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노사가 지난달 합의한 사장 임명동의제가 처음 시행된다. 21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사장 후보자를 공지한 뒤 28일부터 30일까지 전자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SBS 대주주와 사측은 노조와 임명동의제를 합의한 뒤 첫 사장 후보로 박정훈 현 SBS 사장을 내세웠다.
노사 합의에 따라 SBS 사장 뿐 아니라 SBS A&T 사장, SBS 보도 및 편성·시사교양 부문 최고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도 함께 진행된다. SBS 사장 및 SBS A&T 사장, 시사 교양과 편성 최고 책임자는 재적 인원 가운데 60%가 반대할 경우, 보도 최고 책임자는 재적 인원 가운데 50%가 반대할 경우 사측이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
SBS 보도본부장 내정자로는 심석태 뉴미디어국장이 임명동의 절차를 밟는다. 심 국장은 1991년 SBS에 입사해 사회부, 인터넷뉴스부 편집부, 정치부, 국제부 등을 거쳤고 2008년에는 SBS 노조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 사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SBS 뉴미디어 분야의 성과는 심 국장 체제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심 국장은 선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첫 시행인 만큼 SBS노조는 많은 구성원이 이번 투표에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하 SBS본부·본부장 윤창현)는 21일 “재적인원 970여명인 SBS에서는, 590명가량 반대표를 던져야 부적격 인사의 임명을 저지할 수 있다”며 “700명이 조금 넘는 SBS 조합원 수를 고려하면 85%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져야 하는 버거운 수준이고 SBS A&T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알렸다.
재적 60%의 반대를 임명철회 조건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찬성표를 던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 온다. SBS본부는 “부적격 후보자에 대한 반대를 넘어 전 조합원, 나아가 SBS 전 구성원이 투표함으로써 내 손으로 SBS 미래를 직접 열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증명할 때만이 임명동의제 실시 의미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대로 사측이 추천한 후보자가 구성원들의 폭넓은 지지와 압도적 동의를 얻는다면 임명동의 절차가 노사 간 의기투합의 계기로 작용해 위기 돌파와 혁신을 위한 에너지가 증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BS본부는 노보를 통해 사장 후보자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SBS본부는 “박정훈 사장 후보자는 앞서 언급한 구체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물”이라며 “SBS가 신뢰와 구조 위기에 빠져 허우적댔던 지난 몇 년 간 승승장구하며 경영 책임 핵심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SBS본부는 △타 관계사로 유출된 수익(2600억 원대로 추산)을 어떻게 원상복구 할 것인지 △지주회사 체제 아래 갈등 요인이 되고 있는 SBS 사업 구조를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지 △신뢰 추락을 막기 위한 방송 독립과 자율성 강화,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전과 대안은 있는지 △인사와 경영 쇄신의 구체적 방안이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SBS 내부에선 박 사장 후보자가 과거 정치권에 줄을 대는 등 노골적으로 조직을 위기에 빠뜨린 사장에 비해선 양호하다는 등 긍정적인 평가와 빠르게 정상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KBS·MBC 등과 경쟁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구체제 인사로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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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SBS 뉴스텍과 아트텍 합사로 탄생한 SBS A&T의 사장 후보자로서 이동협 미술본부장이 임명동의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역대 SBS A&T 사장이 모두 SBS PD·기자 출신이었지만 이번엔 내부 인사라는 점은 반길 만하다. 하지만 SBS본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에서 사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점은 한계로 작용할 전망이다.
SBS본부는 이 사장 후보자에게 △A&T 독립경영을 위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비전과 방향은 무엇인지 △능력급 문제에 대해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침체된 조직 문화를 바꾸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