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의 유치원 발언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지뢰밭을 밟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큰 실책을 저질러 수십만의 표가 날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후보는 지난 11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유아교육자 대회'에 참석해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은 자제하고 현재 사립유치원에 대한 독립운영을 보장해 시설 특성과 그에 따른 운영을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의 발언은 최초 '단설'이 '병설'로 보도되면서 파장을 낳았지만 병설로 정정된 다음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안 후보의 발언은 유치원에 아이를 맡기는 젊은 부모들의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한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안 후보 측은 '대형'에 방점을 찍어 대형 단설 유치원의 경우 관리가 어렵고 신설‧운영이 어려운 점을 내세워 이에 대한 대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단설 유치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부모들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유치원 발언 논란은 오해를 풀려고 하면 할수록 2030세대의 표를 깎아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안철수 캠프 내에서는 발언의 파장을 최대한 축소시키고 다른 이슈로 넘어가길 원하는 눈치다.

이미 학부모들 머리 속에는 병설은 초등학교에서 운영하는 유치원, 단설은 유치원만 전담해 운영하는 곳으로 자리잡고 있다. 결국 사립보단 병설, 병설보단 단설이 더 좋은 유치원이라는 인식이 팽배한데  '대형' 단설 유치원의 문제점을 지적해봤자 현실을 모르는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해당 발언이 나온 자리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 앞이었다는 점에서 공립유치원 신설을 반대하는 사립유치원 입장을 고려한  발언 아니었냐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안철수 후보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 4.13 총선 당시 어린이집을 30여년 동안 운영했던 보육전문가 최도자 의원을 비례대표 명단에 올리는 등 이 문제에 비중을 뒀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발표한 학제개편안에는 유치원도 공교육으로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안 후보는 2012년 대선부터 유치원 교사나 학부모를 만나면서 고충을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 발언으로 일순간 학부모들의 적이 돼버렸다. 
▲ 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완전국민경선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대회에 참석한 안철수 전 대표가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완전국민경선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대회에 참석한 안철수 전 대표가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의 학부모가 회원인 인터넷 카페를 비롯해 싱글대디와 싱글맘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돌싱카페 등에서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저희집은 이걸로 모두 안 후보에게 돌아섰다. 조카들이 많은 집이고 앞으로도 아이들이 생길 예정인데 안철수를 지지하던 삼촌들도 손주들이 걸린 문제니까 바로 생각을 바꿨다. 우리 집에서만 28표 날아갔다"고 꼬집었다.

안 후보의 발언은 단순히 2030세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들을 자식으로 둔 5060세대들 입장에서도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해당 가구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를 보살핀다. 유치원 등원 문제는 20대부터 60대까지 걸친 민감한 문제다. 안 후보의 이번 발언이 천만표 이상의 유권자 심기를 건드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