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홍준표 경상남도지사가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홍 지사의 발언은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언론이 검증보다는 홍 지사의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홍 지사는 지난달 28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고 “민주당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막말 논란이 일자 홍 지사는 2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막말이 아닌 팩트”라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두고는 “DJ 같은 경우에 1997년 1300억 원 비자금 사건이 터졌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중지했고 (대통령이) 되고 난 뒤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고 말했다. 

▲ 홍준표 경남도지사. 사진=포커스뉴스
▲ 홍준표 경남도지사. 사진=포커스뉴스
홍 지사의 발언은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일주일 동안 ‘홍준표 막말’ 로 검색되는 기사는 200건에 이르지만 해당 발언이 사실인지 여부를 검색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홍 지사가 TV조선에서 ‘팩트’ 라고 단정짓자 이 발언 역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홍 지사의 발언은 ‘팩트’라고 보기 어렵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은 포괄적 뇌물죄에 대해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대가성 또한 입증하지 못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역시 대가성을 부인했다. 뇌물죄는 대가성이 입증돼야 한다. 

1997년 정치자금 사건은 맥락을 봐야한다. 당시 정치자금 의혹은 이회장 후보측에서 제기했다. 김대중 후보가 365개의 차명계좌에 입금액 기준으로 670억 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해왔다고 한 것.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네거티브 전략의 일환이다. 

이후 여당은 검찰에 고발까지 했지만 김영삼 대통령은 정치자금 수사를 대선 이후로 보류했다. 대선 국면에서 검증이 검찰에 넘어거면서 선거의 결정적 변수가 되는 것을 막은 것이다. 선거 국면에서 검찰은 늘 집권여당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홍 지사 말대로 김영삼 정부가 수사를 중단시켰고 김대중 정부에서 무혐의가 났다. 검찰 수사에 의문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홍 지사의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틀렸다.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사건을 두고 ‘1300억 원 비자금 사건’ 이라고 단정지었기 때문이다.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김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2009년 8월 ‘비자금 조성’에 대해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중앙일보는 김 전 대통령 측에 사과하며 반론보도문까지 게재해야 했다. 

그럼에도 홍 지사의 발언은 그대로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발언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얼핏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홍 지사의 스피커에 다름 아니다. 이런 과정에서 독자들의 머릿속에는 ‘노무현 뇌물죄’, ‘김대중 비자금’만 남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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