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면 YTN 해직 기자는 4일 발표된 해직자 복직 협상 타결 소식에 “YTN 구성원들과 시민들에 큰 빚을 진 것 같다”고 말했다.

노 기자는 이날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동안의 협상 과정을 알고 있어서 ‘새로운 감회’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공정방송과 복직 투쟁을 9년 동안 벌여온 YTN 언론인들은 한국 언론사에서 큰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사측은 지난 정권에서 구성된 체제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정치 환경이 지금처럼 변하지 않았으면 복직은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시민들이 만들어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노 기자는 “해직자들이 복직하면 YTN 보도가 바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민들이 많으실 텐데 그에 부응하는 결과물을 내야 하는 현실에 어깨가 무겁다”면서도 “YTN 해직자 복직 문제는 비정상적이었던 언론이 정상화하고 있다는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노 기자는 “이를 계기로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MBC, KBS 언론 노동자들이 힘을 얻고 공영방송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YTN 해직자 복직 협상 타결이 발표된 뒤 노사가 각각 대의원대회와 확대간부회의를 거쳐야 하고 YTN 이사회 의결 절차도 남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노사가 오랜 협상 끝에 합의한 만큼 향후 일정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석재·노종면·우장균·정유신·조승호·현덕수 YTN 기자는 2008년 10월 이명박 대선 후보 방송 특보 출신인 구본홍 YTN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다. 이 가운데 권석재·우장균·정유신 기자는 2014년 11월 대법원을 통해 복직했으나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 복직은 기약 없이 미뤄져 왔다. 

언론계에서는 언론 적폐 청산 과제로 YTN 해직자 복직 문제를 1순위로 꼽아왔던 만큼 공영방송 정상화 등 언론계의 언론 개혁 운동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노 기자와의 4일 전화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노종면 YTN 해직기자가 지난해 1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그의 얼굴에서 해직 9년의 세월이 묻어난다. (사진=김도연 기자)
▲ 노종면 YTN 해직기자가 지난해 1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그의 얼굴에서 해직 9년의 세월이 묻어난다. (사진=김도연 기자)
- YTN 노사의 해직자 복직 협상이 타결됐다. 소회를 묻고 싶다.

“그동안 YTN 노사의 협상 과정을 알고 있어서 소회라고 할 것은 없지만 우리 YTN 구성원의 공정방송 사수 및 해직자 복직 투쟁은 언론 역사에서 큰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상에는 파트너가 있다. 현재 사측은 지난 정권에서 구성된 체제의 연장이다. 정치 환경이 변하지 않았다면 이뤄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촛불 시민들이 만들어주신 성과라고 생각한다. 협상을 쟁취해낸 우리 구성원들과 시민들에게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 부담도 클 것 같다.

“상당한 부담이다. 시스템적으로 여러 관성이 남아있는 조직인데 하루아침에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질 순 없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제 해직자들이 복직했으니 YTN 보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 기대하고 계신다. 그 간극을 메우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단순히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조승호, 노종면, 현덕수 모두 YTN 내에서 나름대로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젠 평가받을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현실에 봉착했다.”

- 정권 차원의 통제로 빚어진 언론사 해직 사태에서 복직한 언론인들은 매우 드물다. 평가할 부분이 있다면?

“YTN 해직자 복직은 언론 개혁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이 정상화하고 있고 과거보다 진일보했음을 알리는 정도의. 다만 현재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MBC, KBS 언론 노동자들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 그 의미만큼은 컸으면 좋겠다. MBC 동지들도 ‘이제 우리 해직 동료도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하루빨리 MBC 해직 언론인 복직이 성사됐으면 한다. 언론계가 자신감을 얻고 힘을 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YTN에선 사장 재공모를 앞두고 있다. 사장 선임은 언론사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현 경영진이 간부 인사를 하게 될 경우인데, 해직자 복직을 현 경영진의 성과로 삼아서 ‘대행 체제’를 조금 더 끌고 가려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다. 각별히 경계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하루빨리 사장 선임 단계로 나아가고 정상적인 절차가 이뤄질 때만이 복직이 완성된다. 미래가 불확실한 엉성한 경영 체제가 계속된다면 복직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 가족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지난 9년 동안 누구보다 복직을 바랐을 텐데?

“YTN 사장에 입후보했다가 공모가 파행이 된 뒤 아내에겐 복직 협상 상황을 조금은 구체적으로 이야기했었다. 속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웃음) 아직 아이들은 이 소식을 모르고 있고. 복직 타결 소식도 아내가 알려줘서 알게 됐다.”

-복직을 염원하던 시민들에게 한말씀한다면?

“고맙다. 정말 고맙다는 말씀 밖에…. 2008년부터 우리 투쟁을 지지해주시는 촛불 시민들이 있다. 그분들은 입버릇처럼 ‘우리가 윤택남(YTN의 애칭) 지켜줄게요’라고 하셨다. 이제는 현장에 돌아온 만큼 시민의 보도, 시민을 위한 보도로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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