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임명한 뉴라이트 계열의 강규형 KBS 구여권 이사(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기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20일 오후 KBS 이사회 참석 차 서울 여의도 KBS 본관을 찾은 강 이사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KBS본부) 조합원들의 “물러나라”는 퇴진 구호에 맞춰 흥겹게 팔뚝질을 하고 피켓을 든 조합원을 끌어안는 등 노조를 조롱하는 모습을 보인 것. 공영방송 신뢰도 추락에 책임 있는 구여권 이사가 반성 대신 조롱조로 일관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이날 KBS본부 조합원들은 오후 4시 KBS 정기 이사회에 맞춰 KBS 이사회 해체를 촉구하는 집회를 사내에서 열었다. 오후 4시30분경 강 이사가 모습을 드러내자 본관 2층에 있던 KBS본부 조합원들은 “강규형은 물러나라” 구호를 외쳤다.

▲ 20일 오후 KBS 이사회 참석 차 서울 여의도 KBS 본관을 찾은 강규형 KBS 이사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의 “물러나라”는 퇴진 구호에 맞춰 흥겹게 팔뚝질을 하고 피켓을 든 조합원을 끌어안는 등 노조를 조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영상
▲ 20일 오후 KBS 이사회 참석 차 서울 여의도 KBS 본관을 찾은 강규형 KBS 이사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의 “물러나라”는 퇴진 구호에 맞춰 흥겹게 팔뚝질을 하고 피켓을 든 조합원을 끌어안는 등 노조를 조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영상


강 이사는 웃음을 보이며 구호에 맞춰 팔뚝을 흔들어댔고 “해체! 이사회” 손 팻말을 든 KBS본부 집행부 강윤기 KBS PD를 포옹하며 등을 토닥였다. 이후 KBS 본관 6층에서도 조합원들의 거센 저항을 받은 그는 이사회장으로 들어가기 직전 조합원을 향해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 ‘화이팅’ 포즈를 취했다.

강윤기 KBS PD는 20일 미디어오늘에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강 이사와 함께 본관 6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는데 그 안에서는 조합원들에게 ‘홍위병 부끄럽지 않느냐’고 했고, 스마트폰으로 상황을 촬영하는 조합원의 손을 치면서 카메라를 낚아챘다”고 설명했다.

강 이사는 지난 19일 서울 명지대 학생회관 앞에서 ‘강규형 퇴진’ 피켓 시위를 하던 KBS본부 조합원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려 조롱 시비를 불렀다.

당시 피켓 시위를 하던 정아무개 KBS본부 조합원은 “시위를 하려고 피켓을 펴고 있는데 갑자기 강 이사가 다가오더니 손가락으로 브이를 했다”고 말했다.

정 조합원은 “내가 픽 웃었더니 (강 이사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며 “정색하면서 손 올리지 말라고 했더니 (강 이사가) 당신들은 내게 와서 몸싸움도 하는데 이렇게도 못하냐고 했다”고 전했다. 정 조합원에 따르면, 강 이사는 “아들 같아서”라는 등 조롱조로 일관했다.

▲ 강규형 KBS 이사는 지난 19일 서울 명지대 학생회관 앞에서 ‘강규형 퇴진’ 피켓 시위를 하던 새노조 조합원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려 조롱 시비를 불렀다.사진=KBS 새노조
▲ 강규형 KBS 이사는 지난 19일 서울 명지대 학생회관 앞에서 ‘강규형 퇴진’ 피켓 시위를 하던 새노조 조합원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려 조롱 시비를 불렀다.사진=KBS 새노조
SNS 등 온라인상에선 강 이사의 기행에 대해 “왜 저리 수준이 낮은가”, “노조의 구호가 가슴 아프게 들린다”, “명지대 참….” 등 비난 여론이 컸지만 극우 성향 인사들의 반응은 또 달랐다.

MBC ‘제3노조’ 위원장인 김세의 기자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강 이사의 ‘브이’ 사진을 올리며 “이게 바로 유의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와 강규형 이사의 차이”라며 “물러나서 도망가는 사람과 맞서 싸우는 사람…유의선과 강규형 절대로 두 이름 모두 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박근혜 탄핵이 ‘인민재판’이라는 주장을 영화에 담은 최공재 감독은 페이스북에 “싸움이 이렇게 재밌어야 사람들이 우리를 지지할 수 있게 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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