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분위기가 점차 가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정 지지자들이 상대 후보를 향해 욕설문자를 보내거나 18원 후원금 등을 보내면서 비방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과 지지자들의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정치적 주장을 하고 싶으신 분들은 우리 당 홈페이지나 SNS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란다. 개별 의원에게 ‘차라리 자유한국당으로 가라’는 식의 문자를 보내시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폭력에 가까운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발언까지 나오게 된 배경에는 특정 후보 캠프에 들어간 의원이나 개헌 등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의원들 중심으로 욕설이 섞인 문자나 댓글 등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에게도 4원 후원금이 쏟아지기도 했다.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한 민주당 소속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직 의원도 “저는 그래도 SNS 쪽지와 댓글 정도로만 욕설을 받고 있지만, SNS이외에도 문자메시지로도 욕이 쏟아진다는 주변 의원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며 “우리 당 의원들이 특정 후보 지지자들과 한 판 붙겠다고 들고 일어날 기세”라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특히 최근 민주당 소속 대선예비후보 간 토론회가 진행되면서 고조되는 모습이다. 박근혜씨 파면 이후 열린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후보자 방송사 합동토론회부터는 각 후보 간 비판의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이날 문재인 전 대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향해 “대연정은 당론이 아니다. 그런데 정당정치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자 독단”이라며 비판했다. 반대로 안 지사는 문 전 대표를 향해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 책임을 물었다.

이에 지난 16일 우원식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소속 119명의 의원들이 ‘버스 위에서 내려와’ 운동을 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버스 위에서 내려와’ 운동은 지난해 촛불집회가 진행되던 당시 일부 참가자가 전경 버스 위에 올라가 전경들과 충돌 직전 상황까지 갔을 때, 시민들이 “내려와”를 연호했던 것에서 차용한 것이다.

우원식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 당 대선 후보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지지자 그룹의 거친 모습과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며 “지금 모습은 분명 지나치다. 후보를 포함해 당의 국회의원과 지지자를 모욕주고 헐뜯고, 합리적인 비판에 대해서조차 집단적인 행동을 통해 압박한다면 과연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 운동이 사실상 민주당의 당론이라는 입장이다. 우 원내대표는 “의원 119명의 서명을 받아 경선 분위기를 보다 민주주의적으로 정착시키고자 하는 주장은 의미가 있다”며 “유력한 대선 후보를 돕는 의원도 다 참여했으니 사실상 당론”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 원내대표는 “언론 일각에서 우리 당 소속의 일부 구성원들이 마치 정권을 다 잡은 것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아직 선거 중이다. 당 구성원 모두가 겸손한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가다듬으면서 대선에 함께 임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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