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 상황을 담고 있는 CCTV 영상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가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무전 교신만 하면서 건물 주변을 걸어다닌다”며 소방대원들이 구조에 늑장 대응한 것처럼 보도했다가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으로부터 “모르면 방송하지마라”고 비판을 받았다. 비난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9일 김종희 제천소방소 소방경의 반론을 보도했지만 “오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6일 “긴박했던 대피 초기 우왕좌왕”이라는 제하의 리포트에서 “무려 29명의 희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긴박했던 초기 상황을 보여주는 새로운 CCTV 영상이 공개됐다”면서 관련 영상을 보도하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MBC는 “한 소방대원이 걸어다니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이 대원은 10분 넘게 무전 교신만 하면서 건물 주변을 걸어다닌다”며 CCTV 영상에서 보이는 ‘사실’을 전했지만, 이 보도는 ‘진실’과 달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도 이후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의 직영 수익 사업을 총괄하는 기구인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MBC 기사를 공유하고는 “모르면 방송하지마라”며 “기자 말대로 무전기만 들고 왔다 갔다로 표현한 소방관은 현장을 지휘하는 사람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누가 상황을 파악하고 지휘를 하느냐”며 “화면상 헬멧과 공기 호흡기를 갖추고 있지 않은 소방대원은 응급환자를 실어 이송하는 구급대원인데 구조를 하고 진압을 하란 말인가. 제발 알고들 방송해라”고 비판했다.
여러 언론이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을 인용하며 MBC 보도를 문제 삼았고 MBC는 지난 29일 반론 보도를 실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6일에 제천 화재 현장의 CCTV 화면을 보도하면서 한 소방대원이 ‘10분 넘게 무전 교신만 하면서 건물 주변을 돌아다녔다’라고 표현했다”며 “이 보도 이후에 전·현직 소방관들의 지적이 있었다. 현장 지휘관은 불 끄러 들어가는 게 아니라 밖에서 전체 상황을 파악하고 지시하는 역할인데, 마치 시간을 허비한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저희는 화면에 나왔던 그 소방관을 직접 만나서 입장을 들어봤다”고 전했다.
김종희 제천소방서 소방경은 MBC에 “저희들은 현장에서 절대 뛰어다니면 안 된다”며 “그게 매뉴얼이고 구조대원의 부상 방지를 위해 항상 현장에서 걸어다니게 돼 있다. 근데 뉴스 멘트에 대원들이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는 투로 보도가 됐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말했다.
손정은 뉴스데스크 앵커는 이 보도 말미에 “많은 분들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거기에 응답하는 차원으로 당사자 의견을 전해드린다”고 덧붙였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은 다시 페이스북에 MBC 반론 보도를 공유하면서 “MBC 뉴스 정말 비겁하다. 소방관 관련 보도 잘못에 대한 사과인지 정정인지 해명인지가 불분명했다. 사과 또는 정정 보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주 비겁하고 비열한 방식으로 어정쩡한 멘트와 인터뷰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언론인들의 분노도 이어졌다. 2012년 파업 중 해고됐다가 복직한 박성제 MBC 취재센터장은 29일 MBC의 소방관 반론 보도를 공유하며 “달라지려는 노력의 하나로 봐주시면 좋겠다.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30일 블로그를 통해 “26일 (MBC) 보도는 오보였다. 구급대원 관련도 오보였고 현장 지휘관 관련도 오보였다. 둘 다 현장에 들어가면 안 되는 인력인데도 바깥에서 어슬렁거리기나 한다고 잘못 보도했다”고 MBC 보도가 오보임을 명확히 했다.
김 기자는 “그러면 정정 보도를 해야 맞다. 그러나 MBC 뉴스데스크가 한 것은 반론 보도였다. 그것도 구급대원 관련은 아예 깔아뭉갰다”며 “그러고도 앵커는 마지막 마무리에서 ‘겸허히’라는 표현까지 썼다. 더없이 비열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김 기자는 각종 부서를 총괄하고 있는 박 센터장에 대해 “뉴스데스크뿐만 아니라 MBC의 모든 보도를 관장하는 사실상 최고 책임자”라며 “이런 이가 이처럼 오보를 인정하지 않고 비열하게 빠져나가면서 반론인 듯 아닌 듯 헷갈리는 보도를 하도록 만들었다. 나는 12월26일 허위 보도보다 12월29일 엉터리 반론 보도가 훨씬 심각한 잘못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김 기자는 “잘못 보도하는 잘못은 바로잡을 수 있다”며 “하지만 잘못한 보도를 슬그머니 깔아뭉개는 보도는 바로잡을 수 없다. 게다가 앞으로 계속 되풀이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박 센터장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대해 “박성제 센터장은 이런 따위를 조금씩 나아지는 증거로 여기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말하자면 똥물을 향수로 알고 뒤집어쓴 셈이다. 뒤집어쓴 것으로도 모자라 동네방네 자랑질까지 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 센터장은 30일 김훤주 기자의 블로글을 공유하며 “김훤주 선배님이 저를 무섭게 비판하셨군요.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의 글 “오보보다 큰 잘못, 오보 지적 깔아뭉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