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를 최초 보도하며 박근혜 탄핵 국면을 이끈 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이야기가 입길에 오르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지난 10일부터 한겨레에서도 나왔고 타 매체들도 취재를 요청하는 등 청와대 대변인 내정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현재 휴가 상태인 김 기자가 공식적으로 사표를 제출한 바는 없다는 것이 11일 한겨레 측 입장이다.

일부 언론이 ‘단독’을 붙이고 김 기자가 청와대 대변인에 내정됐다고 보도했지만, 윤영찬 신임 청와대 홍보수석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대변인직을 김 기자에게 요청했는지에 대해서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겨레 측도 내정설에 대한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10일 온라인에 공개됐던 김 기자의 칼럼 “정권교체의 숨은 의인”의 경우 11일자 지면에는 보도됐지만 현재는 보류 조치돼 온라인에서 볼 수 없는 상태다.

▲ 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 사진=김도연 기자
▲ 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 사진=김도연 기자
한겨레 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김 기자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가게 되면 부적절하다는 판단 하에 해당 온라인 기사를 내리고 상황 파악 중”이라며 “지면 기사는 내릴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기자의 칼럼은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증거인 태블릿PC를 JTBC 취재진이 입수하는 데 도움을 준 노광일씨 인터뷰다. 노씨는 최순실씨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더블루K 사무실 경비원이었다.

이 관계자는 “김 기자의 최순실 게이트 보도가 조기 대선을 이끌었고, 조기 대선을 거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만큼 (기사가 나가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현재는 김 기자의 의사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 기자의 청와대 대변인 내정설에 한겨레 내부는 발칵 뒤집어진 상태다. 내부에서는 “만약 가게 된다면 한겨레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최순실 게이트’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그의 청와대행은 언론인 윤리와 언론 신뢰 문제, 폴리널리스트 논란 등으로 직결된다.

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을 주축으로 정치적 공세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겨레 측도 김 기자가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는 상황에 대해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기자는 지난해 9월 “K스포츠 이사장은 최순실 단골 마사지 센터장”이라는 특종을 통해 입소문으로 떠돌던 박 대통령의 ‘거의 유일한 친구’ 최순실을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렸다. K스포츠 재단 설립에 최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최초 제기하며 ‘최순실 게이트’가 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후에도 한겨레 특별취재팀을 이끌고 최씨 딸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의혹 보도로 주목을 받았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김 기자에게 수차례 연락을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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