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의 중도노선이 검증대에 올랐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그게 뜻대로 안 된 것”,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정책 계승”, “미르·K스포츠재단도 대기업 후원금을 받아 평창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은 마음이셨을 것”, “헌법은 기본적으로 대연정하라고 만들어놓은 것이다”, “국민은 공짜밥을 원하지 않는다”

특히 ‘선의’ 발언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범죄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겨레 등 일부 신문에서는 해당 논란이 사회 전반에서 발생하는데도 이를 안희정 측과 문재인 측의 정치공세로 치환했다.

▲ 21일자 경향신문 기사
▲ 21일자 경향신문 기사

조중동 등 일부 신문에서는 해당 논란을 키우지 않았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 혹은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을 대신 다루거나, 안 지사의 경제정책이나 지지율에 대해 다루는 뉴스로 대신했다.

다수 신문은 문 전 대표의 안보관에 대해 문제 삼았다. 사드에 대한 입장이 모호하거나 대북강경책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다음은 21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북 배후’ 놓고 북·말레이 정면 충돌”
국민일보 “차에 ‘가전용 반도체’ 오작동 원인 가능성”
동아일보 “지주사 정책 뒤집기 속 뒤집히는 기업들”
서울신문 “‘40년 우방’ 말레이·북 외교전 격화”
세계일보 “‘일자리 창출’ 국가리더십 실종”
조선일보 “금융허브 서울 떠나는 ‘555조 국민연금’ 투자 베테랑 50명, 짐싸서회사 떠났다”
중앙일보 “2.33초 테러, 누구나 당할 수 있다”
한겨레 “최순실, 인수위때부터 대법관·검경 수장 ‘인사자료’ 수집”
한국일보 “‘김한솔 말레이 입국’ 시신 찾으러 온 듯”

경향, 안 지사 ‘추상화법’ 걷어내야

경향신문은 안 지사의 해명을 통해 그의 뜻을 4가지로 해석했다. 첫째, 정치에선 ‘선의’보다 중요한 건 법과 제도라는 취지다. 둘째, 박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은 선의에서 시작된 일이라는 가정이다. 셋째, 박 대통령은 두 재단 모금 과정에서 위법을 저질렀다. 넷째, 따라서 선의에도 박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잘못됐다는 결론.

안 지사의 발언에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의 말에는 분노가 빠져있다”며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고,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발언 의도가 무엇이건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논란의 원인을 안 지사의 추상화법이라고 분석했다. 위에 언급한 논란 발언들을 두고 경향신문은 “중도 발언 연장선에 있다”며 “원활한 국정운영과 국민통합이 가능하려면 선악 이분법적 진영 논리를 넘어서 협치를 해야하는데, 그 전제는 상대방을 ‘악마화’하지 않는 것, 상대방의 선한 의도를 인정하는 데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 외연 확대 등 ‘안희정표 중도노선’을 긍정평가하는 쪽에서도 논의가 생산적으로 발전하려면 안 지사 특유의 거대담론 화법, 추상적 화법을 걷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구체적인 현실 문제에 추상적 언급으로 일관하다 보니 예민한 사안에서 치열한 토론과 논쟁 대신 ‘진의논란’이 불거진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경향신문 21일자 안희정 비판 사설
▲ 경향신문 21일자 안희정 비판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도 “헌재의 탄핵결정이 임박한 시점에서 지금은 법리의 일자일구를 다투는 엄중한 시국”이라며 “지금까지 박 대통령 측은 일관되게 ‘선의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 뒤 “안 지사의 ‘선의’와는 다른 의미겠지만 선의는 이렇게 얼마든지 왜곡되고 오해받을 수 있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안 지사를 옹호하는 입장도 있다. 한국일보 이계성 논설실장은 “안희정의 선한의지”라는 칼럼에서 “누구의 선의를 일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를 고존할 수 있는 존재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개인들 사이의 관계에서뿐만이 아니라 유력정치인의 말, 정당이나 정권의 정책에도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칼럼 역시 안 지사의 발언처럼 범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실장은 “처음부터 사익만 추구하려고 나라를 망치려고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정치인은 없다”며 “여기에는 역량의 한계나 잘못된 판단, 사익의 추구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테고, 이것들은 당연히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통령처럼 탄핵심판과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 대화와 타협을 멀리하고 블랙리스트 등으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최소한의 선의도 인정하지 않았던 게 바로 박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었던가”라고 덧붙였다.

‘선의’ 발언, 문vs안의 문제?

한겨레는 해당 사건을 친문(재인)vs안희정의 구도로 몰았다. 이 신문은 8면 톱기사 제목을 “친문 ‘선한 의지’ 성토 포문…안희정 ‘중도 확장전략’ 시험대”로 뽑으며 정치공세 이미지를 덧씌웠다. 한겨레는 문 전 대표의 비판과 함께 ‘친문’으로 분류되는 전현직 의원들의 비판을 모아놨다. 안 지사 ‘선의’발언에 대한 비판이 시민사회나 전문가들, 안 지사 지지자들에게서도 나온 상황에서 문 전 대표 주변인물에서만 비판한 것처럼 기사를 작성했다.

동아일보는 안 지사의 ‘선의’ 발언을 크게 부각하지 않고 ‘가열되는 안-문 신경전’이라며 “안희정 ‘官-재벌 중심 경제 탈피’…문재인측 ‘알맹이 부족’”이란 기사에 살짝 녹였다. 이 신문은 이 기사에서 두 후보의 경제공약을 비교했다.

안 지사는 20일 자신의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동아일보는 “안 지사의 경제정책집에선 큰 방향만 제시됐다”며 “안 지사 측은 선심성 공약을 하지 않는다는 기조에 따라 목표치를 숫자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준비 부족 논란이 일었다”면서 “친문 진영의 한 의원은 ‘문 전대표보다 준비가 덜 됐고 알맹이 있는 공약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정치면에서 안 지사의 ‘선의’ 발언 논란을 역시 문재인vs안희정의 정치공방 형태로 다뤘다. 또한 정치면 톱기사를 “‘북이 했다면…’ 민주당 화법에 담긴 딜레마”라는 기사를 통해 민주당 주자들이 모호한 화법을 쓴다고 비판하는 내용을 강조했다.

요지는 문 전 대표가 19일 “만약 북한의 지령에 의한 정치적 암살이라면 전 세계가 규탄해야 마땅할 중대한 테러범죄”라고 한 것처럼 ‘신중론’을 펼친다는 비판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북한은 책임있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배후가 밝혀진다면 북한의 반인륜적 행위는 국제사회의 비판과 고립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고, 우상호 원내대표는 “북한 국적의 용의자가 살해에 관련됐다면 북한이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국제법상 관례”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북 정책을 크게 수정하거나 우선순위를 ‘대화’에서 ‘제재’로 변경시킬 계획은 현재까지는 없다”고 비판했다. 대북강경책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조선일보는 “민주당과 대선주자들은 여권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야권 주자들에 대한 안보 공세로 나올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라며 “사건 초기에는 암살 배후와 관련한 각종 ‘음모론’도 야권에서 많이 돌았지만 북한 공작원들의 실체가 하나둘 드러난 이후에는 수면 밑으로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북한 측에서 말레이시아 경찰 발표를 부인하며 사건의 실체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전제는 외면한 채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을 모호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정당국과 다수 언론은 사건 초기부터 북한에 의한 독침설로 단정했다.

중앙, 기승전문재인

중앙일보는 안 지사에 대해 가장 우호적인 논조다. 정치면 톱기사 제목을 “안희정 지지율 20% 안착…당내 지지는 아직 문재인 3분의1”로 뽑아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을 강조했고, ‘선의’ 발언 논란은 기사 내부에 녹였다. 안 지사가 충청권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 21일자 중앙일보 문재인 비판 사설
▲ 21일자 중앙일보 문재인 비판 사설

이 신문은 사설에서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문재인, 별 100개가 그리 중요한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앙일보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친척을 처형하고 형제를 살해하는 편집광적 잔혹성은 김정은이 그의 선대인 김일성·김정일을 훨씬 뛰어 넘는다”며 “국내외 안보환경이 엄중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문 전 대표는 금명간 예비역 장성·장교 수백명을 끌어 모아 소위 ‘대선캠프 안보 자문단’을 구성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계급장에 붙은 별들이 100개 이상은 된다고 하니 대세론의 기세 올리기엔 제격이겠다”라며 “그러면 그게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의 사드관련 입장 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당장의 위협인 핵미사일 방어를 위한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는 건지 반대한다는 건지, 대통령이 되면 개성공단을 열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는 그 생각에 변함이 없는지, 집권 뒤 북한을 먼저 방문하겠다는데 결과적으로 김정은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동은 아닌지, 2007년 북한 인권결의안 의사결정 때 어떤 입장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은 무엇인지 등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데서 안보 불안이 생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문재인만 사드 입장 유보”

서울신문도 문 전 대표의 사드 관련 입장을 문제삼았다. 정치면 톱기사 제목을 “文만 ‘사드, 다음 정부서’ 유보 中보복 해법엔 ‘외교로 풀어야’”로 뽑았다.

유승민 “1개도 부족…확대해야”, 남경필 “북핵 연계해 중 설득을”, 안희정 “미·중이 직접 해결해야”, 안철수 “한미 협정 뒤집기 힘들어” 등 사드에 긍정적인 후보들의 입장이다.

사드를 반대하는 후보들도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드로 수도권 인구를 전부 보호하지 못하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고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손실 요소가 더 많다”고 비판했다. 또한 “사드는 한미간 외교문제이며 남북관계를 군비경쟁이 아니라 평화체제 구축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도 “(사드배치는) 중국의 외교적, 경제적 보복은 물론 동북아 국가 간 군비경쟁을 촉진히 평화 공존을 해치고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고 반대입장을 보였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득보다 실이 많은 합의”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가 지난달에는 “한미간 합의를 취소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여러 번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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