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각 후보들도 속속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문재인·안철수·홍준표·유승민·심상정 등 각 후보의 교육 공약을 분석해봤다. 각 후보 공약은 지난 16일까지 마감된 대통령 후보 등록 과정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각 당 후보들이 제출한 10대 공약 자료집과 각 후보 홈페이지 상에 탑재된 교육 공약을 주로 분석했으며, 이외에 공약집에는 없지만 발언을 통해 실현하겠다고 언급한 일부 공약들도 포함했다. 복지에 가까운 교육공약은 제외했다.

이번 19대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내놓은 교육 공약을 살펴보면 각 후보 별로 겹치는 공약들이 적지 않다.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고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유사한 공약들이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예를 들어 문재인·안철수·유승민 후보는 대입 입시 전형에서 논술 전형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입장이다. 대학입시에서 유사한 공약을 꺼냈다는 점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입시 제도의 대대적 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입시 유형을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으로 간소화한다는 공약(문재인·심상정·유승민)이나 수능의 절대평가·자격고사화 등 영향력 축소(안철수·심상정·유승민) 등의 공약도 유사한 지점들이 적지 않았다.

▲ SBS프리즘센터에서 진행된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가한 후보들. 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진=차현아 기자.
▲ SBS프리즘타워에서 지난 13일 진행된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가한 후보들. 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진=차현아 기자.
교육부 ‘폐지론’은 안철수만 꺼낸게 아니다?

홍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은 교육부의 폐지나 기능 축소를 공통적으로 꺼냈다는 점도 유의미한 지점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공약을 실천한다면, 현재 교육부의 기능은 대폭 축소되고 중장기적인 교육 과제는 국가교육위원회(안철수)·국가교육회의(문재인)·교육미래위원회(심상정)·미래교육위원회(유승민) 등에서 담당하게 된다.

국가교육위원회 등 위원회 설치를 통해 교육부의 권한을 축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의 교육부가 중앙에서 모든 지역의 교육 정책을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지역 시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지방 교육 정책을 수립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다만 그 방향으로 가는 대안으로 국가교육위원회가 적합한지는 이견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교육분야 시민단체인 좋은교사운동에서 진행했던 토론회에서 김학한 전교조 정책실장은 “대통령 소속의 국가교육위원회를 두고, 차후 독립적인 위원회로 전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교육부에서 교육 정책 기획 기능을 떼 내어 바로 교육위원회에 이양하면 현재의 관료 시스템에서 개혁에 대한 저항이 발생할 가능성 때문이다. 추동력을 갖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소속의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차츰 독립성을 지닌 위원회로 전환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반면 시민단체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찬승 대표는 “제도를 바꾼다고 현장의 교육이 달라지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다양한 대표성을 가진 합의제 기구가 장관 혼자 책임지는 독임제보다 더 나은 교육정책을 보장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찬승 대표에 따르면 애초에 교육이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 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여당과 야당이 위원을 추천해야 하는데 이 과정 역시 ‘정치적’일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찬승 대표는 “그렇다고 교육부를 지금의 체제로 유지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면서 “적정 수준의 교육자치를 실현하는 것이 핵심 의제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대통령 직속의 자문기구 정도를 만들어 교육개혁안을 만들고, 핀란드처럼 몇 만 명의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밟아 경험과 문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뜨거운 감자’ 학제개편안 내용은

안철수 후보의 학제 개편안은 이번 대선의 교육공약들 중 가장 이목을 끌었다. 무엇보다 공교육 체제 전체 틀을 갈아 엎는다는 차원에서는 가장 파격적인 안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안 후보의 학제 개편안은 현재 6(초등)-3(중학교)-3(고등학교)으로 이어지는 학제를 5(초등)-5(중등)-2(진로 탐색 또는 직업학교)로 바꾼다는 내용이다.

혁신적인 이미지만큼이나 일각에서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학제개편안이 가장 크게 비판받고 있는 지점은 대한민국의 공교육이 시작된 이래 이어온 모든 공교육 과정의 학제를 바꾸려면 엄청난 사회적인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심상정 후보가 지적한 것처럼 학제개편을 통해 초등학교 입학년도가 1년 빨라지면서 기존 제도의 마지막 학년과 새로운 제도의 첫 학년이 동시에 학교를 입학하는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문재인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범 교육평론가 역시 “학제는 일종의 껍데기일 뿐 내용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과열경쟁과 사교육, 주입식 교육, 교사·학생의 낮은 자율성 등은 학제가 6-3-3이어서 생긴 문제가 결코 아니”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로 학제개편의 범위에는 초중고 학제개편만 포함되지 않는다. 봄 학기에 시작하는 학년을 가을 학기 시작으로 바꾸는 식의 학제개편도 있다. 안 후보의 학제개편안 공약 비판으로 ‘학제개편’ 자체가 비판을 받고 있는 지점도 적지 않다.

또한 안철수 후보에 대한 비판의 일환으로 학제개편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다른 후보들도 학제개편을 언급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 역시 2012년에도 학제개편 공약을 내놓은 바 있으며 이번 대선 공약 발표에서도 학제개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학제개편과 국립대연합체제 개편 등을 논의하겠다는 취지의 발표를 지난달 22일 내놓은 바 있다. 유승민 후보도 수강신청제와 무학년제를 도입해 유연한 학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후보의 10대 공약집 중에도 ‘단계적 학제 개편 추진을 통한 교육체제 개편’이라는 언급이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인지는 드러나있지 않다.

특목고·자사고 폐지 공약, 뜯어보면 차이있다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네 명의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건 공약 중 하나로 특목고·자사고 폐지다. 특목고와 자사고 입시가 또 다른 입시 경쟁으로 전락했을 뿐만아니라 고교 서열화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들 학교들을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보·보수 후보를 막론하고 폐지 주장을 내놓는 이유도 그만큼 고등학교 입시 폐해가 심하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모든 특목고에 대한 폐지를 주장한 것은 아니다. 유승민 후보는 자사고와 외고 폐지를 언급했으나 과학고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심상정 후보가 일반 고등학교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고등학교는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등이다. 안철수 후보는 외고와 자사고는 추첨선발로 전환하고 과학고는 별도의 졸업장 없이 일반고등학교 학생의 위탁교육만 하는 방식으로 대폭 축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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