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뉴스룸 소속 언론인들이 토론을 벌이는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가짜뉴스와 문제적 정보를 검증하고 있다.”

에이미 라인하트 ‘퍼스트 드래프트’ 네트워크 매니저는 30일 구글코리아가 주최한 특별강좌에서 이렇게 밝혔다. ‘퍼스트 드래프트’는 페이스북과 구글 등 뉴스를 유통하는 사업자와 뉴욕타임스, BBC, AP, 로이터 등 언론이 가짜뉴스 및 문제적 정보를 검증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단체다.

최근 ‘퍼스트 드래프트’는 프랑스 언론과 구글을 주축으로 ‘크로스체크’서비스를 선보였다. 에이미 매니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은 충격적이었다. 가짜뉴스와 문제적 정보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서도 같은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생각해 프랑스에서 제휴언론들과 함께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크로스체크 참여 언론사.
▲ 크로스체크 참여 언론사.

크로스체크는 독자들이 ‘확인해달라’고 제보한 사안을 검증해 ‘허위’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반드시 복수의 언론사 소속 기자가 참여해 사실관계를 따지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친다. 사이트에는 사안별로 검증에 참여한 언론사들의 이름이 뜬다.

‘퍼스트 드래프트’는 여러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검증이 필요한 문제적 콘텐츠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왜곡될 수 있는 풍자 혹은 패러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 △가짜뉴스 사이트 등을 통한 사칭 콘텐츠 △기사 중 극히 일부만 사실인 날조 콘텐츠 △헤드라인과 내용이 상관 없거나 거리가 먼 허위연결 콘텐츠 △사실과 다른 맥락과 함께 유포되는 허위콘텐츠 및 오보 △속이기 위한 목적으로 합성 등을 통해 조작한 콘텐츠 등이다.

한국 언론환경에서는 여러 언론이 함께 가짜뉴스의 진위를 가리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다. 서울대가 14개 언론과 함께 팩트체크 서비스를 29일 선보였지만 개별 언론의 기사를 모아놓는 데 그치고 있다.

▲ 크로스체크 사이트 화면. 독자가 질문을 올리면 오른쪽에 배너가 뜬 언론사 기자들이 검증을 해 진위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 크로스체크 사이트 화면. 독자가 질문을 올리면 오른쪽에 배너가 뜬 언론사 기자들이 검증을 해 진위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에이미 매니저는 “협업은 무척 중요하다”면서 “ASP와 같은 대규모 언론사가 리더가 돼 검증절차를 주도하고 다양한 언론이 토론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널리스트들은 토론하는 걸 즐긴다. 매번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다른 뉴스룸 구성원과 함께 일한다는 건 매우 즐거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견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 에이미 매니저는 “검증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합의하기 전에는 결과물을 발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독자 입장에서는 짜증이 나겠지만 검증하기 힘든 경우는 진위를 밝히기 힘들다고 표시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가짜뉴스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선 관련 가짜뉴스 등 허위정보를 유포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게시글을 삭제하며 경찰이 수사를 벌이기도 한다. 에이미 매니저는 이 같은 정부 주도의 대응이 부정적이지 않냐는 지적에 “맞다”고 답했다.

▲ 에이미 라인하트 ‘퍼스트 트래프트’ 네트워크 매니저는 30일 구글코리아가 주최한 특별강좌에서 문제적 정보의 종류를 설명하고 있다.
▲ 에이미 라인하트 ‘퍼스트 트래프트’ 네트워크 매니저는 30일 구글코리아가 주최한 특별강좌에서 문제적 정보의 종류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미국은 정부나 도서관이 주도해 뉴스리터러시(뉴스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치심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음주운전을 한 게 엄청 수치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유포하는 경우도 음주운전을 한 것처럼 부끄러운 일을 했다는 인식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검증 서비스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진실검증에 시간이 걸릴 뿐더러 정정된 정보는 문제적 정보만큼 공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에이미 매니저는 “아직까지는 성과를 예단하기 힘들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결과가 나올 것이고, 개선점을 다음 국가의 크로스체크 프로젝트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기사나 정보가 유포된 다음 시작하는 ‘검증’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언론이 기사를 쓸 때 팩트체크를 꼼꼼히 해야 한다고 에이미 매니저는 강조했다. 그는 “언론사 최고경영진은 검증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팩트체크에 충분한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면서 “여러 프로그램을 이용해 조작된 사진이나 동영상을 감별하는데 20초도 걸리지 않는다. 의지만 있으면 허위정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사진과 동영상 등 시각자료에 대한 허위정보가 급속도로 유포되는 추세다. 퍼스트 드래프트는 동영상과 사진 등 시각자료에도 ‘검증’이 필요하다며 가이드를 마련했다. △자료가 원본인지 △소스가 어디인지 △언제 콘텐츠가 촬영되거나 제작됐는지 △어디에서 촬영되고 제작됐는지 △선동 혹은 영리 등 제작 동기가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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