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 재심의에 반발해 남유진 경상북도 구미시장이 1인 시위를 한 것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 경북도지사 출마를 위한 전략적인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12일 정부세종청사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전직 대통령의 기념우표 하나 못 만드는 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재심의 결정 철회와 우표 발행을 주장했다.

구미시는 앞서 지난 7일 성명을 통해서도 “기념우표 발행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정됐고 탄생 100주년 기념은 단 한 번뿐으로 7년 후 김대중 전 대통령, 10년 후 김영삼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우표 발행을 촉구했다.

구미시는 박정희 대통령이 기념우표를 만들 자격도 없는 인물이냐며 반발하고 있지만 여론은 좋지 않다.

우정사업본부가 발행을 결정했다 재심의에 들어간 것도 여론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100주년 기념우표는 지난해 5월 우표발행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발행이 결정돼 올해 9월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우정사업본부가 재심의를 전격 결정했다. 재심의 결과는 이날 오후에 나온다.

박정희 기념우표를 반대하고 있는 쪽은 오히려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이 구미시장 개인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고, 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미 참여연대 김병철 사무국장은 12일 통화에서 “우편 발행은 큰 그림에서 보면 구미시에서 수년 전부터 추진해오던 사업으로 지역 정치인 중 인지도 면에서 남유진 시장이 낮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로 출마하기 위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본다”며 “1인 시위에 들어간 것도 대구 경북에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높다는 것을 이용해 일종의 보여주기 쇼를 하는 게 아닐까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남유진 경북 구미시장이 7월12일 오전 세종시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 남유진 경북 구미시장이 7월12일 오전 세종시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남유진 시장의 임기는 내년 6월로 종료된다. 3선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시장직에 도전할 수 없다. 지역 정가에서는 남 시장이 경북도지사를 노리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로 통한다.

구미 참여연대 최인협 집행위원도 “남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 도지사 후보로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박정희 대통령 100년 사업이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최인협 집행위원은 “구미시를 대변한다며 우표 발행을 주장하고 있지만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박정희 기념사업에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라며 “지난해 시민단체에서 박정희 기념사업과 관련한 설문 결과 70%가 과하게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병철 사무국장은 “저희도 매주 금요일마다 구미시청 앞에서 기념사업을 중단하라는 내용으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 퇴근하는 대부분 공무원들이 우리 주장에 공감하는데 직분상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도 있고, 공이 있는 부분은 인정하지만 필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부분이 워낙 많이 보인다”고 꼬집었다.

국비를 포함해 구미시가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투입하는 예산은 1000억 원이 넘는다. 추후 관리비도 50억 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있지만 구미시의 지방자치단체 성적표는 초라하다. 지난해 실업률은 전국 1위를 기록했고 청렴도는 꼴찌였다.

구미시는 지역 발전에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서 대기업 공장들이 서울 경기 쪽으로 빠져나가고, 한 기업의 휴대폰 라인이 외국으로 옮기면서 타격을 입었다. 청년실업률이 높은 이유다. 구미시 입장에선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타파할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인데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과 같은 전시성 사업만 키우고 있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김병철 사무국장은 “구미시가 우표 발행에 지원하는 예산이 1300만원 밖에 되지 않아 전체 예산으로 보면 미비하지 않냐는 말을 야당 관계자가 하는데 이건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며 “아주 적게 보면 남유진 시장이 정치적 발판을 삼기 위한 도약인 것이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필요 이상의 선전도구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미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우표 발행 재심의 결과와 상관없이 박정희 체육관 이름을 구미시 체육관으로 돌려놓는 활동과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 박물관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활동을 벌여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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