 위에 언급된 5개 당을 제외한 기타정당이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방송에서도 정의당 등 군소정당 후보자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감시연대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의당은 지상파 채널에서 볼 수 있었고, 기타 정당 후보자들은 MBC에만 얼굴을 비췄다”며 “경기지사 선거에선 정의당이 KBS1·SBS·MBN에만 등장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유익한 보도도 선정했다. 지난 4월24일 동아일보는 “‘우리 동네 이슈맵’ 유권자들 건강문제 관심 쏠릴 때 지방의회는 SOC 논의 몰두”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감시연대는 “동아일보와 서울대 폴랩이 최근 5년 간 지자체 관련 기사 중 상위권 이슈를 살펴본 결과를 제시하며 지방선거에서 정당이나 출마자들이 관심 가져야 할 유권자의 관심이 무엇인지 논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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