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찍홍(심상정 찍으면 홍준표 된다). 2030 투표율이 저하되고 있다.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진보표를 갈라치기 하고 있다. 보수유권자가 결집하고 있다. 김종인이 안철수와 홍준표의 단일화를 추진할 것이다.”

최근 각종 SNS에 ‘도배’되다시피 하는 글이다. 최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심상정 후보를 찍으려는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에게 ‘홍준표 위기론’을 설파하며 문재인 후보를 찍어야한다는 주장이다.

▲ '심상정 찍으면 홍준표 된다'는 논리의 SNS상의 글.
▲ '심상정 찍으면 홍준표 된다'는 논리의 SNS상의 글.
그러나 정의당 측에서는 ‘문재인 대세론’이 굳건하고, 이들이 말하는 ‘홍준표와 안철수의 단일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심찍홍’ 논리를 반박했다.

이러한 글이 퍼지게 된 배경은 역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약진이다. 각종 TV토론회 이후 5%대의 지지율이 8%대로 상승했고, 당 내에서는 “지지율 10%까지 노린다”는 분위기다.

TV토론회 이후 심상정 후보가 2030 지지자들의 표심을 얻었다는 분석은 공통적이다. TV토론회에서 심상정 후보가 성소수자와 관련해 “성적지향은 찬반의 논리가 아니다”라고 일갈한 것과 홍준표 후보에게 일명 ‘사이다’ 발언을 한 것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평이다.

정의당 관계자 A씨는 “이번 TV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보여줬던 태도는 사실 지금까지 5060의 권력을 가진 이들이 2030 세대에게 보여줬던 태도”라며 홍준표 후보가 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들에게 말한 “버릇없이”, “말로는 못 이긴다”는 태도를 보인 것을 언급했다.

A씨는 “이러한 홍 후보에게 심 후보가 ‘그렇게 살지 마세요’라고 일갈하거나, 틀린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모습 등이 2030세대에게 희열을 준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A씨는 “특히 2030세대는 ‘사표론’보다 실제 자신이 좋아하는 정당과 후보를 자유롭게 선택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사표론’ 프레임에서 자유로운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A씨는 “40대 이상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정당은 정의당을 지지해도,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맥도날드 성신여대점 앞에서 유세를 마치고 성소수자 대학생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사진출처= 비디오머그 영상 캡쳐.
▲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맥도날드 성신여대점 앞에서 유세를 마치고 성소수자 대학생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사진출처= 비디오머그 영상 캡쳐.
선거유세 중인 또 다른 정의당 관계자 B씨도 최근 정의당 선거유세 기간 동안 특히 20대와 30대 여성들에게 심상정 후보의 인기가 올라간 것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로 심상정 후보를 만나 눈물을 흘리는 여성 유권자 동영상이 화제를 얻기도 했다. 이러한 선거 유세 현장의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당 내의 분위기까지 바뀌었다고 한다.

정의당 관계자 B씨는 “정의당 내에서 여성주의에 관한 논쟁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페미니스트나 성소수자 등 이슈로 현장에서 응원을 많이 받다보니 캠프 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유권자가 당 내 분위기를 바꾸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정의당 측은 ‘문재인 대세론’이 굳건한 만큼 소신투표를 하는 것이 촛불 민심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일부 열성 지지층들이 심상정을 찍으면 홍준표가 된다는 ‘심찍홍’과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서 투표 민심 왜곡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라며 “전형적인 사표론 논리인데, 문재인 대세론이 굳건한 만큼 소신투표를 하는 것이 차기 정부의 개혁적 성격을 만들어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대변인은 “SNS에서 ‘심찍홍’같은 글을 퍼나르는 이들이 말하는 홍준표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정치적 야합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문재인 대세론은 여전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라며 “문재인 대세론과 함께 심상정의 약진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촛불민심에 부합하는 것이며, 이런 구도가 만들어져야 차기 정부 내에서도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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