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여가의 균형을 중시하자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현상을 비판적으로 다뤘던 김홍수 조선일보 경제부장 칼럼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 부장은 2일 미디어오늘에 “세대 간 의식 차이가 크구나 하는 점을 느꼈다”고 했다. 

김 부장은 지난달 30일 “걱정되는 ‘워라밸’ 신드롬”이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최근 가족과 다녀온 스페인 여행에서 느낀 바를 썼다. 

김 부장은 “파리 특파원에서 서울로 귀임한 지 7년 만의 유럽 여행이었다”며 “그런데 관광지마다 한국인이 차고 넘쳐 깜짝 놀랐다. 바르셀로나~그라나다 노선 항공기는 승객 절대다수가 한국인이어서 한국 국내선 항공기를 탄 듯한 느낌이었다”고 술회했다.

김 부장은 이어 “관광지엔 중장년층 단체뿐 아니라 개별 여행을 나온 한국인 청춘 남녀가 넘쳐났다. 특파원 시절 봤던 과거 장면과 비교하면 청년들의 여행 행태가 사뭇 달랐다”며 “배낭을 멘 채 값싼 유스호스텔을 전전하는 게 아니라 코트를 멋지게 차려입고, 맛집과 특색 있는 호텔을 섭렵하며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썼다.

▲ 조선일보 2018년 1월30일자 김홍수 경제부장 칼럼.
▲ 조선일보 2018년 1월30일자 김홍수 경제부장 칼럼.
“청년들 사이에 일과 여가의 균형을 중시하자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유행하고,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인생관이 확산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였다.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우리가 이렇게 흥청망청해도 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김 부장은 청년 계층에 대해 “청년들이 해외여행으로 안목을 넓히는 게 국가 경쟁력 향상에 도움되는 측면도 물론 있다”며 “하지만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가 매년 해외여행을 즐기고, 경상수지 흑자의 4분의 1 정도를 해외여행 경비로 소진하는 상황을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 부장은 “우리 선배 세대는 물려받은 자산 하나 없이 맨손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었다”며 “이런 선배 세대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면 ‘여가’와 ‘일’ 간의 밸런스 문제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고 밝힌 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워라밸’ 가치관을 더 확산시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근무시간을 헐겁게 보내고 고(高)비용 야근으로 벌충하는 일 문화는 개선하지 않은 채, ‘근로 시간’만 단축해선 스페인 같은 관광 선진국의 봉 노릇만 하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 부장 칼럼에 대해 비난 여론은 거셌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게재된 해당 기사 댓글에는 “조선일보 경제부장이 겨우 7년 만에 가족들한테 폼 잡고 해외여행을 갔더니 나보다 열등한 인간들이 엄청 여행을 온 거라. ‘아니 이런 개돼지 같은 것들도 유럽여행을 오다니’ 세상 바뀐 건 모르고 그냥 배알이 꼴리는 거지”, “정말 이글은 심하다 뭐 이런 꼰데 마인드가 ㅎㅎ” 등의 댓글이 높은 추천을 받았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도 댓글 수백 개가 달렸다. 칼럼을 비난·비판하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본인은 스페인으로 가족 여행을 떠났으면서 젊은 세대는 여행을 즐기면 안 되는 것이냐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김 부장 칼럼에 비판적인 기사도 있었다. “‘간장 종지’ 2탄, 조선일보 경제부장의 ‘꼰대질’”(오마이뉴스), “‘워라밸’이 흥청망청? 부장님, 공부 먼저 하세요”(오마이뉴스), “‘조선 김홍수 부장님~ 싸가지 없는 기사 잘 봤습니다’”(고발뉴스)

김 부장은 2일 이런 여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미디어오늘에 “세대마다 현격히 다른 독자 반응을 보면서 세대 간 의식 차이가 크구나 하는 점을 느꼈다”며 “더 이상은 노코멘트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홈페이지 기사에도 “제2의 IMF가 와야지 정신들 차리지”, “전쟁 중에 놀러다니나 ? 우리나라는 휴전 중인 국가” 등 칼럼에 호응하는 댓글도 있었다. 김 부장은 지난 2016년 9월 경제부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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