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오는 31일 신임 사장 선출에 대한 정식 논의를 시작한다. 24일 오후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KBS 이사들은 31일 정기 이사회에서 KBS 사장 공모 일정을 포함한 선출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고대영 전 KBS 사장 해임에 반발해 온 구여권 추천 이사 3명(조우석·이원일·차기환)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퇴한 이인호 KBS 이사장 대신 간담회를 진행한 변석찬 이사(구여권 몫)가 이날 논의된 내용을 불참한 이사들에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들은 이날 ‘밀실 합의’로 비판받아 온 KBS 사장 선출 과정을 개선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여권 몫 김상근 이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제까지 해왔던 사장 선임 관행의 투명성을 제고할 방안을 마련해 31일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장 선임 일정도 이날 협의될 가능성이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새노조)는 23일 총파업 승리 특보에서 “국민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사장 선출은 MBC보다 더 투명하고 국민·구성원의 더 많은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영일 이사(여권 몫)도 앞서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MBC 최승호 사장 사례를 참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는 지난해 최승호 사장 선출 당시 후보자들의 정책 설명회와 최종 후보자 면접을 생중계했다.
이들은 현재 사장 공모가 시작되지 않은 시점이고 차기 사장의 경우 내부 구성원들 의사도 중요하다는 점을 들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 중 한 인사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거론 자체를 무겁게 느낀다”며 “선후배 등이 소임을 맡긴다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KBS 출신으로 언론·방송계에 몸담아 온 일부 인사들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BS를 떠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인사들의 경우 KBS 내부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이후 KBS가 정치권력에 휘둘리는 한편 미디어 변화 흐름에서 정체돼 왔다는 점에서 이른바 ‘적폐청산’ 의지와 새로운 감각을 지닌 사장이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노조는 KBS 사장 요건으로 △지난 10년 동안 KBS 내 적폐와 싸워 온 개혁적 인물 △공영방송 독립 의지와 철학이 있고 도덕적 결격 사유가 없는 인물 △미디어 환경 변화 대처 전략과 비전을 지닌 전문가 등을 제시했다.
한편 31일 KBS 이사회에서는 이인호 이사장 사퇴로 궐석이 된 이사장 자리가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사들 중 연장자를 호선하는 관행에 비춰 최근 여권 추천으로 임명된 김상근 이사(만 78세)가 신임 이사장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