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콘텐츠 시장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사업자 간 ‘경쟁’이 시작됐다. 당장은 시장규모가 크지 않지만 인공지능 음성비서,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따른 수요가 폭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팟캐스트 업계에선 팟빵과 팟티의 갈등이 주목을 받았다. 팟캐스트는 콘텐츠구독 주소인 RSS를 통해 외부에 공유되는 구조였는데 지난 2월 서비스를 시작한 NHN벅스의 팟캐스트 플랫폼 팟티가 RSS를 통해 팟빵 콘텐츠를 게재해 팟빵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팟빵은 자체 제작 또는 창작자와 계약을 맺고 업로드한 콘텐츠를 팟티가 무단으로 가져가면서 ‘무임승차’를 했다는 입장이다. 팟빵 관계자는 “상장기업이 왜 팟빵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를 복사하는 형태로 새로운 사업을 하는지 의문”이라며 “상도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왼쪽부터 팟빵, NHN벅스의 팟티, 네이버의 오디오클립
▲ 왼쪽부터 팟빵, NHN벅스의 팟티, 네이버의 오디오클립

논란이 되자 ‘팟티’는 팟빵 콘텐츠 공유를 중단하면서도 “공개된 RSS와 팟티의 자체 방송으로 공정하게 서비스를 해왔다”는 입장이다. 팟빵은 이후 약관변경을 통해 외부 RSS 제공을 막으며 자사 플랫폼 내에서만 콘텐츠가 소비될 수 있도록 전환했는데, 이후에는 ‘콘텐츠 독점’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 사건은 팟빵의 ‘독점’이냐 혹은 팟티의 ‘불펌’이냐를 판단하기 이전에 팟빵 중심의 시장에 경쟁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나타난 ‘진통’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논란을 계기로 두 사업자는 ‘차별화 경쟁’에 돌입했다. 팟빵은 최근 창작자로부터 월 9900원씩 받던 호스팅 비용을 무료로 전환하고 하루 업로드 동영상 횟수 제한도 풀었다. 손해를 보더라도 창작자들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팟티는 지상파방송사인 SBS와 제휴를 맺고 오리지널 콘텐츠 ‘김용민의 뉴스관장’을 선보이며 자체 콘텐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NHN벅스 관계자는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 다시보기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SBS라디오와 앞으로도 공동작업을 해 나갈 것”이라며 “벅스의 음원콘텐츠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팟티는 오픈 4개월 만에 팟캐스트 누적 다운로드 2700만, 앱 누적 다운로드 수 6만2000건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두 회사와 직접적인 경쟁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네이버가 최근 음성서비스인 ‘오디오클립’을 출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네이버는 오디오클립에 올해부터 1년에 100억 원씩 3년 동안 300억 원씩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오디오클립은 시사교양 콘텐츠를 녹음하거나 관련 서적을 음성으로 변환하는 콘텐츠가 중심이다. 최근에는 음성 크리에이터(방송 기획 및 진행자)를 선발하면서 창작자를 모으고 있다.

물론, 대기업 광고주가 많지 않은 특성 상 현재 음성 콘텐츠에 대한 시장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산업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등의 광고 관련 집계를 통한 시장 추산도 어렵다.

▲ 네이버 오디오클립 서비스 소개화면.
▲ 네이버 오디오클립 서비스 소개화면.

그럼에도 음성콘텐츠 시장이 최근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음성 콘텐츠에 대한 미래 수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인공지능 AI음성비서’다. 미국에서는 애플, 구글, 아마존이 AI음성비서를 선보였으며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경쟁적으로 AI음성비서를 출시했다. 네이버는 조만간 일본 시장에 AI음성비서를 출시해 시장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앞으로 인공지능 스피커(AI음성비서)가 대중화 될 것이고 자율주행차를 통해 오디오콘텐츠를 즐기는 공간 자체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오디오 시장 자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미래를 대비해 차세대 기술 활용을 적극 지원하거나 오디오 크리에이터 발굴 등의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팟빵 역시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을 통해 미래 수요에 대비할 계획이다. 김동희 팟빵 대표는 지난 4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기술 적용이 장기적 과제임을 강조하며 “조만간 머신러닝 기법을 통해 콘텐츠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모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약속시간까지 10분 남았는데 ’이 팟캐스트 하이라이트를 보여줘’라고 (AI음성비서에) 질문을 던지면 콘텐츠를 자동편집해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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