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의 문은 다시 활짝 열릴 수 있을까.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서는 북핵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 뿐만아니라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 가능성도 농후해 넘어야 할 장벽이 만만치 않다. 다만 대북 제재의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 제시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가동 중단된 개성공단의 조기 재가동 필요성을 주장했다. 양 교수는 이를 위해 개성공단 재개를 추진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북핵 문제와 연계하지 않고 개성공단 자체의 가치에 주목해 재개를 위한 실무적 절차를 추진할 것을 주장했다.

양 교수는 “개성공단이 진행된 17년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개성공단 사업은 출발과 과정에서 북핵 문제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다”며 “북핵문제와 관계 없는 김대중 정권 시기에 시작됐고 북핵문제가 악화된 이명박 정권 시기에도 사업이 지속됐다. 유독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연계해서 전면 중단시켜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하루빨리 개성공단의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는 요구는 이어지고 있지만 생각보다 재개는 쉽지 않다. 개성공단이 닫혀있는 동안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인 2016년 3월2일 결의된 제2270호 제34조는 북한에 새로운 지점이나 자회사, 대표 사무소 또는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과된 2321호에서도 대북제재 관련 위원회가 개별적으로 승인하지 않는 한에서는 북한에 있는 대표 사무소와 자회사, 은행계좌 등을 폐쇄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과의 교역을 위해 진행되는 공적·사적 금융 지원을 모두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므로 개성공단 내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금융 거래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각 예외조항들을 보면 “위원회에서 사안 별로 사전에 승인된 경우(2321호제32조)”나 “위원회가(...) 본 결의 목표에 부합하는 여타 목적을 위해 해당 대표 사무소, 자회사 또는 은행계좌가 필요하다고 사안별로 결정(2321호제31조)” 등이 명시돼 있다. 각 사안 별로 유엔 산하 위원회를 통해 개별 승인을 얻어 개성공단에서도 금융 거래가 가능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양무진 교수는 개성공단 재 가동을 위한 △금융 △보험 △임금지불 등 세 가지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했다.

양무진 교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의 북한 지역 내 금융 기관 개설 금지 조항을 피하기 위해 국제법적으로는 은행이 아니면서 결제 업무를 제한적으로 수행하는 비은행 예금지급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험 업무 역시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 보험과를 설립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노동자의 임금을 지급하는 문제 역시 노동자의 대표기관을 통해 임금 명세서에 확인·서명한 이후 간접적으로 지불하는 방법도 있다고 양 교수는 설명했다.

▲ 지난 2013년 폐쇄된 개성공단.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2013년 폐쇄된 개성공단. 사진=이치열 기자.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규정에 따라) 개성공단 은행 지점은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조 부연구소장은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외화는 반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것 또한 국내 은행이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벌크캐시(bulk cash, 뭉칫돈) 문제로 대량의 외화 반출도 현실적으로 곤란하다”고 밝혔다.

조 부연구소장 역시 대북제재를 훼손하지 않는 틀에서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달러를 북한에 가져가 임금을 지급하되, 북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임금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서는 대북 제재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노력 이외에도 외교·정치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는 과제도 놓여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성공단 문제 해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 도발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미국과의 외교 △국내 정치의 여소야대 정국 등을 배경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치력과 외교력을 적극 발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특히 홍 위원은 양 교수와 달리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창구 마련의 방법론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바라보고, 국제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봤다.

홍 위원은 “유엔 안보리 제재나 미국 등 국제적 여론을 우리가 돌파할 수 있도록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의 협조를 구하며 개성공단 재개에 나서야 한다”며 “6월 말 한미 정상회담 전에 개성공단에 대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났을 때 남북 대화가 필요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미국도 제재는 계속하더라도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개성공단 전면 중단으로 인해 지금도 입주 기업들이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종덕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에 따르면 최근 기업협회에 제출된 기업들의 재무제표 분석 결과 개성공단 중단 후 1년 간 입주기업들의 매출은 평균 26.5% 정도 하락했고 9억 내외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부채 증가율은 평균 39.5%에 달했다. 매출 하락과 적자로 악화된 기업 신용도 때문에 시중 금융권에서는 입주기업에 대한 이자율을 올리고 대출금 상환 압박을 하고 있어 더욱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개성공단의 문이 다시 열리면 대체로 재입주할 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성공단의 가격경쟁력과 숙련된 노동자, 원활한 언어소통과 소규모 주문생산이 가능하다는 점 등은 그동안 국내외에서 대체 생산을 해왔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는 다시 입주를 고려할만큼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한 개성공단 재개 및 재입주 의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입주 기업들은 주로 올해가 아닌 2018년 이후에나 재개가 가능할 것(68%)이라고 전망했다. 24%의 기업들은 2017년 내에도 재개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한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재입주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95%(무조건 재입주 38%, 재개 조건 및 상황을 보고 재입주 57%)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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