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분야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이해당사자들 간 첨예한 갈등이 일고 있다. 이해당사자 간 미묘한 입장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결국 갈등이 발생한 원인은 오락가락했던 이전 정부의 교육 인력 수급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교육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 학생들은 서울특별시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교육 분야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 예비·현직 교사 등 교육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교육대학교 학생들은 비정규직 교원을 양산하는 강사제도를 폐지하라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강사 제도의 확산은 현장의 교육수요에 단기적 성과만을 위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교육당국은 현장 교사 직무 연수 및 교육대학 커리큘럼 개선 등을 통해 교육 현장의 수요를 정상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 서울교육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생들이 17일 오후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비교사의 의견을 수렴해 교육분야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할 것과 비정규직 강사 제도를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사진=용지수 대학생 명예기자
▲ 서울교육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생들이 17일 오후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비교사의 의견을 수렴해 교육분야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할 것과 비정규직 강사 제도를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사진=용지수 대학생 명예기자
또한 학생들은 교육부가 교육분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논의하는 테이블에서 예비 교사를 아예 배제했다는 점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지난 8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추진계획’의 후속조치로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구성했다. 기간제 교사 등 교육분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위해 교육부가 꾸린 심의위원회엔 노동계 추천인사 2명, 고용노동전문가 2명, 교원단체 등 추천인사 2명, 학부모단체 추천인사 1명, 시·도교육감협의회 추천인사 2명, 국립대학 관계자 1명, 교육부 관계자 1명이 참여한다. 위원회는 지난 9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서울교육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교육부는 지난 7월 31일 논란 중인 비정규직 교원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전국교육대학생연합과의 면담에서 모든 답변 및 책임을 심의위원회로 넘기고 예비 교사와의 충분한 소통을 보장하겠다고 했다”고 짚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후) 심의위원회 구성·일정·안건과 관련한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회의 논의과정도 비공개하면서 예비 교사들을 관련 문제의 논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교육대학교 학생들의 기자회견 현장 건너편에서는 현직 교사들의 피켓 시위도 진행됐다.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공정한 교사채용을 위한 모임’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모임’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의 시위에서 비정규직 강사 측의 동일노동·동일임금 논고를 전면 비판하고, 정부당국에 현직 교사의 입장을 대변할 창구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 날 시위에 참가한 현직 교사들은 “비정규직 교사들의 논리가 ‘동일노동·동일임금’ 이야기인데, 사실 학교 현장에선 정교사들이 더 억울한 면이 많다”고 반박했다. 교사들은 “담임, 행정 업무 등은 거의 정교사들이 하고 있다”며 “초등, 중등, 사립, 공립에 따라 상황이 모두 다른데, 다양한 경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비정규직은 억울하다’고 뭉뚱그리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 17일 오후 서울특별시 교육청 앞에서는 현직교사들로 구성된 교육 단체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현직 교사들의 목소리도 정책 추진과정에서 반영해줄 것을 주장하는 시위를 열었다. 사진=용지수 대학생 명예기자.
▲ 17일 오후 서울특별시 교육청 앞에서는 현직교사들로 구성된 교육 단체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현직 교사들의 목소리도 정책 추진과정에서 반영해줄 것을 주장하는 시위를 열었다. 사진=용지수 대학생 명예기자.
현직 교사들 또한 교육부가 꾸린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의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날 시위에 참가한 A교사는 “심의위원회 중에 현직교사가 한 명도 없는데, 책상에만 앉아있는 사람들이 학교 현실을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교사는 “(심의위원회 측은) 전두환 체육관 투표 때처럼 계속 밀실회의를 하고 있는데, 본인들도 떳떳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건 심의하겠다는 게 아니라 밀어붙이겠다는 거다. 현장 의견을 전혀 수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직 교사와 예비 교사들을 중심으로 교육분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한 반발만큼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영어회화·스포츠 과목 비정규직 강사 측은 “(심의위원회가) 현직 교사들의 말을 들어줄 만큼 들어줬다”고 반박했다.

곽승용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정책실장은 18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심의위원회에 한국교총 인사가 포함돼 있고, 교대생 등 당사자 면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교육부가) 예비·현직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지적했다.

▲ 11일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사진=민중의소리
▲ 11일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사진=민중의소리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대표는 1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교사들은 차별과 부당한 요구 때문에 위축되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고, (현재 교사 한 명 당) 맡아야 될 학생 수가 많으니, 학교 교육의 질적 향상과 교사의 노동조건 개선 등을 위해서 정규직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9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연 기간제교사연합회. 사진=노컷뉴스
▲ 9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연 기간제교사연합회. 사진=노컷뉴스
박 대표는 또 “기간제 교사들도 수십 통의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거쳐 임용되는 것”이라며 “사립학교 교사들도 (임용고시가 아닌 이 같은) 방법으로 채용 되는데, 사립학교 교사들이 준공무원 대우를 받는 것은 문제 삼지 않는 반면, 기간제 교사만 형평성 이야기를 한다”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임용고시 합격을 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한) 대기자들 보다 먼저 정교사로 임용해달라는 것이 아니”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OECD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교사가 6만에서 10만 명 정도 필요하다. (학급을 늘여)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면 대기자와 기간제 교사를 정교사로 임용해 교원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학생들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대체로 처우가 낮은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법과 과정에서 이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러한 여러 이해 당사자들의 첨예한 논쟁이 발생한 건 결국 지난 정부의 혼란스러운 교육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사제도를 폐지하라는 주장이나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주장도 결국 무분별하게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을 용인해온 정책 탓에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당사자들이 양산됐다는 점을 비판하는 맥락은 같다.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생긴 탓에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역시 엇갈린 입장 차로 내홍을 겪는 셈이다.

곽승용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인사와 채용을 고려하지 않고 이런 (갈등) 양산을 일으킨 책임은 정부에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곽 실장은 “노-노 갈등, 노동자들끼리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지만 진짜 문제는 (고용 환경 개선이나 채용 티오 마련 생각을 하지 않은 채) 교육 정책을 운영해 온 이전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과문

미디어오늘은 해당기사에서 곽승용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정책실장이 “비정규직 강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현장의 강사들에 대해 일반 교원과 똑같은 임금체계를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곽승용 실장의 주장과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기사 작성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습니다. 곽 실장은 “비정규직 강사들에게 일반 교원과 똑같은 임금체계를 보장해달라고 언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강사는 제발 무기계약직이라도 해달라는 게 요구의 핵심”이라고 밝혔습니다. 취재원의 의사와 다르게 기사가 나간 점에 대해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과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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