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 사장이 2009년 보도국장 시절 MB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국정원의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수수 혐의 수사 개입 의혹’을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현금 200만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인호 KBS 이사장이 25일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23일 “당시(2009년 5월) KBS 담당 IO(Intelligence Officer·국내 정보 담당관)가 KBS 보도국장을 상대로 불보도 협조 명목으로 현금 200만 원을 집행한 것에 대한 예산 신청서·자금 결산서 및 담당 IO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보도국장이 고대영 사장이다.

국정원이 요청한 비보도는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 고위층에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2009년 5월7일자 조선일보)는 내용의 국정원 수사 개입 의혹 보도였다.

고 사장의 금품 수수 의혹은 25일 오후 KBS 이사회에서 여·야 이사 간 공방을 불렀다. 고 사장은 ‘국정원 IO를 만난 적 있느냐’는 질문에 “기억을 못한다”고 했다가 “저는 그런 IO를 잘 만나지 않는다”고 말한 뒤 “제 기억으로는 만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접촉 의혹에 대해 말이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 고영주 KBS 사장, 이인호 KBS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연합뉴스
▲ 고영주 KBS 사장, 이인호 KBS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연합뉴스
구야권 이사 4인은 거듭 국정원 금품 수수 의혹을 추궁했다. 장주영 구야권 이사가 “만약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어떻게 할 건가”라고 묻자 고 사장은 “가정을 전제로 말씀하지 말라”고 했고 이 이사장은 “드러나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이 사안을) 물어볼 게 아니”라고 말했다.

고 사장은 ‘만약 KBS 보도국장이 국정원으로부터 보도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는 것은 징계감인가’이라는 김서중 구야권 이사 질문에 대해 “징계감”이라면서도 “KBS 사장에 유도 질문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고 사장은 ‘KBS 뉴스 신뢰도 등이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이 바보인가. KBS 뉴스 신뢰도가 추락했으면, 어떻게 나머지 방송사 뉴스 시청률을 다 합친 것보다 높은 시청률이 나오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국정원 개혁위는 “보도국장이 현금을 수수하고 불보도 행위를 한 것은 뇌물죄 해당 여지가 있어서 검찰에 수사 의뢰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26일 오전 수뢰 후 부정처사,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고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