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의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검찰이 이유미·이준서 씨를 포함해 기자회견에서 조작 자료를 발표한 김성호·김인원 부단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했다. 다만 이용주 의원과 박지원 전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등에 대해서는 조작된 자료를 유포하는 데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윗선 개입’ 가능성은 일축했다.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강정석)은 대통령 후보 아들 문준용씨 관련 증거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검찰은 이유미씨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 김성호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 김인원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부단장, 이유미씨의 남동생 A씨 등을 기자회견에 의한 허위사실공표 혐의가 인정됐다며 기소했다. 이유미·이준서 전 위원은 구속했지만, 김인원·김성호 부단장, 이유미씨의 남동생 A씨 등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날 검찰이 밝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선거운동 기간이던 지난 4월27일부터 30일 사이 이유미씨에게 ‘문재인 후보가 아들의 특혜채용에 개입한 사실이 담긴 녹취록을 구해오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또한 이 전 위원은 이번 일이 잘 되면 청년위원장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도 제의했다.

이유미씨는 이후 4월30일부터 5월3일 사이 휴대폰 3대를 이용해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조작하고 동생 A씨와 함께 녹음파일을 조작해 이준서 전 위원에게 제공했다.

이준서 전 위원은 자신의 요구 대로 작성된 카카오톡 대화내용과 녹음 파일을 전달받아 제보자 및 제보 내용에 대한 확인 없이 기사화를 시도했으나 결국 기사화는 무산됐다. 이후 이 전 위원은 5월4일 공명선거추진단에 조작된 자료를 그대로 전달했다.

▲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김성호·김인원 부단장은 이 자료를 전달받은 뒤 제보 내용에 대한 확인 절차 없이 5월5일 ‘민주당 후보가 시켜서 아들이 고용정보원에 원서를 제출했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회견 직후 민주당은 녹음파일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고 문준용씨의 파슨스 스쿨 동기도 실명을 밝히며 제보 자료가 조작됐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제보자에게 추가 인터뷰를 요청했던 기자들의 질의응답 메일에도 답이 오지 않는 상황까지 발생했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검찰은 제보 자료의 신빙성이 낮아진 상황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성호·김인원 부단장이 이 과정에서 제보자라고 지적된 인물과 문준용씨 간 재학 기간이 다르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두 사람은 5일 기자회견 이후에라도 제보 조작 가능성을 인지하고 추가 사실 확인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이다. 그럼에도 김성호·김인원 부단장은 5월5일 기자회견 이후 7일에 재차 앞선 기자회견은 진실이라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다만 검찰은 이용주 의원과 박지원·안철수 전 대표 등 당 지도부로 이어지는 ‘윗선’의 제보 조작 개입여부는 부인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은 기자회견 전인 5월4일 이준서 전 위원으로부터 조작된 제보 자료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이 의원이 제보자료에 대한 검증과 두 차례에 걸친 기자회견에 관여하거나 제보자료의 허위성을 인식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지원·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서도 증거조작의 검증이나 김성호·김인원 부단장의 기자회견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윗선개입’ 여부에 관해서는 검찰 수사 결과는 국민의당의 당 차원 진상조사단 결과와 일치한다.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은 기자회견 전인 5월4일 이용주 의원에게도 녹취파일과 카카오톡 대화 내용 캡처 내용이 전달됐지만 당시 이 의원은 여수 일정을 이유로 김성호·김인원 부단장에게 검증 등 추후 진행상황을 맡겼다고 밝혔다.

또한 당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에서 박지원 전 대표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 간 통화한 기록은 확인됐지만 박 전 대표는 조작된 제보 내용에 대한 어떠한 관여도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역시 이러한 통화 기록은 박 전 대표가 조작된 증거의 기자회견 전후 상황에 관여한 증거는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다만 이번 검찰 조사 결과는 조작 행위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집중하고 그 결과 이유미씨의 단독범행이라는 결과에 초점을 맞췄던 당 차원의 진상조사와는 결이 사뭇 다르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 결과에서는 이준서 전 위원이 이유미의 조작행위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김성호·김인원 부단장 등은 사실상 증거를 가져온 이준서 전 위원의 말을 충분히 믿을 수 밖에 없는 정황이 있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사실상 이준서 전 위원이 녹취록을 구해오라고 이유미씨에게 수차례 요구했고, 이를 대가로 청년위원장 자리를 줄 수 있다고도 제시했다는 점에서 당 차원의 조사 결과보다 직접적으로 조작 가능성을 인지했을 정황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여기서 더 나아가 김성호·김인원 부단장의 혐의까지 적용하며 역시 당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보다도 조작 증거의 공표 책임 소재를 당 차원의 검증팀까지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 조사결과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은 이준서 전 위원이 5월10일 대선 전에 조작 여부 자체를 알았을 지 여부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에서도 이 전 위원이 5월8일 이유미씨와 주고 받은 문자 내용을 토대로 적어도 8일 이후에는 조작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검찰은 31일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민의를 왜곡하고 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흑색선전을 엄단하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며 “피고인들에 대해 죄질이 상응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로 검찰 차원에서 윗선의 개입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안철수 전 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도 주목되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안팎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의 당 대표 등판요구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고, 검찰 차원에서도 조작 사건의 안 전 대표의 무관함을 입증하면서다. 안 전 대표 측은 대외적으로는 당 대표 출마여부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출마까지 고려한 입장 표명까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의 향후 행보 역시 주목된다. 당 지도부 차원의 개입의 가능성이 사라졌지만,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 등까지 혐의 적용이 확대된 상황에서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이냐가 관건이 됐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수사결과 발표에 따른 당 차원의 입장 발표 및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오후 긴급 비상대책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를 소집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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