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문 대통령,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아베로부터 ‘왕따’ 취급받을 가능성”’

9월21일자 조선일보 기사 제목이다. 조선일보는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로부터 ‘왕따(odd man out)’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20일 보도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뉴욕타임스 보도를 근거로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 문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보다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문 대통령이 두 정상으로부터 소외될 가능성이 지적된 것”이라 보도했다. ‘왕따’ 프레임은 지난 18일 정치권에서도 등장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유엔 무대에서도 남북대화 병행이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운운해서 왕따를 자처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 다수 한국언론이 인용한 뉴욕타임스 9월20일자 보도.
▲ 다수 한국언론이 인용한 뉴욕타임스 9월20일자 보도.
20일 등장한 뉴욕타임스 보도는 야당과 보수언론 입장에서 ‘국제 왕따’ 프레임에 부응하는 기사였던 셈이다. 이날 뉴욕타임스 기사 제목은 ‘South Korea’s Leader Will Be Odd Man Out in Meeting With Trump and Shinzo Abe’으로, 한국특파원인 최상훈 기자가 송고했다. 해당 기사 중 “But Mr. Moon will also find himself a bit of the odd man out.”라는 문장에서 ‘odd man out’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중앙일보 등 일부 언론사가 ‘왕따’로 번역했다. ‘Odd Man Out’의 사전적 정의는 ‘외톨이’ 또는 ‘예외적인 사람’이다. 반면 ‘왕따’의 사전적 정의는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으로, 영어로는 ‘outcast’다. 당장 온라인에서는 뉴욕타임스의 ‘Odd Man Out’이란 표현이 오역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누리꾼은 “‘odd’란 표현은 혼자 튄다는 뜻이지 ‘이상하다’는 게 아니다.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어보면 문 대통령의 생각이 다른 두 정상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고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며 “어떻게든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찾고 싶은 한국 기자들이 오역한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번역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오역으로 판단하기엔 섣부를 수 있다.

기사를 작성한 뉴욕타임스 기자의 생각은 어떨까. 해당 기사를 쓴 최상훈 뉴욕타임스 기자는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아베와 트럼프는 대북제재에서 군사옵션을 포함시키자는 입장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전쟁은 결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런 면에서 이 세 사람이 공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군사옵션) 그 부분에서는 문 대통령이 다르다는 의미로 썼다”고 말했다.

최상훈 기자는 한국 언론의 ‘왕따’ 번역에 대해 “한국기자들이 번역한 것을 두고 (맞다 틀리다) 평가하기 애매하지만 제가 이해하는 왕따라는 표현은 집단 괴롭힘 또는 집단 따돌림인데 그런 표현이 맞는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최 기자는 “(기사를) 읽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겠지만, 왕따라는 번역은 문 대통령을 비판적 시각에서 접근하기 위한 표현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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